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만이 지닌 남다른 진국의 묘미

[서평] 김주하의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를 읽고서

등록 2007.07.28 16:59수정 2007.07.2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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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뭐니뭐니해도 숙성된 맛이 제일이다. 된장도 그렇고 고추장도 그렇다. 포도주도 깊이 숙성된 것이 제일 값이 나간다. 어디 음식만 그렇겠는가? 사람도 그렇다. 그 사람이 진국인 것은 남다른 깊이와 독특한 맛이 있기 때문이다.

김주하의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도 그렇다. 김주하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기자생활이 어떤 것인지 그려낼 뿐만 아니라 기자로서 존재하는 그 깊이와 맛도 담아내고 있다. 다시 말해 앵커와 기자의 몫은 말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 깊이에서 우러난다는 것이다.


그녀는 아나운서에 도전하기 위해 이미 다니고 있던 대학도 휴학했다. 그리고 다시 수학능력시험을 보고서 또 다른 대학에 합격했다. 그리고 그 대학에서, 아나운서에 입사하기 위한 학습팀에 끼어들었다. 이른바 동아리 활동 같은 연구반이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아나운서들이 내뱉은 뉴스를 열심히 받아 적고 그대로 따라하기를 반복했다. 당시엔 요즘처럼 인터넷도 없는 사정이니 일일이 받아적어야만 했던 시절이다.

그리고 4차에 걸친 시험에 합격하여 당당히 MBC 아나운서가 됐다. 그러나 아나운서에 합격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그녀는 정말로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취재를 나갔고, 자기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여 앵커 아침뉴스 앵커를 맡게 되었을 때는 밤 11시에 잠을 청하여 새벽 2시 반에 일어났다고 한다. 그런 고통이 없이는 자기 자신을 갈고 닦을 길이 없던 때였으리라.

그 가운데 자신을 키운 8할을 찾으라 한다면 단연코 손석희 선배를 꼽는다. 그는 자신에게 매정하리만큼 눈총과 눈물을 뺐던 선배였지만, 그 모두가 자신을 가다듬기 위한 올곧은 채찍이었다고 이야기한다. 특별히 그는 자신이 프롬프터의 글을 보고 읽는 수준을 뛰어넘어, 단어 몇 개만 외우고서도 뉴스를 진행할 수 있도록 실력을 키워 준 멋진 선배라고 칭찬한다.

"이 많은 걸 다 외울 수는 없고, 손 선배 말대로 주요 단어만 가지고 정리를 해야 하는데 미리 해 보니 어떤 때는 되다가도 어떤 때는 말이 늘어지고 꼬이는 등 제대로 되지 않았다(앵커의 말은 길어지면 안 된다. 기사를 다 정리해 버리면 기자 리포트는 들어 무엇 하겠는가. 게다가 한 화면이 20초를 넘어가면 시청자가 채널을 돌린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와 있다)." (책 114쪽)


하지만 현재의 그녀를 그녀 되게 한 것이 어찌 손석희의 도움뿐이었겠는가? 그녀가 위험을 무릅쓰고 돌아다닌 현장의 사건과 그곳의 사람들이 그녀를 있게 한 것은 아니겠는가?

이를테면 렌터카를 구입해 타고 다니다 사기를 당한 사람과 만남이라든지, 텔레뱅킹으로 인해 6천만원을 잃고 은행에 하소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하소연, 풍랑과 멀미에도 아랑곳없이 새우잡이 어선을 타고서 독도 땅에 들어가 방송했던 그 모든 현장과 사람들이 오늘의 그녀를 낳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도 2005년 황우석의 줄기세포 논문조작에 휘말렸던 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지 않나 싶다. 그 당시 사람들이 대부분 일개 언론이 어떻게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에 검증을 할 수 있겠는가 싶었다. 그 까닭에 황우석 사건이 계속 되는 동안 그녀는 <뉴스데스크>에 앉으면서도 국익과 진실 사이를 오가며 고민해야만 했을 것이다. 어찌됐든 그런 고민과 고충들이 오늘의 그녀를 올곧게 세워 놓은 것만은 분명하지 않겠나 싶다.

2003년 프로들이 선정한 우리 분야 최고의 앵커우먼으로 선정된 바 있고, 2006년에는 닮고 싶은 여성 1위, 2007년에는 대학생들이 닮고 싶어하는 인물 1위, 그리고 출산 후 2007년에는 <뉴스데스크> 사상 주말 여성 단독 앵커로 화려하게 복귀한 김주하 앵커.

오늘의 그녀를 있게 한 것은 그녀가 험난한 인생 여정 길을 피하지 않고, 오직 정면으로 승부한 인생의 깊이 속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그녀만이 지닌 남다른 진국의 묘미를 깊이 있게 맛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내가 지녀야 할 남다른 인생의 진국은 또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한 몫이지 않겠나 싶다.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 - 내가 뉴스를, 뉴스가 나를 말하다

김주하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김주하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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