"목사님들, 예수는 잊어버렸나요?"

바리세인은 높은 자리를 좋아합니다.

등록 2007.06.15 16:06수정 2007.06.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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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전 사람의 모습으로 태어난 예수는 여러 가지 점에서 참으로 매력이 넘치는 삶을 살았다. 필자는 예수의 그런 삶에 이끌려 지금까지 그의 곁을 배회하고 있다.

예수, 너무나 인간적이고 소박한 휴머니스트

우선 예수는 가장 소박한 모습으로 살았다. 그의 부모가 호적조사에 응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중 여관방을 얻지 못해 말구유에서 태어났다는 그의 출생과정이 소박했고, 그가 3년 정도의 전도기간 동안 주로 만나고 다녔던 대상들이 여성과 하층계층의 사람들이었음이 그의 소박함을 말해준다.

그의 열두 제자들 중 학식이나 재산이 많았던 자가 없었지만, 그래도 예수는 제자들의 발까지 씻어주며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마태 20:28)고 하였으니 그는 근엄한 모습을 하고 다니는 종교 지도자들과는 거리가 멀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예수는 법과 제도가 사람위에 군림할 수 없음을 몸소 실천을 통해 알려주었다.

그는 스스로 "율법을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율법을 완성하기 위해 왔다"(마태 5:17)고 하면서도,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고, 간음해서 돌로 맞아 죽을 여인을 살리기 위해 "누구든지 죄 없는 자가 이 여인을 돌로 치라"(요한 8:7)는 말로 죽을 위험에 처한 여인을 살리는 재치를 보여주었다.

예수는 화나면 분노를 표하고, 아프면 고통을 호소하면서 사람의 체취를 풍기는 삶을 살았다.

그가 예루살렘 성전에서 장사하는 자들에게 분노를 표하며 그들의 의자를 둘러엎었다(마태 21:21)는 대목에서나, 가롯 유다에게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마태 26:24)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화를 낼 줄 아는 예수의 면모를 볼 수 있다. 또, 자신의 제자가 자신을 고발해서 죽을 위험에 처하게 되자 "왜 저를 버리시나이까"(마태 27:46)라며 고통스러워했던 것을 보면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를 몸소 체험했던 인간다운 예수의 면모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예수는 상류층에는 냉소적이었던 반면, 병들고 가난하고 핍박받는 자에게 지극한 사랑을 보였다.

"그가 나를 보내신 것은 마음 상한 자를 고치고 포로에서 자유를 선포하며 눈먼 사람을 다시 보게 하고 짓눌린 사람을 풀어주며"(누가 4:18)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가 소외된 자들을 얼마나 측은히 여겼는지 알 수 있다.

예수가 위선자들(바리새인들)을 저주했던 이유

이런 소박한 모습으로 서민들을 사랑하시는 휴머니스트 예수가 당시 바리새인들을 싫어하고 그들을 향해 "뱀들아, 독사의 새끼들아"(마태 23:33)라고 저주를 퍼부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대중들에게 모세의 율법을 가르치면서 지도자 행세를 하고 다녔던 바리새인들을 "말만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마태 23:3)고 했고, "무거운 짐은 남의 어깨에 주우고, 자기들은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마태 23:4)고 했으며, "잔치자리의 특석과 회당의 높은 자리를 좋아하며, 시장에서 인사 받는 것과 사람들이 선생이라고 불러 주는 것을 좋아한다"(마태 23:6,7)고 했다.

대접받기 좋아하는 바리새인들을 꼬집어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질 것이고 낮추는 자는 사람은 높아질 것"(마태 23:12)이라고 했고, 그들의 위선적인 면모를 "너희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하지만, 그 속에는 탐욕과 방탕으로 가득 차 있다"(마태 23:25)고 단정했다.

조찬기도회 "이리떼가 분열을 조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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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해군기지에 반대하며 21일간의 단식기도를 이어왔던 목회자와 편신도들이 단식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 장태욱


최근 제주도 해군기지 문제로 제주도 기독교 사회가 찬반으로 양분되어 분열을 일으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6월 14일은 그간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이 지난 21일간의 금식기도를 끝내는 정리 기도회를 가졌다. 이제 해군기지 반대운동이 단기간에 끝나게 될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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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도지사와 해군 본부에서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강정 앞바다. 용암대지가 넓게 펼쳐져 있어서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면 대규모 환경파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장태욱


그리고 15일 아침 오리엔탈 호텔에서는 도내 교회지도자들이모여 조찬기도회를 열었다. 제주도기독교교단협의회가 주최가 되어 김태환 도지사, 김영훈 제주시장, 김형수 서귀포시장 등을 초청해서 연 이 기도회는 제주도의 화합을 위한 자리였던 만큼 많은 목회자와 교인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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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에 오리엔탈 호텔에서 <도민화합을 위한 조찬기도회>가 열렸다. ⓒ 장태욱


이날 강사로 초빙된 오모 목사가 쓴 '시대의 지도자'라는 제목의 강의 문을 보면, 겉으로는 화합을 말하면서도 자신과 뜻이 다른 목회자들을 비난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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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조찬기도회에 참석했다. ⓒ 장태욱


"흉악한 이리떼는 사람을 자꾸 분열시키는 일을 합니다, 하나로 만들기 보다는 이간시키고 분열시키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 누굴 만났을 때에 그가 남을 비난하고 있으면 그 사람을 조심하십시오. 그를 주의하십시오."

"비판의 기능은 잘못하면 여러분을 비판자로 만들어 버릴 뿐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종국에는 비판과 비난을 혼동하여, 여러분 자신을 파멸의 구렁으로 던지고 성격 이상자로 만들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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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중인데 김태환 지사는 기도할 마음이 별로 없어 보였다. ⓒ 장태욱


하지만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게 된 것은 군중들의 분열이 아니라 만장일치(滿場一致)였음을 상기해본다면, 잘못된 정책 결정을 바로잡고자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이상'운운하며 '무조건적인 화합'을 강조하는 오 목사의 주장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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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찬기도회를 위해 준비된 음식이 풍성했다. ⓒ 장태욱


2000년 전 청년 예수께서 "회칠한 무덤은 겉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속은 해골과 더러운 것들로 가득 차 있다"(마태 23:27)고 하면서 바리새인들을 '회칠한 무덤'에 비유했다. 현재 제주도의 목회자 중 예수께서 보시기에 '회칠한 무덤'과 같이 보일 자들이 과연 누굴까?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제주<예안교회>평신도입니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제주<예안교회>평신도입니다.
#제주도해군기지 #목회자 #조찬기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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