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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승 김수경, '현대의 에이스'로 부활

[프로야구] 2일 호투로 프로통산 100승 달성

07.08.03 11:13최종업데이트07.08.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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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경은 2007년 완전히 다른 투수로 거듭났다. 2일 시즌 10승을 거두며 완연한 상승세다.
ⓒ 현대 유니콘스
우완투수 김수경(28·현대 유니콘스)이 개인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역대 18번째 100승이다.

김수경은 2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2007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2이닝 4안타 1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팀의 6-1 승리를 견인했다. 이날의 승리로 김수경은 시즌 10승(4패)을 달성해 류현진(20·한화 이글스)과 함께 다승 부문 공동 3위로 뛰어올랐다.

다승왕 출신 선발투수, FA 시장에서의 굴욕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었던 김수경은 꽤 구미가 당기는 매물이 될 수 있었다. 거의 모든 팀들이 로테이션의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비중이 높아 토종 선발투수 기근현상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수경은 FA 시장의 그 어떤 선수들보다 젊었고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어 올해부터 바뀐 스트라이크존 변경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선수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크게 달랐다. 김수경에 대한 입질은 거의 없었고 소속구단인 현대와의 재계약도 난항을 거듭했다. 김수경은 4년 계약을 고수했고 현대는 3년 계약으로 맞섰다.

서로의 조건을 절충하던 가운데 올 초인 1월, 현대는 김수경의 재계약을 발표했다.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이뤄진 극적인 합의였다. 계약은 1년간 연봉 4억원에 옵션 1억원을 받는 조건이었고 올해 옵션을 달성하면 2년간 계약 연장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내심 거액을 노렸던 김수경에게는 다소 초라한 계약 내용이었다.

이렇게 김수경이 인기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화려한 부상 경력. 김수경은 2000년 18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이래 어깨와 무릎의 지속적인 부상으로 인해 좋은 활약을 할 수 없었다.

특히 지난 2년간은 100이닝도 채 던지지 못한(2005년 90.2이닝, 2006년 85.2이닝) 선발 투수였다. 그렇지 않아도 부도율이 높은 FA 시장에서 '언제든지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선수'라는 딱지는 김수경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반면 같은 FA 선수였던 박명환(30·LG 트윈스)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직구의 위력과 꾸준한 성적은 박명환의 매력요소로 충분했다. 일본 진출설까지 흘러나오던 박명환은 지난해 12월 LG와의 이적에 전격 합의했다. 4년간 40억원이라는 FA 투수 최고대우였다. 김수경의 사례와 몹시 대조적인 부분이다.

부진 떨치고, 현대의 '에이스'로 우뚝

FA 시장에서의 저평가는 자신을 채찍질하는 좋은 무기였다. 옵션을 채워 2년간의 계약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도 뼈를 깎는 훈련을 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겠다는 김수경의 노력은 대단했다. 올해는 지난 몇 년간의 부진을 떨칠만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벌써 시즌 10승을 달성했고 시즌 전체의 규정이닝인 126이닝(6위)을 던졌다. 평균자책점도 3.29(6위)로 준수하다.

김수경의 상승세는 지난해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살아난 직구의 위력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속 145km까지 나오는 강속구와 특유의 명품 슬라이더, 사용 빈도가 높아진 체인지업은 타자를 상대하기 훌륭한 조합이다. 건강 상태가 전보다 좋아졌다는 것도 호재다.

▲ 지난해까지 에이스였던 캘러웨이(왼쪽)와 김수경이 훈련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해 현대의 에이스는 김수경이다.
ⓒ 현대 유니콘스
현대라는 팀을 놓고 볼 때 김수경의 활약은 더욱 빛난다. 현대는 지난 2년간 실질적인 에이스였던 미키 캘러웨이(32)가 부상으로 나가 떨어져 로테이션의 구심점이 필요했다. 장원삼(24)은 혹독한 2년차 징크스(5승 7패, 평균자책점 4.24)를 겪고 있고 지난해 개인 최다승인 14승을 올렸던 전준호(32)도 부진한 편(5승 6패, 평균자책점 4.82)이라 더욱 그랬다.

에이스 자리를 꿰찬 김수경은 무너진 현대 마운드를 홀로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능성 있는 200승 도전

통산 100승 달성과 현대의 에이스로 거듭나 자존심 회복에 성공한 김수경. 그의 나이는 고작 28세에 불과하다. 비록 부상 재발의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승수를 쌓을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기록 중 하나인 200승도 김수경이라면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 젊은 투수 가운데 김수경만큼 빠르게 승수를 쌓아온 선수도 없다. 100승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10년. 앞으로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30대 중후반까지 꾸준히 선수생활을 한다면 200승 돌파가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이제는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송진우(41·한화 이글스)도 중간에 부상으로 주춤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부상을 이겨내고 200승 달성(현재 201승 143패)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세웠다. 공교롭게도 송진우는 처음 10년 동안 106승을 거뒀다. 김수경과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해왔다.

누구의 예상도 빗나가게 만든 김수경의 부활투. 100승을 돌파해 자신감을 회복한 김수경에게 200승 대기록의 기대를 걸어 봐도 좋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 블로그
 http://aprealist.tistory.com

2007-08-03 11:13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필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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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100승 200승 현대 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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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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