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배에서 막을 벗겨내는 순간 안학수
고(故) 임영조 시인 시비 제막식이 한국시인협회와 한국문인협회보령지부 주최로 지난 27일 충남 보령시 주산면 동오리 보령댐 청기와휴계공원에서 백오십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임영조시비건립보령시추진위원장(김정원 시인)의 내빈소개로 시작된 제막식에서 실무를 맡아보았던 이승하 시인은 추진과정 내용을 보고했다. 총 삼천만원의 비용 가운데 보령시에서 이천만원을 내놓았고, 나머지는 문인들의 모금으로 충당했음을 밝혔다.
이근배(시인) 임영조시비건립추진위원회장은 인사말에서 "귀가 아름답다 해서 이소(耳笑)라고 불렸던 임영조 시인은 이곳 주산면이 고향이며 시인이 되도록 계기를 마련해준 장소라고 보령댐에 시비를 세우게 됐다"고 연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 회장은 "시비에 새긴 시를 '물'로 하여 보령댐과 어울리기도 하고 시비 건립 장소와 마실 물을 제공하며 후원을 아기지 않은 수자원공사에게 어울리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이 회장은 "신동엽 시인이 주산고등학교 교사였을 때 학생이었던 임영조 시인은 이곳 보령댐 아래 수리바위 아래로 소풍 왔다가 신동엽 시인의 주관으로 열린 즉석 백일장에서 장원한 일이 시를 쓰게 된 계기가 되었으니 더욱 뜻 깊은 장소"라고 설명했다.

▲시비 전면 안학수
함께 참석한 신준희 보령시장은 축사에서 "보령이 임영조와 같은 위대한 시인을 낳았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는다"며 "앞으로도 이 시대의 정신문화 고취를 위해 이와 같은 기회가 많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임영조시비건립을 위해 고생한 모든 추진위원들의 노고에 대한 치하를 덧붙였다.
오세영 시인은 생전에 가깝게 지냈던 임영조 시인과의 일을 떠올리며 솔직하고 겸손했던 임영조였다는 말로 그리움을 대신했고, 보령시장의 큰 관심과 지원에 크게 감사했다.
원구식 월간현대시 대표는 임영조 신인 생전에 함께 어울리며 있었던 일과 함께 임영조의 시세계를 이야기했다. 평론가 이숭원씨와 최영규 시인 정채원 시인과 함께 지역 문인인 이혜실, 용미자씨 등이 시낭송을 했고 순서엔 없었으나 김영곤씨가 나서서 즉흥적으로 시를 낭송하여 분위기를 도왔다.
행사에는 큰 버스 두 대를 대절하여 참석한 이들 가운덴 김명인, 오탁번, 박주택, 구재기씨 등 시인들과 소설가로 황충상씨 등 전국의 많은 문인들이 참석했고 보령지역 문인들을 비롯한 지역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무조건 섞이고 싶다
섞여서 흘러가고 싶다.
가다가 거대한 산이라도 만나면
감쪽같이 통정하듯 스미고 싶다.
더 깊게
더 낮게 흐르고 흘러
그대 잠든 마을을 지나 간혹
맹물 같은 여자라도 만나면
아무런 부담 없이 맨살로 섞여
짜디짠 바다에 닿고 싶다
온갖 잡념을 풀고
맛도 색깔도 냄새도 풀고
참 밍밍하게 살아온 생을 지우고
찝찔한 양수 속에 씨를 키우듯
외로운 섬하나 키우고 싶다
그 후 햇빛 좋은 어느 날
아무도 모르게 증발했다가
문득 그대 잠깬 마을에
비가 되어 만날까
눈이 되어 만날까
돌아온 탕자의 뒤늦은 속죄
그 쓰라린 참회의 눈물이 될까.
- 임영조 시 '물' 전문

▲시비 핲에서 한컷, 좌로부터 김명인 시인,이근배 시인, 오세영 시인, 오탁번 시인..등 안학수
고(故) 임영조 시인은 1970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시 '출항'이 당선되었고, 이듬해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목수의 노래'가 당선하였다. 1985년 첫시집 <바람이 남긴 은어>를 펴냈고, 1991년 두 번째 시집 <그림자를 지우며>로 서라벌문학상을 수상했다.
1992년 세 번째 <시집 갈대는 배후가 없다>를 펴냈고, 1992년 현대문학상 수상 1994년 소월시문학상 수상 수상집 <고도를 위하여> 출간 한국시인협회사무국장 역임 1996년 시선집 <흔들리는 보리밭> 펴내고, 1997년 네 번째 시집 <귀로 웃는 집>을 펴냈다.
2000년 <지도에 없는 섬하나를 안다>를 펴냈고, 2003년 여섯 번째 시집 <시인의 모자>를 펴내어 소월시문학상특별상을 수상 그해 5월 28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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