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7.07.30 16:32수정 2007.07.31 10:15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큰 딸 예나가 생일날 생리를 시작했다. 또래 아이들보다 다소 늦어진 생리였다. 큰 딸 예나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작년. 가슴에 굴곡이 생겨나고 여자로서 외모를 갖춰간다기에 큰 딸에게 청소년들이 입을 만한 속옷을 선물해 주었다. 그런데 생일날 여자로서의 성숙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에게 강조한 교육방침 중 가장 중요하게 강조했던 것이 정직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딸아이들은 아빠에게 솔직한 마음을 내어놓는다. 생리가 시작된 그날도 큰 딸은 가장 먼저 아빠에게 그 사실을 털어 놓았다.
“아빠! 오늘 생일인데 생리 시작했어요.”
“그래? 우리 예나가 이제 어른이 되어가는 구나.”
“아빠, 조금 부끄러운데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래 잘했다. 그리고 고맙고. 다른 할 말은 없어?”
“네, 없어요.”
큰 딸과 대화를 나누면서 항상 어린아이처럼 보였던 딸이 이제 여자가 되어 간다는 사실에 즐겁기도 했지만 품안의 자식이 떠나가는 것 같아 시원섭섭했다. 그래서 나는 딸 아이에게 또 하나의 생일선물을 더 주었다. 그것은 노트북이었다. 큰 딸이 직접적인 말은 안 했지만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노트북에 대해 말한 것이 기억이 났다. 그래서 당장 노트북 살 만한 거금을 봉투에 넣어 생일 선물이라는 메시지를 적어 큰 아이에게 주었다.
“예나야! 아빠가 사랑해. 이건 생일선물이야.”
“선물 사주셨잖아요?”
“이건 아빠의 보너스 선물이지. 노트북 사거라. 사랑해 예나야.”
그리고 큰 아이를 꼭 껴안아 주었다. 그리고 볼에 뽀뽀를 했다.
“아빠 나도 사랑해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고등학교 가면 더 좋은 것 사줄게.”
“아빠 너무 감사해요. 소영이는 소니 것 가지고 있고….”
아빠가 딸 아이의 마음을 알아서 선물해 주자 큰 딸 예나는 너무 감격한 것 같았다. 몇 번이고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노트북과 제조사 그리고 노트북 활용해 공부하는 것을 예기했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둘째 예린이에게 말했다.
“예린이도 내년에 중학교 가면 노트북 사줄게.”
“네, 아빠.”
그리고 나서 큰 딸 예나가 동생을 방으로 데리고 가더니 귓속말로 무엇인가를 말하자 둘이서 동시에 큰 웃음을 깔깔거리고 웃었다.
“예나야! 무슨 재미있는 일 있어?”
“네.”
둘째 예린이가 나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아빠! 나도 생리해야 노트북 사주는 거예요?”
“뭐? 하하하.”
나도 크게 웃어 버렸다. 예나가 동생에게 노트북은 생리 선물이라고 말한 모양이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과 마음을 접하면서 아빠로서의 의무감과 사랑 그리고 아이들을 통한 기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날 저녁 집에 들어가면서 약국에 들러 생리대 한 박스를 샀다. 몇 년 써야할 분량일게다. 약국주인이 생리하는 사람이 많으냐고 물을 정도였으니까. 약사에게 딸아이에 대해 설명하며 같이 웃었다.
아빠라는 존재가 가지는 마음은 묘한 것이다.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고 다 퍼주고 싶고, 딸 아이가 첫 생리를 했다는 것에 기쁨을 가지니 말이다. 친구들의 딸 아이들이 생리를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내가 그 일을 접하고 보니 묘한 기쁨이 생겼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간다는 사실에 기쁨과 섭섭함이 함께 했다. 아빠에게 딸은 ‘영원한 피터팬’이기를 바라는 마음일 게다.
저녁 시간 아이들과 산책을 하면서 둘째 딸의 손을 잡고 걸었다. 그리고 뒤따라오던 큰 딸의 손을 잡았다. 그랬더니 큰 딸이 손을 빼면서 말했다.
“아빠! 예린이 손만 잡으세요.”
“왜, 무슨 일 있어? 우리 딸 예뻐서 잡는데.”
“전 좀 그래요.”
“아빠가 손잡는 것이 싫으냐? 아빠에게 섭섭한 일 있어?”
“아니 그게 아니고...”
“말해봐라. 괜찮으니까.”
큰 딸은 내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빠! 이젠 어른 취급해주세요. 손잡는 것은 어린 아이가 하는 거잖아요.”
딩동댕. 큰 딸이 생리하는 것을 잊었다.(?)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고 큰 딸을 뒤로 한 채 둘째 딸과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걸어갔다.
덧붙이는 글 |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며 북칼럼니스트입니다. 또한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www.bigfighting.co.kr)라는 타이틀로 메일링을 통해 글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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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시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