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 임산부, 김해공항 안 6일째 '1인시위'

대한항공 정비공 남편 '의문사' 주장... "자살 이유 없다"

등록 2007.08.01 19:00수정 2007.08.0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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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임신 8개월로 만삭인 정은영씨가 남편인 최광진씨를 살려내라며 김해공한 국내선 출발 입구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은 1인시위 5일째인 7월 31일의 모습.

임신 8개월로 만삭인 정은영씨가 남편인 최광진씨를 살려내라며 김해공한 국내선 출발 입구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은 1인시위 5일째인 7월 31일의 모습. ⓒ 오마이뉴스 윤성효


"이러다가 여기서 애 낳겠다. 대한항공은 내 남편을 살려내라."

임신 8개월의 만삭인 정은영(33)씨가 1일로 6일째 김해공항 국내선 출발선 입구 앞에서 검은 상복은 입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의 남동생 정성영(30)씨도 직장을 잠시 그만두고 1인시위에 나섰다.

정씨는 남편인 최광진(38)씨가 의문 속에 죽었다며 이같은 방법으로 호소하고 나섰다. 최씨는 만삭인 부인과 7살 난 딸, 84살의 아버지를 남겨 놓고 사망했다.

대한항공 김해정비공장 기체정비팀 과장이던 최씨는 지난 7월 10일 낮 12시20분경 김해정비공장 격납고 지붕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지붕에서 바닥까지는 30m 가량 높이다. 고인의 시신은 김해중앙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었다가 화장한 뒤 장례를 치렀다.

최씨 사망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부산 강서경찰서는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속에 유가족들은 최씨가 자살할 이유가 없다며 경찰의 자살 추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유가족 "자살할 이유 없다, 자살했다면 업무 스트레스"

a 고 최광진씨의 처남인 정성영씨도 김해공항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고 최광진씨의 처남인 정성영씨도 김해공항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유가족들은 "고인은 7살 난 딸이 있고 7년만에 둘째를 가졌다고 너무 좋아 했으며 팔순이 넘는 아버지를 끔찍이도 위하는 효자였다"면서 "화목한 가족 관계 속에 특별히 자살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유가족들은 "유서가 없고, 30m 높이에서 투신했다고 하는데 시신의 상태를 봤을 때 깨끗하고 유혈이 많지 않았으며, 사망하기 이전까지 자살과 관련한 특별한 징조를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유가족들은 자살이었다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죽음'이라 보고 있다. 고인은 작업통제그룹에서 4년째 근무했는데 퇴근 뒤에도 업무상 전화로 항상 긴장하며 생활해 왔고, 휴일 근무는 물론 퇴근 시간도 늦었다는 것.


6~7월 사이 거의 대부분 휴일에 근무했으며, 최근 들어 출근시간(아침 7시30분)도 5시30분~6시경으로 빨랐고, 퇴근시간(오후 4시30분)도 보통 저녁 8~9시였다고 유가족들은 주장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고인이 직장 상사와 업무상 마찰이 심각했으며,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부인 정은영씨는 "상사와 대립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했고, 다른 부서로 이동을 희망했다"면서 "남편은 한달새 몸무게가 8kg 정도 빠졌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경찰에서도 자살로 추정하고, 회사 관계자들이 와서 장례식만 빨리 치르면 원만한 합의와 산재처리의 협조를 하겠다고 했는데, 장례를 치르고 나니 회사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고인의 처남인 정씨는 "대한항공 직원 홈페이지를 보니 직원 자녀의 돌까지도 알려 놓았던데 성실하게 근무한 직원이 죽었는데도 한 줄도 없더라"면서 "장례식 뒤 누군가 글을 올렸더니 지워졌다고 한다. 장례식 뒤 회사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해고자동지회 홈페이지에는 고 최씨의 사망과 관련한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처남인 정씨는 "얼마 전 대한항공 간부라는 사람이 전화를 해서 '돈을 더 받아내기 위해 그러느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고인은 공군을 제대하고 1991년 대한항공에 입사했으며, 김해정비공장 기체점검팀 진행담당으로 항공기 정비작업 일정 수립과 진행 업무를 맡아왔다.

경찰 "자살로 추정... 유서 없이 자살할 수도 있다"

a 대한항공 김해정비공장 과장이던 최광진씨는 지난 7월 10일 격납고 지붕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대한항공 김해정비공장 과장이던 최광진씨는 지난 7월 10일 격납고 지붕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 정성영

부산 강서경찰서는 최씨의 사망에 대해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담당 경찰관은 "유서를 남기지 않고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지역에는 농민들이 간혹 자살하는데 유서를 남기지 않고 농약을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망 뒤 의사가 현장에 가서 살피고, 검증 등을 통해 자살이라는 소견서를 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찰은 자살인지 타살인지 여부를 중심으로 수사를 하며, 수사는 검찰의 지휘를 받아서 하게 된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의 주장에 대해, 경찰관은 "직장 상사도 조사를 했는데 특이한 사항은 없다. 업무상 스트레스는 유가족들이 주장하는데, 부인은 고인이 한달새 몸무게가 빠지는 등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도 조사를 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더구나 부인은 임신까지 하고 있고, 어린 자식이 있는 것을 볼 때 더 그랬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최씨의 사망과 관련해 자료를 내고 "자살로 인해 사망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면서 "자살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유족의 주장처럼 사고가 회사의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했다고 하는 것은 확인이 어려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업무 스트레스는 확인 어려운 입장"

대한한공 측은 "회사는 유가족들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여 도울 수 있는 지원책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사고 다음 날 보고 조치했으며, 고인이 회사에 성실히 근무한 점을 고려해 남은 유족들을 도울 수 있는 지원책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노동조합 부산지부 관계자는 "사고 뒤 대의원과 간부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여러 차례 했으며, 노조 차원에서 지원기금모금과 회사에 대한 산재처리 촉구 등의 방안을 세웠다"면서 "장례를 치른 뒤 유족들이 노조도 회사와 같은 입장 아니냐며 믿지 못하겠다고 해서 대책방안은 잠정 중단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족들이 노조를 불신하면서 만나주지도 않고 있다"면서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유족과 노조, 회사가 서로 난감한 입장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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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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