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없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포토에세이] 물골에서 만난 곤충들

등록 2007.07.27 16:00수정 2007.07.2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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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을 찾은 줄점팔랑나비
▲백일홍을 찾은 줄점팔랑나비 김민수
물골의 밤이 깊다. 인공의 빛이 사라진 만큼 자연의 빛이 살아난다. 장마철의 끝자락이라 하늘의 별은 보이지 않지만 별빛이 아니라도 희미하게 수묵화처럼 펼쳐지는 산등성이가 원근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연의 빛만 살아오는 것이 아니다. 인공의 소리가 귓전을 때릴 때에는 들리지 않던 개구리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풀벌레의 소리뿐 아니라 산짐승의 소리까지도 들려온다.


'바스락!'거리는 작은 소리에 온 몸의 촉감이 살아난다.

백일홍 이파리를 찾은 잎벌레
▲백일홍 이파리를 찾은 잎벌레 김민수
인공의 빛과 인공의 소리와 잠시 떨어져있음으로 조금 불편함을 감수해야했지만 다음 날 아침 나의 몸은 이전보다는 조금 더 자연을 닮아있었다. 산새들이 분주하게 날고, 뻐꾸기, 딱따구리, 산비둘기와 어려서 봐왔지만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이 푸른 공간을 자유로이 날아다니고 있다.

귀뚜라미
▲귀뚜라미 김민수
'설마 저 작은 놈이 밤새워 울던 그 귀뚜라미는 아니겠지?'
아직 성충이 되지 않은 작은 귀뚜라미의 투명한 몸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미 마당 한켠에 피어난 꽃들을 찾은 손님들이 즐비하다. 오랜만에 맑은 아침을 맞이한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짝짓기를 하고 있는 몽고청동풍뎅이
▲짝짓기를 하고 있는 몽고청동풍뎅이 김민수
천천히 숲으로 난 길을 따라 걷는다. 녹음이 한껏 짙어진 숲으로 들어가는 쉽지 않다. 우거진 풀도 풀과 풀잎마다 맺혀있는 이슬과 S라인으로 유유하게 숲 속으로 사라지는 뱀이 숲 속의 파수꾼이 되어 숲 속의 잔치를 방해하지 말라고 한다.

짝짓기를 하고 있는 노린재
▲짝짓기를 하고 있는 노린재 김민수
가까스로 누군가 걸어간 길, 길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을 따라 걷는다. 풀섶에서는 짝짓기를 하고 있는 곤충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연한 이파리들을 갉아먹고 있는 애벌레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며느리배꼽 이파리를 찾은 작은 곤충
▲며느리배꼽 이파리를 찾은 작은 곤충 김민수
그들은 누구일까?
애벌레일 때에는 징그럽다고 만지지도 못하다가 몇 번의 탈피를 마치고 하늘을 훨훨 나는 예쁜 나비라도 되면 보기만 해도 황홀해한다. 그 안에 들어있는 그들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큰제비고깔을 찾은 잠자리
▲큰제비고깔을 찾은 잠자리 김민수
둘이 만나 서로를 각별하게 만드는 사이에는 사랑이 있다. 하나인 듯 둘이고, 둘인 듯 하나인 사랑, 연애하는 듯 그들은 그렇게 하나로 서있다.


본래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뭘하고 있는 것일까? 목적을 위해서 인간을 수단화시키는 일들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행해지고 있다. 그런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인간의 심성이 황폐해졌다.


산초나무의 꽃을 찾은 갈색여치(?)
▲산초나무의 꽃을 찾은 갈색여치(?) 김민수
그들 없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그들 없이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면서 얼마나 우리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일까? 그 착각에서 깨어났을 때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곳이 아니길 기도할 뿐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우리 곁에 있었던 그들이 점점 우리에게서 멀어져 간다. 그들이 멀어진 만큼 우리들도 비인간화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으아리를 향해 힘차게 날아오는 벌
▲으아리를 향해 힘차게 날아오는 벌 김민수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때론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 진실이 있음을 아는 이들은 소박한 삶을 살아간다. 조금 더 소박하게 살아가면서 느끼는 거룩한 불편, 그것을 감내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만이 조금 더 사람다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과 행동사이에 커다란 강이 존재하고 있음에 몸서리치며 통곡을 한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자로다!' 탄식할 수밖에 없다.

백일홍을 찾아온 산호랑나비
▲백일홍을 찾아온 산호랑나비 김민수
다시 도시로 돌아오니 인공의 소리와 인공의 빛이 가득하다. 자연의 소리와 빛은 어디로 간 것일까?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터인데 우리의 귀와 눈을 인공의 소리와 빛에 빼앗기고 살아간다.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도 없는 귀머거리가 되어, 자연의 빛을 볼 수도 없는 장님이 되어 살아간다. 그래도 여전히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진정, 나는 행복한가?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자꾸만 행복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물골'은 강원도 갑천 하대리 부근의 작은 동네입니다.

덧붙이는 글 '물골'은 강원도 갑천 하대리 부근의 작은 동네입니다.
#물골 #강원도 #갑천 #하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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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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