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으로 휠체어를 탄 채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지영씨의 어머니 김경택씨가 "아프간으로 가는 비자 특급으로 내줄 수 없나요. 이렇게 하나 둘씩 죽어가는데 바라보면서 있을 수는 없잖아요."라며 울부짓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아프간으로 가는 비자, 특급으로 내줄 수 없나요. 이렇게 하나 둘씩 죽어가는데 바라보면서 있을 수는 없잖아요. 세계 방방곡곡 가서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싶어요. 아프간 대통령도 만나고 미국 부시 대통령도 만나고…."
휠체어에 앉은 김택경(52·피랍자 한지영씨 어머니)씨는 링겔 주사를 맞으며 21명의 피랍자 석방을 눈물로 호소했다.
김씨는 딸이 피랍될 것이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평소 대안학교에 나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장애인 재단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딸이 그저 대견하고 예뻤다. 그랬던 김씨도 딸이 아프간에 봉사활동을 간다고 했을 때 "여름도 많이 타고 저혈압도 있는 애가 어딜 가냐"며 가지 말라고 말렸다.
"딸이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인데 이겨내지 못할 것이 없다고 했다. 나는 내 딸이 나보다 낫구나 감탄하고 대견해하며 믿고 허락했다. 그리고 어제까지 순수하게 사람을 도우러 갔으니 무사히 돌아오겠지. 신이라도 있으면 도와주겠지 하며 버텨왔다. 하지만 오늘 새벽 인질 1명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온 몸에 마비가 왔다."
"미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31일 오후 5시 40분 분당 피랍가족 대책본부. 취재진 앞에 선 피랍자 가족들의 고통과 불안은 김씨와 다르지 않았다.
피랍가족 모임은 "배형규 목사에 이어 심성민씨까지 희생당해 남은 21명조차 살 수 있을지 희망을 품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아프간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단에 한계가 있다고 밝힌 지금 국민들과 미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날 가족들은 평소 아꼈던 말을 풀어놓았다. 서정배(58·피랍자 서명화 서경석 아버지)씨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서씨는 "아이들을 아프간에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옥수수 가루와 우유를 배급받아 타먹던 나의 어린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굶주린 시절에 다른 나라에서 도움을 받았듯 우리 자식들도 그런 도움을 주러 간다 해 잘 다녀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물론 샘물교회에서 단체로 갔지만 누가 혼자서 선뜻 그곳에 가 봉사할 수 있겠냐"며 "비록 교회 이름을 달고 갔지만 순수한 봉사활동이었다"고 강조했다.
"우리 딸(서명화)이 지난번에 우즈벡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전도가 가능하냐'고 물었습니다. 딸이 웃으면서 '아빠 말도 안통하는데 무슨 전도야. 그냥 봉사하러 가는 거야'라고 하더군요. 정말 순수한 봉사입니다. 국민 여러분들도 우리 아이들 너무 나무라지 마시고 무사귀환하기를 빌어주십시오. 도와주십시오.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가족들은 31일 오후 경기도 분당 파랍자가족대책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랍자들의 조속한 석방을 호소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아프간에 갈 수만 있다면 가고 싶다"
피랍자 제창희씨의 어머니 이채복(70)씨는 "남자들만 죽인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온 세계 사람들이 이런 피 마르는 심정을 알고 피랍된 모든 이들이 살아서 돌아올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이종환(38·피랍자 이지영씨 오빠)씨는 전날 <중앙일보>가 공개한 동생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동생은 그 무서운 곳에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할텐데 오빠인 나는 때 되면 먹고 잔다"며 울먹였다.
차성민 피랍가족 모임 대표도 피랍 사태 앞에서 가족들이 느끼고 있는 무력감을 토로했다. 차 대표는 "가족들은 아프간에 갈 수만 있다면 가서 피랍자들을 대신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 고통스럽게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피랍자 가족들은 외교통상부 관계자와 직접 면담하며 이 같은 가족들의 심경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관계자의 방문이 추후로 연기되며 무산됐다. 또 가족들은 피랍자 석방을 위해 미 대사관과 직접 접촉할 의사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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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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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죽어만 가는데 아프간 갈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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