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들, 전봉준에게 독초에 대해 묻다

한국문학평화포럼, 오는 11일 녹두장군 전봉준 생가에서 '고창 문학축전' 개최

등록 2007.08.08 15:58수정 2007.08.0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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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녹두장군 전봉준 생가터

녹두장군 전봉준 생가터 ⓒ 한국문학평화포럼

새로운 문학명제, 새로운 문학정신, 새로운 문예르네상스의 기치를 내건 한국문학평화포럼(명예회장 고은, 회장 임헌영)이 광복 62돌을 앞두고, 8.15 광복의 참 의미를 찾기 위해 전북 고창 녹두장군 전봉준 생가터를 찾는다.

고창은 친일과 극일의 흔적이 공존하는 곳


고창은 극일과 친일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 고창은 갑오년에 있은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 녹두장군 전봉준과 친일문학인 서정주 시인의 삶이 녹아있는 역사의 땅이다. 한 사람은 외세를 물리치기 위해 목숨을 버렸고, 한 사람은 외세에 등 기대어 국화꽃을 활짝 피운 곳 또한 고창이다.

한국문학평화포럼은 오는 11일 오후 3시 민중세상을 의미하는 녹두꽃과 친일파를 대변하는 국화꽃이 함께 존재하는 곳인 고창에서 '친일과 극일, 민족자주화 문제 등을 국민과 더불어 생각하고자' 전북 고창 죽림리 당촌마을의 녹두장군 전봉준 생가터에서 <인간, 역사, 평화를 위한 문학축전 2007-제3회 고창 문학축전> 행사를 개최한다.

한국문학평화포럼은 지난 2004년 10월부터 현장과 이슈가 살아있는 곳이라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았다. 문학의 현장화를 실현한 한국문학평화포럼은 그동안 국내외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30여 차례 전국 규모의 문학축전 행사를 개최하여 문단 안팎의 주목과 관심을 받아왔다.

한국문학평화포럼은 올해만도 지난 6월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하기 위해 '나눔의 집 문학축전'과 민족시인 '채광석 문학축전'을 개최했으며, 고창 문학축전에 이어 '단재 신채호 문학축전'과 고려인 강제 이주 70주년을 맞아 '카자흐스탄 문학축전' 등의 굵직한 행사를 준비중이다.

a 고창문학축전 포스터

고창문학축전 포스터 ⓒ 한국문학평화포럼


약초보다 독초가 무성했던 부끄러운 우리의 역사

고창은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 녹두장군 전봉준(1855.12.3-1895.3.30)이 부르짖은 척양척왜(斥洋斥倭) 제폭구민(除暴救民)의 참된 뜻을 오늘에 되살릴 수 있는 곳이며, 일제의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다수의 태평양전쟁 희생자 유족들이 살고 있는 뼈아픈 역사 땅이기도 하다.


1. 녹두 꽃

만경 평야 가물어
파랑새 한 마리 애간장 녹이더니
녹두 꽃이 피었습니다
녹두 꽃이 피었습니다


왕바람 불어
번개 치고
천둥이 울어
소낙비
쏟아지더니
황토 물에 떠내려갔나
녹두 꽃이 졌습니다
녹두 꽃이 졌습니다

아아 그러나 꽃이 진 자리
초롱초롱한 초록빛 눈 깜박이며
녹두 꽃이 열렸습니다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2. 청포장수도 없는

녹두 꽃 피지 않아
파랑새도 날아오지 않고
울고 갈 청포장수도 없는
노을 진 들녘에서
아직도 눈먼 녹두 콩 끌어안고
새싹을 부르는
저 노랫소리는 무엇입니까
아직도 녹두꽃밭 찾아 헤매는
저 발자국은 무엇입니까
달도 없는 밤이 몰려오는데

- 차옥혜 평화시 낭송 '전봉준' 전문


녹두장군 전봉준의 생가터에서 진행되는 행사는 소설가 강기희의 사회로 막을 올리며, 임헌영 문학평론가(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의 기조강연<8월에 피는 녹두꽃― 청포장수 울지 않는 광복절을 꿈꾸며>으로 본 행사가 시작된다.

"들은 넓고 오곡백과는 풍성해도 언제나 배는 주린 채 고달프기만 했던 농민들. 그들의 구호였던 척양척왜(斥洋斥倭)란 평화세력이 아닌 침략 야욕의 서양과 일본을 물리치자는 뜻인바 FTA를 비롯한 온갖 장치들이 여전히 제폭구민의 정신을 절절히 요구하고 있다.

그 고통과 설움을 달래주고자 선운사 동백도 피처럼 피고 죽음처럼 졌지만 여전히 역사는 어둡기만 했다. 어째서 이런 의로운 고장에 나라를 등지고 침략자를 편드는 반민족적인 인물도 함께 탄생했을까. 대지란 묵묵히 약초와 독초를 두루 포용하지만 일그러진 역사는 때로는 약초보다 독초가 더 무성한 경우도 없지 않다."


