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사태와 사망 소식은 3년 전 고인이 된 김선일씨를 떠올리게 한다. 3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어떨까. 한국은 여전히 미국의 침략 전쟁터를 쫓아다니며 군대를 보내 들러리를 서고 있다. 사진은 고 김선일씨의 영결식. 사진공동취재단
탈레반이 처음에 내걸었던 주요 요구사항 역시 파병부대 즉각 철수였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회의를 연다, 대책반을 급파한다며 소리만 요란했을 뿐 철군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21일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이 나서서 "철군은 계획대로 연말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이는 '즉각 철군'이라는 탈레반 측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인질 23명의 운명이 불투명한데도 전격적인 조치는 없었다. 21일 피랍자 가족 대책위에서 "정부가 피랍 문제에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한국군 즉각 철군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긴급성명을 낸 것도 무리가 아니다(7.21 경향신문 <피랍자 가족들 "아프간서 즉각 철군" 촉구>).
김선일씨의 절박한 호소에도 아랑곳않고 '파병 강행' 입장을 밝혀 결국 김선일씨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2004년이나, 인질로 잡힌 국민을 위험천만한 처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데도 철군을 단 하루도 앞당기지 않은 2007년이나, 본질적으로는 같은 상황이었다.
'다산·동의부대 연말철군'이라지만...
정부가 원래부터 연말에 다산·동의부대를 철수시킬 계획이었다는 말은 사실이긴 하다. 그러나 다산·동의부대가 돌아온 뒤에도 아프간에 지역재건팀을 보낸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신문지상에 오르내렸던 것 또한 사실이다.
지역재건팀이라는 이름의 '대체 파병'은 지난 2월부터 미국이 거듭 요청했던 안이다. 2월 26일 MBC가 외교소식통을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2월말 열린 한미국방장관 회담에서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가 "한국군이 아프간 지역재건팀에 적극 참여해 특정지역의 안정화 작전은 물론 재건 복구사업 등을 책임져 달라"면서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6월 2일과 6월 8일에도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리처드 롤리스 당시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이 잇따라 "동의·다산부대의 철수 뒤에도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한국군이 지속적으로 기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요약하자면 미국은 이미 다산·동의부대 연말 철수를 승인하고 있었으며, 대신 전투병 성격이 더 강한 대체 파병을 추진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한국 정부가 다산·동의부대 연내 철군을 발표해도 미국으로서는 전혀 거리낄 것이 없었다. 한국군이 포장만 바뀐 채 주둔을 계속하면 그만이며 오히려 특전사 병력으로 교체하면 더욱 반길 일이지 않겠는가. 국방부 당국자도 "지금 분명한 건 동의·다산부대를 연내 철군한다는 것뿐이며, 다른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자칫 테러단체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등 부적절한 상황"이라고만 말했다는 점이 더욱 의심스럽다.
냉엄한 현실, 철군으로만 해결 가능
한편으로 정부는 한국군이 아프간에서 하는 일이 전투가 아니라 인도적 지원임을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한국군이 아프간에서 하는 일이 무엇이건 간에 군복을 입고 미군을 따라다니면서 침략전쟁을 지원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대민봉사라는 주장도 동의하기 어렵다. 한국군이 주둔하는 바그람 미군기지는 일반 아프간 민중들은 출입조차 할 수 없는 곳으로, 포로 학대 파문까지 벌어졌던 악명높은 수용소가 있는 곳이다.
지난 2월 미군 통역을 지원하던 윤장호씨가 체니를 노린 폭탄 공격에 숨진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듯, 무장세력의 폭탄과 총구는 미군과 한국군을 가리지 않는다. 파병 때문에 우리가 아프간의 적, 탈레반의 적이 되고 말았다는 것은 냉엄한 현실이다. 이번에 철군을 단행하지 못하고 미국이 내밀고 있는 아프간 전투병 파병 요구에 응하기라도 한다면 나중에 또 무슨 불상사를 겪게 될지 모른다.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다. 전격적인 철군 조치로 사지에 내몰린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 민족의 자주권을 찾아오자.
덧붙이는 글 | 조장원 기자는 <파병철회네트워크>(http://antipb.net)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파병철회네트워크>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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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프간에서 우리가 할 일은 '철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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