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풍경, 천년의 사진

김홍도가 지금 살아 있다면 사진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등록 2007.07.29 20:01수정 2007.07.2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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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적이고 싶어하는 것은 문화의 병이다.
산티야나 <이성의 시대> 中



문명은 시간보다 빠르다 ?


이런 모습은 요즘 보기 드물다
▲이런 모습은 요즘 보기 드물다 김재문
요즘은 금방 금방 헌집이 헐리고 새 집이 생긴다. 농촌도 다르지 않다. 변화했다는 것을 가장 느끼게 하는 곳이 농촌이다. 농촌도 문명의 혜택으로 각 가정마다 최신형 가전제품은 물론 경운기와 승용차가 있고, 농업하는 방식도 완전히 기계화되어 있다. 옛날의 손으로 농사짓는 풍속을 생각하고 고향을 찾아갔다가, 놀랍게 변한 농촌의 변화를 실감한다.

그리스 속담처럼 시대가 바뀌면 풍속도 바뀐다. 풍속은 지방마다 다르고 나라마다 다르다. 풍습 또한 민족따라 다르다. 소위 풍속이라는 것은 백년동안 쌓아지는 것도 아니고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새마을 운동 이후, 우리나라 어디에도 전래되어 내려오는 농촌의 풍습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민속마을이나 민속박물관에 가야 우리나라 농촌의 옛 풍습과 풍속을 만날 수 있다.

풍속에 대한 재미난 많은 이야기 중 이런 이야기가 있다. 다윈은 남아메리카 남단 티에라 델 골페에 간 일이 있었다. 그곳은 추워서 두꺼운 옷을 껴입고 모닥불을 쬐면서도 온몸을 떨었다. 그러나 그곳 토인들은 불에 가까이 가면 타 죽는다고 피하면서 벌거숭이로 땀을 흘리고 있었다. 다윈은 고개를 가웃거리면서 "이것만은 진화론만 가지고도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단 말이야"하고 말했다고 한다.

서로 문화가 다르고 생각이 다른 국가 간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은 이러한 전통문화 속에서 서로의 이질적인 풍속 문화를 통해 보다 가까와 질수 있다 하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급속히 하루가 다르게, 발빠르게 변화하는 우리나라의 옛 풍속을 보존하기는 어렵고, 그나마 사진으로 이렇게 덧없이 사라지는 풍속과 풍습을 구경할 때는, 문명이란 시간보다 빠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천년의 사진...천년의 풍경


지게가 있는 풍경
▲지게가 있는 풍경 김재문
더구나 민속놀이도 문화재의 영역에 편입되어 이를 생활 속에 찾아보기 힘들다. 투호(일정한 거리를 놓고 병속에 던져 꽂는 것), 놋다리 밟기(음력 정월 보름날 밤에 부녀자들이 한줄로 서서 뒷사람이 앞사람의 허리를 붙잡고 엎드려 사람의 다리를 만들면서 그 위를 공주로 뽑힌 소녀가 노래를 맞추어 밟고 감), 강강수월래, 죽마, 쌍륙, 연날리기 등도 전통 민속놀이 경연 대회 같은 곳에서나 접할 수 있다.

김정수의 <전원일기>에서 가끔 지게를 진 농부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지만, 이제 실제 농촌에서 지게를 진 모습의 농부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문명화 되고 기계화 되는 농촌 현실은 너무나 당연하나, 지난 풍속과 풍습은 소중한 우리의 겨레의 정신의 재산들이다. 모든 것이 발이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또한 하루가 다르게 옛 건물이 바뀌고 우후죽순의 높은 빌딩들 사이를 걷는 기분은 어느 외국의 거리에 온 기분에 사로잡히게 한다.


무슨 일이든 외국과 비교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각 도시의 한 동쯤, 농촌의 각 읍의 마을 하나 쯤 그대로 내려온 전통적인 가옥이나 문화 등 존속토록 권장하는 제도적 지원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경주, 안동, 변산이나 담양 등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유명한 영화촬영장은 무슨 무슨 거리해서 요란하게 상품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것을 보존하고 지켜려는 노력들은 아무래도 엷은 것 같다.

한 천년이 흐른 뒤에 이 사진을 보는 미래의 사람들에게는, 아주 귀중한 풍속 자료가 되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김홍도의 풍속도를 보는 것처럼.
#풍경 #과거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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