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2일, 24개 대학 입학처장들이 '내신 50% 반영' 등의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교협
"대학들도 새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전형계획 수립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2006년 5월 2일에는 전국 24개 대학 입학처장이 모여 '학생부 50% 이상 반영', '논술고사 최소 반영' 등을 내용으로 공동입장을 발표하였고…."
서울지역 고교 진학지도 교사들이 올해 초 받아 본 '2008학년도 대입제도의 이해'란 자료에 나온 내용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이 자료에는 2006년 9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취합한 각 대학들의 내신강화 계획안도 들어가 있다.
교사 연수자료 "대학들이 학생부 50% 이상 반영"
고교 교사들은 교육청의 이 같은 자료에 따라 학생들을 가르쳤다. 대부분 고교생이 내신 50% 반영을 '철썩'같이 믿고 공부를 해왔다는 얘기다.
지난해 5월 2일 '학생부 50% 이상 반영'을 담은 입장 발표에 참가한 대학들은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모두 24개.
당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자료를 보면 이들 대학은 "수시 정시모집 모두 학생부 비중을 50% 이상 확대, 대학별 고사(논술)는 최소한으로 반영, 소질 및 적성을 살리는 다양한 전형, 동일계 진학, 소외계층 배려,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특별전형 도입 등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날의 '대국민 약속'에 함께 한 일부 대학들이 1년 만에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최근 말썽이 되고 있는 이른바 '명문' 국립·사립대학들의 '내신무력화' 행동이 그것이다.
참여정부 정권 말기, 대선과 대입을 코앞에 두고 벌어진 이 같은 사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런 상황에서 대입 논의에 깊숙이 개입해온 청와대 관계자가 '대학의 약속 파기 행위' 실태를 밝힌 뒤,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발표해 온 기조와 내용을 흔드는 것은 국가 기강을 흔드는 일"이라고 경고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최경희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은 28일 청와대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2004년, 2008대입제도를 마련하는 과정에는 서울대, 연세대를 비롯한 주요대학의 입학처장들이 참여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2004년 당시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 마련을 위해 만든 특별위원회 위원은 대학 총장과 입학처장 등 3명, 대입전문가 3명을 비롯, 모두 19명.
최 비서관은 이 특별위원회 위원들의 논의과정을 소개하면서 "수능시험의 등급화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지만 학생부 반영비중 확대에는 이견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학생부가 중심적인 전형자료로 활용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사정에 따라 "학생부를 중심으로 하고 수능시험의 변별력을 완화하여 보완적인 자료로 활용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2008 대입제도 개선안이 마련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 논의 당시에는 서울대, 연세대 등 대학들이 '내신 강화 방안'에 동의했다는 설명인 것이다.
이어 최 비서관은 "2006년 5월에도 서울대 및 서울 주요 사립대 등 대학들은 '학생부 반영비중 50% 이상 확대' 등 기본 방향에 대해 합의하고 이를 발표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글 끝부분에서 "2008 대입안이 발표된 이래 학생들은 정부의 발표를 믿고 학습하고 준비해왔다. 이제 2008 대입안은 전국 입시생들에게 공적 신의의 성격을 지닌 것"이라면서 "이것은 흔들릴 수 없는 약속이기 때문에 발표 내용을 흔드는 것은 국가 기강을 흔드는 일"이라고 대학들의 약속 파기 행위를 비판했다.
교육시민단체 "약속 '헌신짝' 대학 돌며 릴레이 집회"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대학들의 약속 파기 행위를 규탄했다. 윤근혁
교육시민단체들 역시 대학들의 약속 파기 행위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전국사립대교수회연합회, 전교조 등 20개 단체가 모인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교육연대)는 지난 26일 교육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2004년, 교육부는 교육전문가들의 연구와 토론,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 2008학년도부터 내신 위주의 대입시 전형안을 시행할 것을 발표하였다"면서 "각 대학들은 특목고 광풍을 휘몰아올 '내신 무력화 입시전형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한만중 교육연대 정책실장은 "일부 대학들이 돈 있는 부유층에 속하는 특목고생을 하나라도 더 뽑으려고 하다 보니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런 사정이 2008학년도 새 대학입시안 첫 적용을 앞두고 정권 말기라는 시대 상황과 겹쳐 최근의 일대 혼란을 만들어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정명신 교육연대 운영위원장은 "일부 대학들이 앞으로도 학생과 학부모와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벗어던진다면 대학을 돌며 릴레이 항의집회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주요 신문의 보도 태도와 달리, '대학의 약속 파기' 행위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게 교육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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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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