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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의 에이스 댄 하렌, '외계인'을 만나다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영광에 도전

07.06.20 18:12최종업데이트07.06.2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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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외계인' VS 2007년 댄 하렌

▲ '외계인'페드로 마르티네스
ⓒ mlb.com
'외계인'이라고 불리는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가장 인간답지 못한(?) 투구를 보인 시즌은 2000년이다. 2000년 페드로는 29경기에 등판해 24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고 217이닝 동안 무려 284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는 괴력을 보여줬다.

피안타율 .167과 선발 투수로 불가능에 가까운 0.737의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을 기록하며 18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2000년 페드로가 기록한 1.74의 평균자책점이었다.

아메리칸리그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이 탄생한 것은 90년 로저 클레멘스(당시 보스턴)이후 처음이었으며 1.74의 평균자책점은 78년 뉴욕 양키스의 론 거드리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더군다나 2000년 페드로가 기록한 조정 평균자책점 285는 20세기 이후 가장 좋은 수치이며 1880년 팀 키페가 기록한 294에 이어 메이저리그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2000년 페드로는 가히 ´외계인´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준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페드로는 그 해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2007년 메이저리그에 2000년의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연상시키는 엄청난 페이스를 보여주는 투수가 나타났다. 바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뉴 에이스 댄 하렌이다. 댄 하렌은 현재 15게임에 등판해 8승 2패를 기록했으며 104이닝 동안 84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하렌은 15경기에서 14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으며 피안타율 .183, WHIP 0.885를 기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삼진이 적고 피안타율이 페드로보다는 높지만 하렌이 현재 기록하고 있는 평균자책점 1.64는 2000년 페드로를 능가하는 수치다.

아직 시즌의 절반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댄 하렌의 현재 페이스는 흥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비록 4월 A-로드의 홈런 페이스를 보고 시즌이 끝나면 120개까지 가능하다는 소리와 같은 맥락이겠지만 하렌이 1.64의 평균자책점을 유지한다면 아메리칸리그에서 2000년 페드로 이후 7년 만에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가 다시 탄생하는 것이고 1968년 보스턴의 루이스 티안트(1.60) 이후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투수가 된다.

또 현재 조정 평균자책점 262를 기록하고 있는 댄 하렌은 월터 존슨을 누르고 이 부문에서도 역대 5위에 올라가게 된다.

물론 하렌이 1점대 평균자책점을 끝까지 유지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위대하게 평가받는 것은 아메리칸리그 투수의 한계라는 1점대 평균자책점을 시즌 내내 유지했기 때문이다. 페드로는 2000년 1.81 이상으로 평균자책점이 올라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멀더가 준 선물 하렌,오클랜드의 영웅이 되다

▲ 페드로에 도전하는 댄 하렌
ⓒ mlb.com
하렌이 1점대 평균자책점을 언제까지 유지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스만큼이나 댄 하렌의 올 시즌이 매우 특별하다는 것이다. 2001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2라운드(전체 72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에 들어온 하렌은 2004년 키코 칼레로 등이 포함된 3대1 트레이드를 통해 오클랜드의 유니폼을 입은 투수다. 당시 하렌의 트레이드 상대는 FA를 눈 앞에 둔 오클랜드의 '영건 삼인방' 마크 멀더였다.

2003년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지난 시즌까지 통산 34승을 거둔 하렌은 결코 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주는 투수는 아니었다. 평균자책점 역시 올 시즌을 제외한다면 2005년의 3.72가 가장 낮은 수치였다.

올 시즌 하렌은 오클랜드의 개막전 선발로 나섰지만 정작 오클랜드 팬들이 진정한 에이스로 꼽은 투수는 부상에서 돌아온 프랜차이즈 스타 리치 하든이었다. 마치 양키스의 개막전 투수 칼 파바노처럼 하렌 역시 그저 제일 첫 경기에 나온 투수에 불과했지만 믿었던 하든이 다시 부상으로 로테이션에서 빠진 후 오클랜드를 구해준 투수는 다름아닌 댄 하렌이었다.

시즌 초반 5할 승률을 오르내리며 지구 4위까지 떨어졌던 오클랜드에 하렌은 자신이 선발로 등판한 15경기 가운데 11승을 안겨 줬다. 오클랜드가 현재 38승 32패를 기록하며 에인절스의 뒤를 이어 서부 지구 2위를 달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하렌이 있었기 때문이다. 배리 지토가 떠난 오클랜드의 새로운 에이스가 댄 하렌이라는 사실에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이제 댄 하렌은 감히 도전조차 불가능해 보이던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빌리 빈에게 축복을 안겨준 댄 하렌의 멈추지 않는 질주가 메이저리그 팬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2007-06-20 18:12 ⓒ 2007 OhmyNews
댄 하렌 페드로 마르티네스 오클랜드 애슬렉티스 MLB 평균자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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