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7.07.28 14:10수정 2007.07.2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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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뭐해?"
"이사 가서 먹을 김치 담아."
이사 날짜를 며칠 앞둔 이틀 전 두 가지의 김치를 담갔다. 김치 담그는 일도 이사 준비 중에 한 가지. 내가 김치를 담근다고 하니깐 딸아이는 웃는다. "이사 가는데 김치는 왜 담그냐고?" 그러나 이사 날짜를 며칠 남겨두고 나는 꽤나 한가하다. 세상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20년 전 서울에서 시흥시로 이사올 때는 그곳에서는 물론 이 먼곳까지 동네 아저씨들이 모두 동원되다시피 했다. 등에 짐을 이고 지고, 손에 들고 부지런히 짐을 옮겼다. 이웃이 없으면 이사하기가 싶지 않을 그럴 때였다.
그런가 하면 시흥시에 이사 와서 20년을 살면서 한번의 이사를 더한 것이 10년 전이었다. 그때에도 지금처럼 포장이사가 일반화되지 않을 때였다. 요즘말로 일반 이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이곳으로 이사 올 때도 난 이삿짐을 싸느라 거의 한달 전부터 바빴다.
묵은 먼지도 털어내고, 이불 빨래하고, 옷 정리, 그릇정리 등을 하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리곤 사다리차로 짐을 날라 이삿짐 차에 실었다. 사람이 일일이 날라서 차에 싣지 않는 것도 일을 많이 덜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다리차가 없었더라면 엘리베이터로 일일이 날라야 하고 사람들도 많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다리차 하나가 덜어주는 일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세상이 하루하루가 달라지면서 다른 사람들이 한다는 포장이사를 봐왔다. 다른 사람이 포장이사를 하는 것을 봤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한달 전쯤, 이번에 이사 견적을 뽑으러 이삿짐센터 사장이 나왔다. 난 일반이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정리를 하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싶다면서.
그러나 그 사장은 "가끔 그런 분이 계세요. 정리도 하고 싶다면서. 그러나 이사 당일 가보면 이삿짐을 나를 수 없게 포장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요. 그러니깐 다 맡기세요. 이사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와서 포장을 하면 잘해요"한다. 하기야 포장을 하려면 단단한 박스도 많이 필요하고 가족들의 고생도 만만치 않을 터. 모든 것을 이삿짐센터에 맡기기로 했다.
그러기 전에도 가족들도 이번에는 엄마 나이도 있고, 이사하고 나서 힘들어 아픈 것보다 훨씬 나니깐 포장이사를 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난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내 살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는 것이 이상하기도 했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이 익숙하지 않아 '힘들어도 내가 해야 편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맡기긴 했어도 시간이 날 때마다 포장하기 힘든 자잘한 것들은 미리 미리 포장을 해서 짐을 꾸려놓기도 했다. 그런 나를 보고 남편은 이상하다는 듯이 "이삿짐센터에서 알아서 잘 해줄 텐데. 왜 고생을 사서해"하는 말도 심심치 않게 하곤 한다.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게 내가 촌스러워서 그런 것이 습관이 안 되어서 그런가 봐."
그런데 이제는 조금씩 지쳐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감기도 오고, 굉장히 피로함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밥맛은 더욱 없어졌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그래, 포장이사 결정하기를 잘했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이사를 한번 하려면 이것저것 신경 쓸 일도 많다. 모든 우편물에 주소도 옮겨야 하고, 컴퓨터, 가스, 전화 전입신고 등. 거기에 이삿짐도 내가 책임지고 하려고 하면 더욱 지칠 것이다.
이사도 하기 전에 병이 나면 안 되니깐 그동안 몸 관리나 잘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새로운 문화 시스템을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게 다른 사람의 좋은 의견을 들을 때는 내 편견과 쓸데없는 고집을 버리고 들어야 한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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