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가슴에 담아서 느끼면 될 뿐

'국토사랑방' 독도답사 참여기

등록 2007.06.26 16:31수정 2007.06.27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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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독도 전경

독도 전경 ⓒ 김영조

“네 이름을 부르러 왔다
네 이름을 불러
세상 아득히
너의 천 년을 전하러 왔다

독도


동해독도 - 고은 ‘독도에서’


a 도동항 작은 산 등성이에 힘겹게 서서 천년을 버틴 향나무

도동항 작은 산 등성이에 힘겹게 서서 천년을 버틴 향나무 ⓒ 김영조

독도에 대한 더 이상의 수식이나 설명은 필요 없다. 그저 느끼면 될 뿐이다. 가슴으로 꼬옥 꼭 담아서. 우린 그렇게 독도를 느끼기 위해서 갔다. '국토사랑방'(회장 이원영 수원대 교수) 38명 식구는 지난 23일 새벽 0시 30분 서초구청 주차장에서, 독도 여객선 출항장이 있는 묵호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새벽에 도착한 우리는 잠을 못자 부스스한 얼굴들로 온천에 가서 지장수탕에 몸을 담근 다음 간단하게 회를 먹으며, 붉게 타오르는 해돋이를 감상했다. 새해 아침이 아니라도 해돋이를 본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이 설레는 일일 게다. 해돋이를 끝내고 얼큰한 곰치국으로 속을 달랜다. 잠을 못잔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듯하다. 묵호항에서 씨플라워호를 타고 울릉도 도동항을 향해 떠났다.

가는 도중 울릉도로 향하는 골재운반선의 모습을 봤다. 울릉도는 오징어와 나물, 그리고 호박엿을 빼면 생산품이 없다나? 역시 건설공사를 위한 골재마저도 육지에서 날라야 하나보다. 나중에 보았지만 지난해 태풍의 급습 이후 파괴된 집들 가운데는 아직 원상회복 하지 못한 것이 부지기수였다.

a 울릉도 도동항에 오징어가 널어져 있고, 그 뒤로 여객선 씨플라워호가 보인다.

울릉도 도동항에 오징어가 널어져 있고, 그 뒤로 여객선 씨플라워호가 보인다. ⓒ 김영조

3시간의 망망대해를 헤쳐 우린 도동항에 도착한다. 배에서 내려 보는 도동항. 우리를 맨 먼저 맞는 것은 작은 산 높은 등성에 힘겹게 서 있는 향나무였다. 도동의 지세를 살피던 이춘호 선생은 그 향나무가 천년은 되어 보인다며 분명 울릉도의 수호신일 거라고 말한다. 울릉도에는 ‘통구미 향나무 자생지’가 천연기념물 제48호로 지정되었고, ‘대풍령 향나무 자생지’ 역시 천연기념물 제49호이다.


독도지킴이 괭이갈매기와 김성도씨 부부

집을 내려놓고, 점심을 먹은 다음 다시 씨플라워호를 타고 독도로 향한다. 1시간 30분을 헤쳐 나가니 멀리서 가슴 벅찬 독도가 떠오른다. 북위 37도 14분 26.8초, 동경131도 52분 10.4초의 동도와 북위 37도 14분 30.6초, 동경131도 51분 54.6초의 서도이다.


우릴 반갑게 맞는 것은 독도지킴이 괭이갈매기. 독도의 동도와 서도를 비롯하여, 작은 섬들까지 온통 똥으로 자신의 관할구역임을 표시해놓은 귀여운 놈들이다. 괭이갈매기는 우리가 배에서 내리자 우리 주위를 비행한다. 또 한 마리는 작은 바위섬 꼭대기에 앉아 그 바위섬에 접근하지 말라는 양 눈을 부릅뜬다. 혹시 왜놈들이 아닌지 감시하는 것일까?

a 독도를 지키는 괭이갈매기들

독도를 지키는 괭이갈매기들 ⓒ 김영조

a 아내와 함께 독도에 사는 유일한 주민 김성도 씨가 작은 어선을 타고 서도에 있는 자기 집으로 가고 있다.

아내와 함께 독도에 사는 유일한 주민 김성도 씨가 작은 어선을 타고 서도에 있는 자기 집으로 가고 있다. ⓒ 김영조

사람들은 여기저기 모여 사진 찍기에 바쁘다. 일본의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상처를 받은 우리 겨레에겐 이곳에 왔다갔다는 확인은 꼭 필요한 것일 테다. 특히 삼형제굴바위를 배경으로 한 사진이 가장 인기 있다. 여기서 우리 회원들도 단체 사진으로 하나가 된다.

유일한 독도 주민으로 독도지킴이와 독도리장을 자처한 김성도씨를 만난다. 그는 이곳 독도에서 40여 년을 살았다나? 그는 서도에 작은 집을 짓고, 조그만 고깃배로 고기잡이를 하며, 아내 김신열씨와 살고 있다고 한다. 이춘호 선생도 김성도씨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이 살지 않으면 땅의 기운도 꺼지고, 일본이 넘볼 빌미를 준다는 것이다.

장마철에 방문한 우리는 화창한 날씨를 보며, 천운이라고 들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독도는 한해 중 55일 정도만이 맑은 날이며,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파도가 거세져 배가 접안할 수 없는데 우리는 그 55일 중 하루를 선물 받은 때문이다. 그 어떤 사람의 농담처럼 이원영 회장이 기를 불어넣은 탓에 장마가 물러난 것일까?

a 국토사랑방 회원들이 삼형제굴바위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국토사랑방 회원들이 삼형제굴바위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 김영조

독도에 발을 디딜 수 있는 시간은 30분. 우리에겐 너무나 짧은 찰나였다. 배를 타라는 해양경찰대 경찰들의 독촉이 빗발친다. 마지못해서 배를 타는 방문객들의 긴 발자국이 깊게 패져 있다. 독촉했던 경찰들은 미안한지 작별의 손 흔들기를 한참이나 하고 있다.

