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심는사람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안에 숨겨진 또 하나의 자기와 만나는 일이 생긴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자기복제(clone)가 아닌, 자신 안에 숨겨진 억압된 혹은 숨겨진 자아와의 만남말이다.
누구나 한번쯤 다른 자기 모습을 꿈꿔봤음직하다. 나도 학창 시절 한때 최면술이 유행해 음악 선생님을 잔디밭에 모셔놓고 최면을 건다고 한 적도 있으니 인간 내면에는 자신이 모르는 자신을 알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 자리한 것이 아닐까 싶다.
정신과 치료의 새로운 영역이라 일컬어지는 '최면'을 통한 치료법을 활용하고 있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영우의 <영혼의 최면치료>는 정신과 영혼의 본질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질문을 던진다. 최면요법을 통해 질병이나 마음의 상처를 치료를 받거나,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한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사후 영혼의 세계와 전생, 숨겨진 내면의 치유력과 지혜, 영혼의 확장 능력에 대해 담담한 어조로 서술하고 있다.
그가 최면치료나 사례를 통해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사후 세계의 유무나 전생의 유무가 아니다. 분명 현상계 이상의 정신세계는 존재하며, 그 정신세계와 현상계는 어쩌면 그리 멀거나 생소한 것이 아닐 수도 있으며, 밝고 긍정적이며 자기 영혼을 고양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자기 안에서 찾아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는 현실의 모든 현상은 생각하기에 따라 인간의 삶의 질과 정신을 더 아름답고 지적이며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기에 가장 적합한 조건이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좋은 부모 밑에 태어나 좋은 아내를 만나고 좋은 조건의 직장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살아가던 사람이 갑자기 시한부 인생이 된다면 그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고생만 하다가 불치병에 걸린다면 그 또한 자신이 감당할 삶의 몫으로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어떤 조건 속에서든 참된 평안이나 안식을 얻기 힘든 것이 살아 있는 동안 인간이 짊어지고 가야 할 거부할 수 없는 짐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대강 이 땅에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는 한 영혼의 발전은 없으며 고통은 절대로 덜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삶의 환희와 기쁨처럼 고통이나 질병 또한 정상적인 삶의 일부로 이해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극복되어야 할 우리의 과제라는 것. 더 밝은 영성과 빛을 향해 진일보한 사람들이 자기 안에 숨겨진 영혼의 보석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나누어야 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삶의 목표는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좀더 나은 방향으로의 발전이 아니고... 자기 위치가 밑이건 위이건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뿌연 안개에 싸인 세상의 장막을 걷어버리고 밝은 눈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세상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지만 바라보는 저는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죠?
(탄식하듯) 그때도 평화가 있었지만 느끼지 못했어요... 이젠 평화가 있는 걸 압니다..... 항상 행복한 것이었는데.... 참 모르고 지냈어요...
그렇다. 인간은 누구나 고통 없는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원한다. 행복의 조건은 누구에게나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바로 자신의 손 안에 혹은 저기의 마음 안에... 다만 그 행복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을 뿐. 인간의 내면에는 무한한 지혜와 힘이 이미 갖추어져 있고 최면은 그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열쇠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꼭 최면이 아니더라도 고요한 명상이나 기도, 자기 자신으로 침잠하는 가운데 우리는 어쩌면 자기 안의 힘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영혼의 최면 치료/김영우/ 나무를 심는사람/9,000원
영혼의 최면 치료 - 내 안의 또 다른 나
김영우 지음,
나무심는사람(이레),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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