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7.07.28 14:36수정 2007.07.2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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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지 않으면 잊게 된다. 세상을 뒤바꿀 정도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해도 그것을 당장 메모해 두지 않으면, 한갓 추억으로 끝나게 된다.
기록은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갖고 있다. 기록이 없었다면 역사가 여러 번 바뀌었을 것이다. 그것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인간사는 곧 기록을 하는 자의 역사라고 할 것이다.
기록을 하지 않았거나, 남기지 못한 쪽은 설사 그들의 주장과 당위성이 우위였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다보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질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승자의 입장, 즉 기록을 남긴 자의 입장에서 역사를 배우며 익히고 있다. 기록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기록하는 방법과 매체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문서화하는 방법과 음성화, 영상화 등의 방법이 있으며, 구체적인 매체로는 실로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 기록을 위해서는 가장 으뜸이 되는 것이 생각의 단초를 메모하고, 기억해 내는 것이다.
사람의 기억은 한계가 있다. 용량도 그렇지만, 시간적으로도 그러하다. 평생 잊지 못할 충격이나 비밀 등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망각하게 된다. 사람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잊기 때문에 오히려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날 때마다 기록해 둘 수 있다면 기억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이 자신의 모든 것을 일일이 다 기억할 필요는 없겠지만, 필요한 부분은 기록하고 남겨둬야 한다.
간단한 메모 한 장이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실제로 해외여행길의 비행기 내에서나, 아니면 식당 테이블에서 휘갈긴 아이디어 메모 한 장으로 인해 거부(巨富)가 된 사례들이 적지 않다.
메모로 기록해 두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생각해 내지 못할 수도 있는 일을 그 간단한 메모 한 장으로 인해 자신의 기억을 되살리고, 그날의 감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단 한 장의 냅킨이나 종이쪽지에 휘갈겨 놓은 시인이나 작곡가, 또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등의 메모 한 장의 값어치는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
호된 고통을 당했던 어느 황제가 "나는 그 순간의 공포를 결코 잊지 못할 거야"라고 말했다, 그 말은 들은 왕비가 즉시 한마디를 던졌다. "그래도 당신은 그것을 잊게 될 거예요. 그걸 메모해 두지 않는 한 말이에요"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메모해 두면 언젠가는 그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메모와 기록에 관한 한 일본인들의 습성을 따르기는 힘들 것이다. 추락하는 비행기 속에서도 가족에게 줄 유서를 메모할 정도이다. 이에 비해 한국인의 메모나 기록문화는 대범하다 못해 웬만하면 남기지 않는 쪽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괜히 흔적을 남겼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거나, 화살이 되어 자신에게 화가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아예 마음에 새겨두고 마는 편이다. 심지어는 교육 내용은 물론 회의 내용마저 전혀 기록하지 않는 태평한 사람도 있다.
지금 당장은 생각나고 기억으로 남아있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또 다른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머리에 입력되면 그 전의 기억은 멀리 저편으로 떠나게 된다. 우리는 그 기억을 떠올리고, 되찾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살고 있기도 하다.
메모의 효용성은 말로 하지 않아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우선 생각날 때마다 자신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문장이나 기호로 표시해 두면 된다. 그것이 수첩이든, 쪽지이든 그 어느 것이라도 상관없다.
요즈음은 휴대폰에도 메모 기능이 들어있고, 또 휴대용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펜 메모리 녹음기를 갖고 다니는 사람도 적지 않다. 기록하고, 기억을 되살릴 수만 있다면 방법과 수단은 어떤 것이든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천재 발명가였던 T. 에디슨은 그야말로 유명한 독서가였다. 그가 일생 동안 읽은 책이 무려 350만 페이지에 달하는데 매일 한권씩을 읽어도 30년이 걸리는 방대한 양이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메모광이기도 했다. 읽었거나, 아니면 길거리를 가다가 눈에 띄어 생각이 떠오르면 즉시 메모했다. 그는 언제나 노란 표지의 메모노트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그렇게 기록한 메모노트가 3400권이나 됐다고 한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땀으로 만들어진다." 그가 남긴 이 말은 곧 메모하지 않으면 천재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사실 어느 한 개인도 자신에 관한 기록을 5년 정도만 꾸준히 하여 모으면 책이 되고, 역사가 된다.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기록물이 해인사의 8만대장경과 각 왕조의 실록(實錄) 정도이지만 앞으로는 좀더 제대로 관리되고, 체계화돼야 할 것이다.
기록이 발달되지 않는 나라치고 문명선진국이 된 예가 없다. 종교도 결국은 기록물의 흔적이다. 자신의 기록이 그대로 후세에까지 그대로 남아 전달된다고 한다면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부정이나 월권 등의 비정상적 행위는 최대한 줄어들지도 모른다.
메모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나는 평생 직업이 기자였기에 메모나 기록에 대한 습관은 일반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술집이나 밥집에 앉아 있을 때도 냅킨이나 수저를 싼 종이에 메모하는 버릇이 아직도 남아있다.
물론 집에 와서 그것들을 컴퓨터 등에 재정리하기도 하고, 노트하기도 한다. 특히 매년 사용하는 연도별 수첩이나 취재수첩 등은 아직도 집에 보관하고 있기도 하다. 짐이 되어 언젠가는 몽땅 버려야지 하면서도 아직 결행하지 못하고 있다.
메모나 기록도 사실 취미생활의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글로 쓰진 종이를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금은 컴퓨터가 발달돼 있어 연월일별, 주제별 등으로 분류해 놓으면 앞으로 필요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된 내용을 일정 분량씩 모아 파일로 만들어 두면 훌륭한 자료집이 된다. 자신의 조그만 역사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생활의 취미와 관련하여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모으는 취미, 즉 수집활동을 해보라는 것이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지 꾸준히, 그리고 오랜 기간동안 모으고 정리하다보면 작은 박물관이 될 수도 있다.
수집활동을 통해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도 있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도 가능하다. 물론 모으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돈, 그리고 발품 등이 들겠지만 웬만한 콜렉션(Collection)이라면 그 값은 충분히 보상된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취미활동 분야를 넓힌다는 차원에서 여러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컴퓨터에 수집과 관련한 각종 자료와 목록, 입수일자 등을 기록해 두면 그 자체로도 훌륭한 자료가 될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첫 직장생활 때의 급여봉투를 비롯하여 가능한 한 급여지급명세서를 모아두려고 했다. 또 한 때는 기념우표와 복권, 각종 회원용 카드, 명함 등을 모으기도 했다.
일생동안 최대의 수집활동은 뭐라 해도 책을 모으는 일이었다. 주로 경영과 미디어분야 등을 중심으로 10,000여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 역시 이사하는데 상당한 방해가 되고 있다. 그동안 집 이사를 다른 사람에 비해 덜하게 된 배경도 바로 이들 책자 때문이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 자신이 그동안 모았던 자료도 스스로 정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만 알게끔 씌어진 각종 메모와 수첩들도 정리해야 하고, 특히 그동안 무수하게 전달받은 사진들도 한 장씩 빛이 바래기 전에 내 손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야 좋은 추억거리가 되겠지만, 훗날 자식들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버릴 수도, 그렇다고 끌고 다닐 수도 없는 짐이 될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자신의 지난날을 모아 책으로 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아들과 딸, 그리고 직장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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