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마지막... 쓰러져도 원망 않겠습니다"

일본 우토로 주민 대표들, 국회 방문해 '마지막 청원'

등록 2007.07.23 21:20수정 2007.07.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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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일본 우토로 마을의 토지매매 교섭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23일 오후 국회를 찾은 우토로 주민들이`우토로를 생각하는 의원모임`이광철, 나경원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다.

일본 우토로 마을의 토지매매 교섭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23일 오후 국회를 찾은 우토로 주민들이`우토로를 생각하는 의원모임`이광철, 나경원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3일 일본 교토의 우토로 주민대표들이 국회를 찾았다. 22일 광화문 문화행사, 23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에 이어 고국의 '선처'를 호소하는 마지막 기자회견이었다. 하지만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주민들 얼굴에는 무거운 근심이 가득했다.

"저희에게 21,120㎡(6400평) 우토로 토지를 매입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이 없습니다. 최대한 마련을 해보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제 땅 주인인 부동산업자도 더 이상 우토로와 매매 교섭을 할 수 없으며, 7월 31일까지 매입여부를 알려달라고 통보해 왔습니다. 아니면 이 땅을 사겠다는 3자에게 팔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강제철거가 닥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날 국회 기자회견장인 '정론관'에서 우토로의 실상을 설명하며 말문을 연 주민회장 김교일씨의 목소리는 간곡했다. 그는 이번 한국 방문이 우토로의 실상을 알릴 '마지막 청원'이라고 강조했다.

"강제철거는 시간문제, 다시 한번 마지막 호소"

"이번에 한국을 찾은 것은 국민들께 이러한 실정을 이야기할 마지막이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우리에게 차갑기만 한 일본 정부보다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신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마지막 호소를 부탁드리며, 우토로 동포가 모두 쓰러지는 날이 오더라도 원망은 하지 않겠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우토로 주민들은 마지막 탄원서와 함께 주민 수만큼의 꽃송이를 이 자리에 참석한 강혜숙·김형주·나경원·이광철 의원에게 전달했다.

'우토로를 생각하는 의원모임' 공동대표인 나경원 의원(한나라당)은 "저희가 나름대로 2005년부터 모임을 만들어 국내에서 모금활동을 해왔지만 그동안 미진한 부분이 많아 부끄러웠다"며 "오늘 국회에 와서 저희에게 꽃다발을 준 것은 앞으로 더 노력하라는 의미이고 여야 의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광철 의원(열린우리당)은 "우토로 문제는 한일관계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사안으로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는 책임 있게 논의를 해야 하며, 주민들이 60년 동안 살아온 것처럼 영원히 이곳에서 살 수 있도록 온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적어도 우토로 문제만큼은 여야 사이에 이견이 없는 셈이다.

우토로 문제는 6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0년대 태평양 전쟁을 벌이던 일본은 교토시의 '우토로'에 비행장을 건설하기 위해 조선인들을 강제 동원했다. 그러나 전쟁의 패색이 짙어가던 1945년 8월 비행장 건설은 중단되었고 일본 정부는 어떠한 전후보상도 하지 않은 채, 그들을 이 곳에 남겨두고 떠났다.

고향에 당장 돌아갈 수 없었던 조선인 노동자들에게 우토로는 일본 사람들이 사는 동네처럼 잘 갖추어진 마을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되었다. 또한 '조센징이 사는 무서운 마을'이라는 손가락질, 우물물을 먹다 번진 전염병, 불을 끌 소화전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에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 돕고 어려움을 이겨내며 살아왔다.

그러나 땀으로 일궈낸 우토로 주민들의 행복은 잠시뿐이었다. 1987년 땅 주인이 일본 정부에서 닛산으로 넘어가고 또 이 땅이 다시 부동산업자들에게 넘어가면서 그들은 하루아침에 쫓겨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후 이들은 10년 동안 피고인의 신분으로 법원에 다녀야했다. 특히 1999년 대법원에서 소송이 기각된 날부터는 지금까지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며 살아왔다.

이들의 딱한 사정이 한국에 알려지며 잠시나마 희망이 생기기도 했다. 2005년 우토로 국제대책회의가 결성되고, 5억여원의 후원금이 모아졌다. 또 외교통상부는 반기문 장관 시절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 장관의 지원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5억원은 100억원 안팎의 토지 매입비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래서 우토로 주민들은 이번에 고국을 방문해 '마지막 청원'을 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손기영 기자는 <오마이뉴스> 6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손기영 기자는 <오마이뉴스> 6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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