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재래시장에 '아트 벼룩시장' 열렸다

안양 석수시장에 모처럼 소통과 문화 그리고 웃음꽃 만발

등록 2007.08.05 11:40수정 2007.08.0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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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동네 재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아트 벼룩시장

동네 재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아트 벼룩시장 ⓒ 최병렬

벼룩이 들끓을 정도로 고물을 판다는 뜻에서 불리는 벼룩시장(flea market)이 최근 각 지자체 곳곳에서 인기다. 물론 벼룩시장에 벼룩은 없다. 이웃끼리 필요 없는 물건을 교환하고 때로는 연륜이 묻어나는 명품을 싼값에 건지기도 하는 기회의 장이자 소통의 공간이다.

2007 석수시장프로젝트–'국제작가 레지던시 입주작가프로그램'을 진행중인 '스톤앤워터'가 새로운 경제공동체 가능성 실험의 일환으로 지난 4일 안양시 석수시장 언저리에 마련된 '공공의 수다방' 주변에서 '석수난장-반짝세일전'을 개최했다.


석수난장은 참여자에게 한 평의 공간을 제공하는 대신 판매자는 자리세로 일정금액(5천원)을 낸 후 판매하거나 물물교환이 가능한 유형, 무형의 오브제 또는 행위, 개념 등을 포함한 모든 것(판매자의 판단과 책임에 따름), 모든 판매수입금을 가져가는 방식을 취한다.

a "내 얼굴 잘 그려주소" 인기를 모은 캐리커처 그리기

"내 얼굴 잘 그려주소" 인기를 모은 캐리커처 그리기 ⓒ 최병렬

a 종이접기에는 어린이들의 관심과 호기심이 가득

종이접기에는 어린이들의 관심과 호기심이 가득 ⓒ 최병렬

이날 '석수난장-반짝세일전'은 새벽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행사가 취소될 뻔 했으나 다행히 오전에 비가 그쳤다. 석수시장 상가 통로 밑에 좌판을 깔고 각자 준비해 온 물건과 상품들을 비치하고 판매에 나서자 한산했던 동네 재래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행사를 기획한 박찬응 관장은 "석수시장프로젝트–'국제작가 레지던시 입주작가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들의 제안으로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며 "새벽까지 쏟아지는 비로 고민했는데 행사를 열게 된 것만도 다행스런 일이다"고 말했다.

이날 석수난장에 참여한 이들은 전업 상인이 아닌 시민, 작가, 학생 등으로, '국제작가 레지던시'에 참여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이 즉석에서 만들어지자 어린이들은 호기심어린 눈망울로 종이접기 삼매경에 빠졌다.

a 털보아저씨의 지압에 자지러지는 신음도 들리고

털보아저씨의 지압에 자지러지는 신음도 들리고 ⓒ 최병렬

a "어때요 나와 비슷해요?" 반신반의하는 동네 아저씨

"어때요 나와 비슷해요?" 반신반의하는 동네 아저씨 ⓒ 최병렬

또 다른 한쪽에서 아프다고 자지러지는 신음소리가 들린다. 구레나룻을 기른 한 중년 남자에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지압을 받는 이들이 내뱉는 외침이다. 주민들에게 지압을 하는 이는 안양일번가에 자리한 '갤러리 44'의 사장이자 도예가인 김석용(49)씨다.


구레나룻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털보아저씨'로 불리는 그는 이은미, 리아, 임창정, 이현우, 박상민, 김장훈, 김광진, 양파, SES 등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을 한차례 이상 지압했었다고 한다. 때문에 이날 행사장 한쪽 벽면에는 연예인들의 사진들이 즐비했다.

