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돼, 신발에서도 싹이 나오다니!"

[포토] 새싹의 신비

등록 2007.07.29 18:56수정 2007.07.2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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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씨앗을 뿌린 뒤 하루만에 싹이 올라왔습니다.
▲배추 씨앗을 뿌린 뒤 하루만에 싹이 올라왔습니다. 김민수
어제(28일) 아침, 옥상텃밭에서는 물골에 심을 배추모종을 내기 위해 부모님들이 분주하게 준비를 하십니다. 작은 모종컵마다 흙을 담고는 배추씨앗을 서너 개씩 정성껏 뿌리십니다. 그냥 밭에 직접 뿌리는 것보다 어느 정도 키워서 모종을 내면 좀더 실한 배추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물골에 있는 텃밭에 심을 모종의 일차작업은 대부분 어머님의 옥상텃밭에서 이뤄집니다. 그것을 나르고 심는 일도 만만치는 않지만 부모님들이 좋아서 하시는 일을 하시도록 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효도하는 것이려니 하며 기쁜 마음으로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은 도와드리고, 이것저것 농사일도 배우곤 합니다.


씨앗이 흙을 만나 새 생명이 됩니다.
▲씨앗이 흙을 만나 새 생명이 됩니다. 김민수
"배추모종 만드시는 거예요?"
"그려, 이렇게 해서 모종을 만들어 심어야 빨리 자라지."
"모종 내려면 얼마나 걸려요?"
"글쎄다. 자라는 것 봐야겠지만 아마 내일이면 싹이 틀걸?"
"에이, 아무리 오늘 씨를 뿌렸는데 무슨 싹이 내일 나와요."
"씨앗이 잔뜩 목이 말라 있거든. 이렇게 심고 물을 흠뻑 주면 내일이면 싹이 나올 거야."

설마했지요.그리고 그 날 저녁 어머님은 "얘, 벌써 싹이 트려고 한다"고 하셨지만 살펴보아도 싹이 클 기미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장애물도 그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어떤 장애물도 그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김민수
다음 날 아침, 옥상에 올라갔다가 눈을 의심했습니다. 다는 아니었지만 거의 모든 모종컵에 새싹이 올라왔습니다.

"이건 말도 안돼. 어머니, 정말 배추싹이 나왔네요."
"내가 뭐랬니? 말이 안되는 게 이뤄졌으니 이게 기적이 아니고 뭐니? 이 맛에 농사짓지. 흙하고 씨앗은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

작은 씨앗들이 막 흙을 비집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서 새싹들의 힘에도 놀라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느릿한 걸음걸이로 어느새 불쑥 올라온 싱싱한 새싹들의 행보에도 놀랐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갈 새싹들이 귀엽기만 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갈 새싹들이 귀엽기만 합니다. 김민수
기적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일상에 들어있는 것입니다. 작은 씨앗이 흙을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푸릇푸릇 새싹을 내는 것도 기적인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일들이 기적 아닌 일이 없습니다. 기적의 일상, 그것을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확률이 더 크겠지요.

"얘, 지난번 물골에서 두부상자 가져오라고 했는데 가져왔니?"
"예, 차 트렁크에서 꺼내 오질 않았네요. 가져올게요."


두부상자는 모종컵을 가지런히 담는데 요긴하게 사용됩니다. 작은 모종컵을 두부상자에 담아서 이동하면 편리하지요.

산행길에 젖었던 신발에도 싹이 올라왔습니다.
▲산행길에 젖었던 신발에도 싹이 올라왔습니다. 김민수
두부상자에는 지난 주 휴가를 물골에서 보내면서 신었던 젖은 신발이 들어있었습니다. 그 신발을 신고 비온 뒤 숲길을 걷기도 하고, 아침 일찍 아침이슬이 송송하게 맺힌 풀밭을 걷기도 했습니다. 아이들과 족대로 피라미를 잡는다고 냇가에 신고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햇살에 말리면 뻣뻣해진다고 트렁크에 그냥 두었던 것입니다. 그 신발을 마지막으로 신었던 것이 금요일(27일)입니다. 그러니까 사흘이 된 셈이지요. 그런데 신발의 천 사이에 들어간 씨앗이 싹을 틔웠습니다.

"세상에, 말도 안돼. 신발에서도 싹이 나오다니!"

제대로 자라진 못했지만 생명의 신비를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제대로 자라진 못했지만 생명의 신비를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김민수
정황은 이해가 갔지만 너무 신비로웠습니다. 새싹이 선물한 신비로움입니다.

"어머니, 여기 신발에도 새싹이 났네요."
"그거 실밥 틑어진 것 아니냐?"
"아니에요. 신발 천 사이로 무슨 씨앗이 들어갔나 봐요. 그리고 신발이 촉촉하게 젖어있으니까 씨앗이 싹을 틔웠나 봐요."
"참, 신기하다. 새싹이 신발에서도 나오다니. 그 신발 주인 잘 만났네."

하룻밤 사이에 싹을 틔운 배추씨앗, 웃자랐지만 신발에서 싹을 틔운 이름모를 들풀의 씨앗을 보니 기분이 절로 좋아집니다. 그 작은 새싹들이 이렇게 기분을 좋게 만들 줄 그들은 알았을까요?

그저 그렇게 자기들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주는 것, 그것이 자연의 섭리겠지요.
#새싹 #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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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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