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7.07.28 19:42수정 2007.07.28 19:54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할머니 전화
남호섭
서울 사는 할머니가
전화로 크게 말씀하셨다
"얘야! 거기 눈 많이 왔다며?
절대 밖에 나가지 마라."
할머니는 비 많이 와도 그러신다.
너무 더워도 그러신다.
그런데 나는
"예, 예."
대답만 해 놓고 밖에 나가서 논다.
감자를 캐서 보내려고 하는데 뭐 필요한 것 없냐고 시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네, 어머님. 아니요. 그건 말구요. 고추장 된장은 많아요. 깨 볶은 것 있으면 조금 보내주세요."
그랬더니 "여지것 다 안 먹고 뭐 먹고 살았냐?"하신다. 사실 어머님이 담근 고추장은 너무 매워서 인기가 없다. 전엔 잘 먹었는데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판매되는 고추장을 사 먹게 된다. 덜 맵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이 더운 날, 감자 캐는 어머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낡은 몸뻬 바지에 긴 남방을 걸치고 머리엔 수건을 두르고 비지땀을 흘렸을... 미안하고 죄송하고 고맙고 찔리고 내가 막 미웠다. 그 와중에도 난 깨를 챙기고 있으니(으악~ 이 못난 며느리 같으니).
아이들은 뭐하냐고 물으신다. "애들 아빠가 놀이터 데리고 나갔어요." 그래 놓고 보니 또 미안하다. 손주들이랑 통화라도 하고 싶었을 텐데. 내 용건만 간단히 했으니. 아이들이 없다고 하니 목소리가 멀어지는 듯 작아진다. 아이가 있었다면 분명 "할머니, 전 과자랑 사탕 보내 주세요"했을 것이고 그 말이 좋아 "또 먹고 싶은 건 없어?"하셨을 것이다.
어머님의 목소리가 잠깐 끊어지는 듯 하더니 금세 씩씩하다.
"낮에는 햇볕이 뜨거우니 애들 밖에 데려 다니지 마라. 자동차가 많으니 자전거 타는 것 조심시키고 인라인은 넓은 곳에 가서 타고 아파트에선 타지 마라. 아이들끼리 엘리베이터도 태우지 말고."
끝이 없으시다. 난 다 듣고 한마디만 했다.
"예, 어머니. 감자랑 깨 감사해요."
전화를 끊고 놀이터로 갔다. 가면서 나도 참 별 수 없단 생각이 들었다. 시처럼 대답은 '예, 예'하면서 나대로 할 것은 다 하니 말이다. 걱정 시켜 드릴 일도 아이들처럼 많이 하는 것 같다. 하지 말란 것 대부분을 반대로 했다. 부모가 되면 안다고 하던데 난 아직 부모의 마음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니면 부모가 덜 되었던가.
누구의 할머니건 간에 자식에 대한 마음은 똑같은 것 같다. 남호섭 시인의 <할머니 전화>가 증명하고 있다. 동심이 잘 그려져 있다. 우리 모두의 할머니 마음이 담겨져 있어 웃음이 나오면서도 속에선 뭔가 울컥한다.
'올해 친정엔 감자 농사를 지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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