가장 인기를 모은 캐리커처 그려주기 좌판에서도 남녀노소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 동네 아저씨는 "이거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다르다"며 연신 구경하던 주민들에게 "어때요 나와 비슷해요?"를 묻기도 했다.


a 행사에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동네 라디오 방송

행사에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동네 라디오 방송 ⓒ 최병렬

a 작가의 귀걸이를 구입한 동네 아주머니

작가의 귀걸이를 구입한 동네 아주머니 ⓒ 최병렬

뿐만 아니라 재래시장 골목과 행사장이 보이는 스톤앤워터 1층 윈도에는 '무단방치 라디오 방송' 중계가 한창이었다. 반경 500여 인근에 FM라디오를 통해 중계되는 소출력라디오는 이날 구성진 가요와 참석자들과 인터뷰 등을 통해 또 다른 활력소를 불어 넣었다.

스톤앤워터는 지난 2003년부터 재래시장 활성화를 내걸고 시민들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작가들에게는 고급 미술시장에서 활로를 찾기 힘든 작가들에게는 소통의 장을 만들어 주면서 부정기적인 아트 벼룩시장을 열어오고 있다.

하지만 행사 장소가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도심과 떨어진 외진 곳에 자리해 여전히 홍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a '국제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도 한몫

'국제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도 한몫 ⓒ 최병렬

a 외국 작가에게 "기념으로 싸인좀 해주세요"

외국 작가에게 "기념으로 싸인좀 해주세요" ⓒ 최병렬

아트 벼룩시장의 정례화 추진을 위해서는 확실한 주체가 필요하다. 운영 주체는 명확한 방향과 내용, 실행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 무엇보다 지역사회와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재래시장 언저리에서 부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아트 벼룩시장이 비슷한 성격을 가진 행사나 단체들과 교류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알맞은 계획을 세워 추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례화 통해 독특한 문화 만들고 싶다"
[인터뷰] 아트 벼룩시장 기획한 박찬응 관장

▲ 스톤앤워터 박찬응 관장
ⓒ최병렬

- 아트 벼룩시장을 개최하게 된 배경은.
"국제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들이 석수시장에 들어온 지 2개월이 지났다. 워크숍을 하는 과정에서 작가들이 벼룩시장을 해보자고 제안해 시작됐다."

- 어려운 점은 없었나.
"준비하는 과정은 큐레이터나 외국작가들도 기대를 갖고 있어서 그런지 매우 재미있었다. 지역 6.15행사추진위원회에서 통일노래자랑을 함께 하기로 했는데 우천으로 취소됐다. 그래서 많은 주민들이 모이지 못한 것 같다."

- 참여 작가들은 얼마이고 그중 독특한 것이 있다면.
"이메일을 통해 사전 접수한 작가들이 10팀이고 당일 참석하겠다고 연락해 온 팀이 5팀으로 모두 15팀이 참여했다. 정기적인 행사가 아니라서 많은 작가들의 참여는 애초 기대하지 않았다. 독특한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 '무단방치 라디오'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안양에서 최초로 실시하는 동네 라디오 시험방송이라고 본다."

- 아트 벼룩시장을 앞으로 계속 개최할 의향은 없는지.
"한달에 한번 정도 정기 개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사실상 운영하기가 힘들다. 준비에 비하면 운영비도 안나오는 실정이다. 동네 주민들도 재미있어 하고 있어 계속하고 싶지만 스톤앤워터 만의 힘으로 운영하기에는 벅찬 것이 사실이다."

- 석수시장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는가.
"사람이 많은 곳으로 찾아 가야 한다는 일부 목소리도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사업이라고 생각하기에 해볼 생각이 없다. 석수시장 프로젝트를 재래시장의 활성화에 의미를 두고 열어왔다는 점에서 석수시장 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으며 너무 커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 아트 벼룩시장 정례화 가능성은 있는가.
"뜻을 함께하는 운영진이 나타나고 조직만 있으면 해볼 의향이 있다. 그리고 그 일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트 벼룩시장을 해보자고 뜻을 같이하는 운영자와 스폰서만 구성된다면 작가들을 모으는 것도 가능하고 이젠 주민들도 관심과 흥미를 보이고 있기에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 최병렬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양 #석수시장 #재래시장 #아트 벼룩시장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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