임헌영 회장은 미리 배포한 강연문에서 '선운사 동백도 피처럼 피고 죽음처럼 졌지만 역사는 여전히 어둡'다고 현실을 규정지었다. 그러한 일로 '어째서 이런 의로운 고장에서 나라를 등지고 참략자를 편드는 반민족적인 인물도 탄생했을까'라고 전봉준과 서정주를 비교했다.

a 손세실리아 시인

손세실리아 시인 ⓒ 한국문학평화포럼

척양척왜 이루는 일이 진정한 해방

여전히 약초보다는 독초가 득세를 부리는 현실 속에서 문학인들은 계륵처럼 존재하는 외세를 어찌할 것인가를 전봉준에게 묻는다. 문학인들은 일제가 수탈해 가고 남긴 고창의 너른 들을 바라보며 전봉준이 피로써 싹 틔운 곡식들에게 경배한다.

"그러니 제발 선운사에 가거들랑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 막걸릿집 여자의 / 육자배기 가락에 /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라는 구절에만 심취하지 말고, 차라리 저 산 아래 농민들의 울분을 들어 줄 수는 없을까."

임헌영 회장이 말하고자 하는 강연의 초점은 여전히 짓밟히고 있는 '농민'에게 맞춰져 있다. 농민의 삶이 피폐해졌을 때 나라는 스스로 무릎 꿇어 외세를 끌어들였다. 동학농민혁명의 실패는 정부를 일제에, 미제에 무릎 꿇게 했다.

남북 분단의 씨앗을 제공한 일제의 만행은 말로 형언할 수조차 없다. 녹두꽃보다 국화꽃을 사랑한 백성들에게도 죄는 많다. 다행스럽게도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니 그것으로나마 억눌린 분노에 대한 아픔을 위로받는다.

죽창 끝에 매달어 우금치 넘으며
허연 광목에 숯 검댕이로 눌러 쓴 척양척왜의 깃발도

이국의 감옥 바람벽에 손톱 끝으로 써내려간 조국의 노래도
눈물을 삼키며 학교 담벼락에 남모르게 새기던
타는 목마름과 양키 고 홈의 노래도
이젠 다 내려야 하리

갑년이 돌아왔건만 나는 철부지 스무살
제각각 아린 가슴 하나씩 그러안고 살지만
이젠 누구 탓이라고 말하지 말자

숱하게 내걸었던 날선 구호들
하나씩 꺼내어 삼켜 버릴 수 없나
내장 깊숙한 곳에서 제대로 익도록 내버려 두고
어느날 문득 발효되어 싱그러운 꽃향기 진동할 때까지
절대로 절대로 꺼내보지 말자

그리하여 우리네 가슴이 온전히 따뜻해져서
눈물 마르고 까진 상처와 무른 눈가 아물었을 때
깨끗한 새 헝겊에 다시 한번 나는 쓰리라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한없이 그윽한 눈길로
너나없이 그대로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당신!

- 정용국 평화시 낭송 '이제 날선 깃발은 내려야 하리' 전문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문학인은 시인 정양을 비롯해 양정자, 홍일선, 심호택, 차옥혜, 이승철, 정용국, 손세실리아, 조성국 시인과 소설가 강기희 등이며, 동화작가 유진아 등 전국의 문인들과 일반인들이 척양척왜의 의미를 함께 되새긴다.

시인들의 평화시 낭송에 이어 오우열 무당 시인과 홍세미 만신의 '척양척왜 살풀이 굿'이 이어지고, 서울예대 김기인 교수가 이끄는 '김기인과 스스로춤모임'의 춤공연과 가수 손현숙의 노래 공연이 행사의 의미를 한층 북돋운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북의 정상이 꺼리낌 없이 만나는 중에도 일제의 잔재인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일제는 오늘 이 시간에도 우리의 정신과 몸을 해할 독초를 키워내고 있습니다. 털어야 할 것을 털지 못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지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난 역사의 피맺힌 한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행사를 준비한 이승철(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국장) 시인은 고창 문학축전의 의의를 전했다. 지난 역사를 이해하고 승화시키는 일은 진행 중인 역사일 때 더욱 힘들다. 수혜자와 피해자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현실에서 전봉준을 만나는 발걸음이 반가우면서도 무거운 이유이다.

힘겨운 시대를 잘도 피해 살아남은 이들의 후손들이 녹두장군 전봉준의 삶터를 찾는 일은 죄스럽고도 부끄럽다. 하지만 언제까지 죄인으로 남을 수는 없는 일. 문학인들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죄스럽고 부끄러운 마음 접고 진정한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준비한다.

a 한국문학평화포럼이 지난 7월 4일 개최한 채광석 문학축전 행사 모습.

한국문학평화포럼이 지난 7월 4일 개최한 채광석 문학축전 행사 모습. ⓒ 강기희


덧붙이는 글 | 고창문학축전 행사 참여: 오전 8시 40분/ 서울 사당동 S-오일 주유소 집결 완료 
(4호선 4번 출구 과천방향 70미터 직진)하여 오전 9시/고창행 전세버스 출발(1박2일)

● 행사 참가 문의/ 02- 730-6797, 730-6820(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국) 
홍일선(011-9775-3277), 이승철(019-214-1902)

덧붙이는 글 고창문학축전 행사 참여: 오전 8시 40분/ 서울 사당동 S-오일 주유소 집결 완료 
(4호선 4번 출구 과천방향 70미터 직진)하여 오전 9시/고창행 전세버스 출발(1박2일)

● 행사 참가 문의/ 02- 730-6797, 730-6820(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국) 
홍일선(011-9775-3277), 이승철(019-214-1902)
#고창문학축전 #한국문학평화포럼 #녹두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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