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선 왜 팝콘만 팔고 감자칩은 안 팔까?

<귀가 열리는 청각이야기> 에서 소리의 비밀을 밝힌다

등록 2007.06.30 18:47수정 2007.06.3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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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책 표지 영교출판
의아한 일이다. 정말 영화관에서는 왜 팝콘만 파는 것일까?

그렇다면 또 한 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라마다 불상의 모습들은 다르지만 왜 한결같이 귀가 길까? 모든 불상들의 귀는 긴데 어떤 불상은 어깨에 거의 닿을 정도로 귀가 긴 것도 있다.

물 위의 사람 목소리를 물속의 물고기가 들을 수 있을까? 코브라는 춤을 출 때 정말 피리소리를 듣고 거기에 맞춰 흥을 내는 것일까? 백화점에서 틀어주는 음악 속에 담겨있는 비밀을 아세요? 등등.


이런 목차로 되어 있는 책을 들추다보면 이 책이 '소리'와 '청각'에 대한 재미있는 생활과학 이야기를 풀어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목차를 보고서 관심이 끌려 책을 사는 사람이 있을 것이지만 내가 만약 이 책을 사기전에 목차부터 볼 수 있었다면 분명 책을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책을 산다면, 초·중등학생 조카가 있어서 선물용으로나 샀을 것이다.

나는 '귀'와 '청각'이라는 단어만을 보고 이 책이 나를 위해 나온 책이라고 속단해 버렸다. 고함을 질러야 겨우 한 두 마디 알아듣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항상 가슴이 메어졌기 때문이다. 옆집 할머니가 놀러 오셔도 한 시간을 채 못 버틴다.

우리집에 오는 손님들도 한두 마디 어른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내 돌아앉는다. 듣지 못하는데서 비롯되는 어머니의 일방적인 이야기는 사람들을 지루하게 하고 지치게 만든다.

물리적 신체조직으로서의 어머니의 '귀'와 쌍방소통의 귀중한 기관으로서의 어머니의 '청각'능력을 생각하고 읽기 시작한 이 책 <귀가 열리는 청각이야기>는 몇 장 넘기지 않아서 내 기대에서 빗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책을 놔 버리기에 뭐가 늦었냐하면 이미 이 책의 재미 속으로 내가 빠져 들었다는 얘기다.

결국은 이렇다. 우리가 잘 들을 수 있다는 그 한 가지 이유로 놓치고 있는 일상의 생활현상들을 이해하게 되는 재미. 클래식을 틀어주면 식물들이 잘 자라고 헤비메탈 음악들은 식물 뿐 아니라 아이의 정서적 성장에 해를 끼친다는 것쯤은 이제 상식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왜 그럴까? 그 이치를 귀와 청각의 차원에서 속 깊이 알게 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재미고 소득이다.


초·중고등학생의 교육용 도서로 만들어진 이 책은 영교출판에서 펴내는 <과학과 역사의 오감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오감(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는 다섯 감각)은 우리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정보 입수 기관이다. 오감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며 뭔가를 결정한다.

저자는 주장하기를 이 오감은 초기 인류들은 탁월한 기능을 보유했었지만 기계문명에 의존하고 편한 것을 쫒다보니 거의 다 퇴화하여 신체로서의 원래기능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실례로 신발을 신고 다니면서 발바닥의 예민한 맨발 감각을 잃어버렸고, 자동차를 타면서 다리 근육과 하체 발달이 멎어버렸다는 것이다.


눈이 순간적이고 감각적이라면 귀는 신중하고 이성적이다. 왜냐하면 시각은 보이는 대로 판단하지만 소리는 들리는 것을 놓고 여러 차례 연상작용을 거쳐 판단하게 하기 때문이다. 보다 확실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들었던 소리를 다시 되새겨 보게 한다. 그러고 보면 영상물이 감각적인 메시지 전달에서는 우수할지 모르나 깊은 연상작용을 일으키기에는 문자나 소리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이런 가정도 가능 할 것이다. 남자는 눈에 보이는 것에 약하고(벗은 여자의 몸매), 여자는 들리는 소리에 약하다(사랑한다는 달콤한 속삭임)는 말에 대해서다. 남자는 감각적이고 단순한데 비해 여자는 신중하고 소심하며 감성적이라는 평가가 일맥상통 한다는 가정이다.

경찰이 유괴범과 대치할 때 종종 사용하는 방법이 유괴범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회유도 다 거절하고 부모와의 면담조차 마다하는 유괴범도 전화가 걸려오면 습관적으로 받고 본다는 점을 이용하여 인질극 상황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른 새벽에 잠을 깨서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 새가 있는 위치, 그 새 주변의 풀과 꽃과 이슬과 나무들의 상태 등을 눈을 감고 상상 해 보면 찬란한 삼라만상이 펼쳐진다. 날씨와 온도와 계절에 따라 상상의 날개위에서 펼쳐지는 우주자연의 자태는 새소리 하나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전개된다.

'소리를 안다'는 것이 귀가 뚫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앎과 동시에 귀를 잡수신 우리 어머니도 얼마든지 '소리를 볼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영교출판. 2007. 글쓴이는 박영수. 그린이는 이영흠)

덧붙이는 글 (영교출판. 2007. 글쓴이는 박영수. 그린이는 이영흠)

귀가 열리는 청각 이야기

박영수 지음, 이영흠 그림,
풀과바람(영교출판),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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