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7.07.27 15:25수정 2007.07.27 15:25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시원한 나무그늘아래서 송유미
여름은 하나의 꽃다발, 시들줄 모르는
영원한 꽃다발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언제나
자기 상징의 청춘을 취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주 새롭고 아주 신선한 봉헌물이다.
<유년시절을 향한 몽상-바슐라르>
꿈속 같은 옛날 속으로... 피서를 떠난다
며칠 사이 푹푹 아스팔트가 달아올랐다. 이 여름을 어떻게 지낼까. 미리 더위에 겁이 난다. 낡은 음악테이프를 찾아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을 들을까. 아니면 말라르메의 시<목신의 오후>를 읽다가, 스르르 낮잠 속으로 빠져들어, 아름다운 요정들과의 사랑의 꿈을 꾸며 이 무더위를 잊어버릴까. 아니면 푸른 배낭을 메고 정처없이 훌쩍 피서를 떠날까.
푹푹 찌는 열대야를 현명하게 이기는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집안은 덥고 밖은 땡볕이 내리쬐는데, 우리 동네 할머니들은 함지에 삶은 감자를 담아서 나와, 한담에 시간이 가는 줄도…, 더위도 느끼지 못하는지,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서 도란도란 지난 이야기에 한가롭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일까….
한참 모심기에 바쁜 여름날, 새참을 이고 논두렁길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가면서 이야기하듯이, 가뭄 걱정, 물 걱정, 서울로 공부 간 자식 걱정 등 부지깽이도 바빴던, 그 모진 보릿고개의 고된 시집살이들을 이제는 추억처럼 이야기하는 것일까. 곁에 가서 이야기를 걸 수 없는 것은 왜일까. 멀리서 셔터를 누르니 한 할머니는 무슨 소리인가 뒤돌아 본다. 나는 슬며시 고개를 외면하고 지나친다. 무슨 죄를 짓듯이.
집 비둘기들은 피서를 모른다?

▲싱싱한 채소가 왔습니다... 송유미
온 동네 길이 매우 한산하다. 뜨거운 땡볕에 나서기 힘든 탓일까. 쌈지공원에 아이들도 보이지 않고, 집 비둘기만 모여 산책을 하고 있다. 여름 더위를 피해 철새들도 다 떠난 무더운 날씨에 집 비둘기들은 이 더위를 피해 피서를 가지 않고 불볕 아래 그저 모이를 줍기 바쁘다.
"채소 사세요", "토종 계란이 왔습니다", "싱싱한 갈치가 왔습니다"라고 떠드는 메가폰의 투박한 사투리 소리만 들려오는 여름의 오후, 머리를 식힌다고 나온 쌈지공원에도 이젠 그늘이 없다. 나무그늘이 넉넉하지 않은 쌈지공원의 비둘기의 산책을 지켜보며 그들의 이열치열에서 이 무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그늘만 찾는다는 것이 왠지 인간이 되어서 부끄럽다.
새들의 세계처럼 인간 세상도 이 무더위를 피해서 피서가는 사람들보다는 피서를 맞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텅 빈 도시를 지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녀름', 그리고 태양의 계절
여름의 15세기 표기는 '녀름'이었는데, '너름'이 원형이다. 너름의 어근은 '널-'인데, 날(日)과 같은 어원이니, 여름은 태양의 계절이라 하겠다. '날은' 곧 태양이니 고대인의 시간관념의 대상이 태양이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 옛날 여름의 신 축융은 더위를 몰아오는 불 단지를 관리했다지만, 지구는 온난화 현상으로 더욱 더위가 기승을 부려간다. 요즘은 여름의 초입 단옷날의 행사도 찾을 수 없고, 약쑥을 베어 다발로 묶어서 대문에 매달아 여름의 액운을 물리치는 풍습도 없다. 밤이면 모깃불을 피워 놓고 밤하늘에 별을 보며, 이름을 붙여주던 낭만도 너무 먼 곳에 있는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동네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구운몽>의 꿈속처럼 멀고 아득한 옛날이야기에 하염없이 깊어가고, 메가폰으로 떠드는 채소장수 소리에 하나 둘 나오는 주부들은 잡다한 집안일을 하다가 나온 모습으로 흥정을 시작한다.

▲비둘기의 여름 지내기 송유미
지구는 태양을 향해 돌고 도는데, 인간의 삶은 잠시 수레바퀴를 멈춘 듯.
그대, 플라타너스 푸르른 칠월이다.
파란 지느러미를 달고 바다로 가자.
저 깊은 바다속 물고기처럼 자유로와지자.
이마를 파랗게 적시도록
파도소리를 들으며 모래밭을 뒹구는
빈 콜라병처럼 나를 비워버리자.
그대여, 한 장의 나뭇잎으로 가슴을 가리고
에덴의 해변으로 길을 떠나자.
여기는 여름 동화 속
한 마리 인어처럼 왕자를 기다리자.
장미빛보다 붉은 태양의 입술이 불타오르고,
섬들은 파도에 옷을 벗는다.
오,칠월의 블루빛 여자들이
바다가 되어 출렁인다.
'햇빛사냥' - 자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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