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위안부 할머니의 삶을 담다

유월 마지막날, 창작21작가회 나눔의 집 문학축전 열어

등록 2007.07.01 16:10수정 2007.07.0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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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나눔의 집 마당에 시와 그림을 함께 담은 시화가 걸렸습니다. 그림은 대부분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입니다. 그러니까 시화는 시들과 할머니들의 그림이 함께 어우러진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시들은 대부분 할머니들의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건 시와 할머니의 삶이 만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유월의 마지막 날인 6월 30일, 창작21작가회에서 나눔의 집을 찾아 마련한 문학축전의 자리였습니다. 벌써 여섯번째 자리입니다. 그 자리에선 지영희 시인의 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요'가 돌아가신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 '못다 핀 꽃'과 만나고 있었습니다.


시인의 시는 '열 일곱 살 때 / 빨간 치마 연두 저고리 회장 달아 / 입는 꿈을 꾸는 처녀'였던 할머니의 옛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일본의 '군홧발에 짓이겨'지던 시절을 함께 앓습니다. 시들은 할머니들의 삶을 담고 때로는 일본에 분노하고, 또 때로는 할머니들의 삶을 외면했던 우리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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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행사는 조촐했지만 몇 년 째 이어지고 있는 내실있는 행사입니다. 근래에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이 미의회의 소위원회에서 통과되어 본회의 상정을 눈앞에 두면서 할머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두고 이들은 마치 자신들의 일인 듯 기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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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한국시인협회 회장이기도 한 오세영 시인은 "우리는 모두 여자에게서 태어납니다"란 말로 축사의 첫머리를 떼었습니다. 시인은 우리를 세상에 내놓은 그 여자가 어머니이고, 바로 그 우리의 어머니를 짓밟았다는 점에서 일제의 만행은 용서할 수 없는 가장 흉포한 만행이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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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행사에 함께 하고 있던 이옥선 할머니의 발입니다. 온통 파스 투성이입니다. 나이 들면 몸이 아픈 것은 당연하지만 할머니의 고통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질 않습니다. 할머니의 발과 다리에 엉겨붙은 파스는 마치 누군가 밟고 지나간 자리처럼 보입니다. 자꾸만 일제의 군홧발이 그 자리에 겹쳐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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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나눔의 집을 찾는 것은 시를 들려드리려는 것보다 사실은 할머니를 보고, 할머니의 얘기를 듣기 위함입니다. 박옥선 할머니가 열여덟에 만주에서 시작된 위안부의 삶을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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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원래는 문학축전 행사였는데 이날 나눔의 집을 찾아준 외국인들이 있어 갑자기 행사가 합동 공연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중에는 미국인인 조슈아가 있었습니다. 조슈아는 미국의 시카고대학을 졸업한 사람으로 오래전부터 나눔의 집을 자주 찾고 있습니다.

음악을 하는 그는 한국 음악에 관심이 많고, 할머니들의 삶을 음악에 담고 싶어합니다. 낯이 익어 그가 노래를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할머니들이 노래 한마디 하라고 하자 그는 황해도 민요인 서도소리 한 대목을 뽑았습니다. 할머니들이 아주 즐거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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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이 날은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단체로 찾아왔습니다. 문학축전의 행사 사이에 잠깐의 시간을 할애 받아 할머니들께 노래도 들려드리고, 또 인도춤도 선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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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완전 수동 자막입니다. 원어민 교사들이 다 함께 부르는 아리랑을 마지막 순서로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노랫말을 모르는 외국인들을 위해 아리랑의 가사를 영어로 마련했습니다. 물론 다 함께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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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다시 시인들과 할머니들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떤 시인은 일본이 할머니들의 가슴에 못을 박아 못이 되어 버린 할머니를 노래합니다. 아픈 노래이지만 노래할 때마다 그건 할머니의 삶에서 아픔을 퍼내어 그 삶을 함께 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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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이옥선 할머니입니다. 할머니는 이렇게 사람들이 찾아주고 함께 해주니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나눔의 집은 경기도 퇴촌의 원당리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을에 집들이 여러 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적한 편입니다. 적막이 감싸고 돌면 마치 버려진 곳 같은 느낌이 들게 마련입니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좀 떠들썩해야 제맛인 듯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나눔의 집 홈페이지: www.nanum.org 또는 www.cybernanum.org
나눔의 집 후원 및 자원봉사 문의 전화: 031-768-0064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 -->김동원의 글터  

덧붙이는 글 나눔의 집 홈페이지: www.nanum.org 또는 www.cybernan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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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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