아아! 독도였다. 일본이 말하는 ‘다께시마(죽도:竹島)’가 아닌 돌로 된 섬 독도(獨島)엔 겨레의 혼이 숨 쉬고 있었다. 독도에 무슨 대나무가 있다는 말인가? 그저 독도에 잠시 내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 벅찬 감동을 우린 누린다.

회원들은 접안시설을 확충하고, 독도에서 좀 더 의미 있는 행사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짙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김성도씨 부부만이 아닌 더 많은 주민이 살아 실효적 지배를 확보하는 방향이면 좋겠다는 말들도 한다. 정부당국도 독도의 훼손을 적잖이 고민하고 있음일 것이다.

울릉도의 동동주는 나를 단순 사진사로 만들었다

a 아름다운 도동항 바닷가 산책길의 야경

아름다운 도동항 바닷가 산책길의 야경 ⓒ 김영조

울릉도로 돌아와 우리는 독도박물관을 관람한다. 그곳엔 독도가 우리 땅임을 증명하는 각종 문헌이 있고, 설피와 키 등 민속 유물도 보인다. 그리곤 독도를 다시 보기 위해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오른다. 케이블카를 처음 타니 고소공포증이 꿈틀거렸지만, 전망대에선 날씨가 시원치 않아 보이지 않는 독도를 한참이나 바라본다.

전망대에서 마시는 울릉도 동동주 맛은 어떨까? 사진기 셔터를 부지런히 눌러대는 내게 여성 회원들이 동동주를 권한다. 아! 그 동동주 맛에 나는 마구 셔터를 누르고 있다. 기자의 신분이 아닌 그저 회원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카메라맨으로 둔갑해 버렸다. 그래도 나는 동동주 맛이 좋다. 아니 동동주를 권하는 회원들이 좋다.

저녁 식사를 한 뒤 우리는 도동항 주변의 바닷가 산책로를 돌아본다.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절벽 위를 철책에 의지하며, 헤집고 다니는 묘미를 맛본다. 정말 아름다운 산책로다. 일부 젊은 회원들이 새벽에 성인봉에 올라가 해돋이를 또 보겠다며, 서둘러 잠을 청한다. 그런데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1시간 30분의 산 오름만 남긴 채 그들의 성인봉행을 막았다.

계속 질척질척 내리는 비는 울릉도 일주를 방해한다. 울릉도는 천혜의 섬으로 구경할 데가 참으로 많아 보였지만, 버스에서 내려 둘러보기도 어렵고, 길 곳곳에 돌과 바위가 산에서 떨어지기 시작하여 운전기사도 긴장하고 있다.

a 울릉도의 코끼리섬

울릉도의 코끼리섬 ⓒ 김영조

길도 험하고 가파르다. 좁은 땅에서 높은 곳에 오르는 방법은 길을 360도로 돌게 하는 '8자도로'였다. 운전기사의 말로는 팔자도로를 어떻게 타느냐에 따라 팔자를 고치기도 하고, 팔자를 망치기도 한다나? 곳곳에 설치된 굴(터널)의 대부분은 일방통행이어서 한참을 기다린 뒤 신호등을 따라 들어가야만 한다.

중간에 울릉도 특산품이라는 호박빵과 호박제리를 생산하는 공장에 들른다. 회원들은 울릉도를 방문한 증거를 남기기 위해 하나씩 사둔다. 자연산 섬더덕을 파는 곳도 있다. 또 곳곳엔 이 지방 특산물인 취나물, 섬부지갱이 등 각종 나물 밭이 즐비하다.

버스 운전기사는 관광안내를 한다며 질펀한 성적농담을 마구 쏟아놓아 잠시 웃던 회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회원들은 별로 재미도 없고, 대부분 아는 옛 버전으로 일관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시원찮은 관광객을 반응을 보아 성적농담을 삼가야 했었다고 일침을 놓는다.

더군다나 끝 무렵엔 봉사료를 주지 않는다고 험한 길을 마구 내달려 탑승객들을 불편하게 한 것도 지적받아야 했다. 광광버스 기사들은 울릉도의 이미지 그것일 텐데 좀 더 생각하는 운전과 광광안내가 필요할 일이다.

회원들의 성숙함이 빚은 의미 있는 여행

a 묵호항에서 본 해돋이 광경

묵호항에서 본 해돋이 광경 ⓒ 김영조

하지만 그런 옥에 티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은 참으로 의미 있었다고 모두들 입을 모은다. 뜻 깊은 독도 여행도 그렇거니와 10대 어린이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섞여 아무런 잡음 없이 여행을 마쳤다는 것은 슬기롭게 모임을 이끄는 이원영 회장과 호승호 총무를 비롯하여 모든 회원들의 성숙함이 빚었다는 평가들을 한다.

많은 사람은 관광을 그저 놀고, 먹고 즐기는 것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그 끝은 무언가 남기는 일이 되어야만 할 일이다. 이 여행은 유일하게 참여한 초등학생 이택호 어린이의 일생에 중요한 나침반으로 작용할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그렇게 '국토사랑방'은 그저 단순한 관광이 아닌 나라 땅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주려는 염원이 만들어가는 모임이리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대자보, 수도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대자보, 수도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독도 #울릉도 #괭이갈매기 #국토사랑방 #이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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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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