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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보다 '긍정'의 자세 필요한 <디워> 논란

원색적인 비난이 <디워> 논란 불러일으켜

07.08.13 14:58최종업데이트07.08.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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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11일 만에 5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디워(영구아트)의 기세가 대단하다.

배급사인 쇼박스 측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디워를 극장에서 본 관객 수는 총 570만 8164명이라고 한다. 한국 영화 역대 흥행순위 1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참고로 한국영화 역대 흥행순위 1위는 개봉 11일 만에 1300만 명이 다녀간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다.

그러나 디워의 대흥행과 달리 디워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영화 점수 A급에서 F급까지, 영화 디워와 영화 디워를 만든 심형래 감독에 대한 찬사에서 영화 철학이 없다는 혹평까지 저마다 보는 시각이 다르다.

문제는 디워에 대한 여론의 서로 다른 관점이 시간이 지날수록 극과 극으로 갈리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립하는 사람들은 상대가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헐뜯기, 약점잡기에 골몰한다. 조롱과 육두문자 섞어가며 독설을 퍼붓는다.

일부에서는 한국 주류 영화계가 코미디언 출신 심형래 감독을 집단 따돌림 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이와는 반대로 한국 주류 영화계에 속하지 못한 심형래 감독의 피해의식, 자격지심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마녀사냥에 가까운 언어테러가 영화 디워와 심형래 감독을 향하고, 영화 디워를 비판한 진중권 문화비평가도 겨냥하고 있다.

심형래 감독은 디워 개봉을 앞두기 직전 뜬금없이 고려대학교 졸업여부 논란이 터져 나왔다. 여론은 시기가 적절치 못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영화 전문가들은 디워를 혹평하기 시작했다.

한편 진중권 문화 비평가는 지난 10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디워는 성역이 아니다”라며 건설적인 비판은 반드시 필요하고 수용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이 진중권은 대학교수 자격이 없다는 등 인신공격성 원색적 비난과 저주의 글을 퍼부었다.

관객 500만 명을 돌파한 시점에서 영화 디워 논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심형래 감독 편들기도 아니며, 진중권 문화 비평가 편들기도 아니다. 디워가 완성도 높다는 의도도 아니고 디워 혹평 목적도 담겨있지 않다. 양비론을 하기 위함이 아니다.

다만 부정보다 긍정의 힘을 믿는 게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심형래 감독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영화 디워 시나리오를 혹평하는 사람들에게 짧게 반론했다.

“왜 나만 갖고 그래!”

그는 쥬라기 공원(1993)도 스토리 구조가 간단했다는 지적이다. “모기의 피에서 시작된 공룡의 부활 그리고 배우들이 영화 끝날 때까지 공룡에게 쫓기는 모습이 전부다. 맨인블랙(1997)도 외계인이 지구에 내려왔고 주인공이 싸워 물리치는 단순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무기 전설을 다룬) 디워만 갖고 그러는가”라고 밝혔다.

어린이들도 볼 수 있는 전체 관람 등급 영화에 복선을 도입하라는 것인지, SF영화 장르에 스릴러 요소를 추가해 이도저도 아닌 짬뽕 영화를 만들라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심형래 감독의 생각이다.

문화평론가 하재근 씨 역시 지난 9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교육에서 평가목표와 학습목표가 있다”면서 “교사가 아이한테 너 몇 등이야. 너 몇 점이야 라는 식의 결과론을 내세우는 건 평가목표”라는 것이다.

그러나 학습목표는 다르다. 하재근 씨는 “교사가 아이한테 네가 몇 등 했는지 몇 점인지 상관없고 네가 이번 시험에 어느 정도 노력 했는가. 설사 꼴찌를 했더라도 예전보다 조금이라도 진보했다면 내가 널 칭찬해주겠다는 게 학습목표의 의의”라고 밝혔다.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론은 분명 건설적인 비판보다 원색적인 비난이 많았다. 물론 주된 임무가 비평이겠지만 부정적인 면을 너무 강조했다. 또 디워 400만 명 돌파는 많은 사람들이 심형래의 애국주의 코드라는 덫에 걸린 게 아니라 부정보다 긍정의 힘을 믿는 사람들의 심형래 감독에 대한 순수한 칭찬일 것이다. 용가리보다 나아진 CG화면 등을 보면서 진보한 심형래의 영화기술에 희망을 걸었다.

물론 영화 디워를 둘러싼 ‘격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의 책임은 일정 부분 언론에도 있다. 국내 각 언론사는 영화평론가와 시민논객, 네티즌의 상반된 시각을 상세히 전달하며 결과적으로 디워 논쟁을 부추기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디워 논쟁이 또 다른 논쟁을 낳은 꼴이다.

그러나 디워 논쟁이 언론의 불난 집 부채질하는 식의 보도 때문만은 아니다. 디워 논쟁의 본질적인 문제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에서 찾을 수 있다.

스포츠조선의 김천홍 기자는 지난 9일 MBC 100분 토론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예를 들어 얼굴이 예쁘지 못한 여성이 아이를 낳았다고 치자. 주위 사람이 말한다. 아이가 참 못 생겼다! 또 다른 사람이 말한다. 아이 발가락이 참 예쁘네!”

영화 디워에 대한 영화 전문가들의 평론이 대다수 네티즌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이유는 비판보다 비난에 근접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 디워를 만든 심형래 감독은 신적인 존재가 아니며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 100분 토론에 출연한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의 디워에 대한 혹독한 비평도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영화 디워와 영화 디워를 제작한 심형래 감독에 대한 일부 여론의 날이 선 ‘비난’이 디워 논쟁의 ‘씨앗’이 되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영화 디워의 품질은 분명 A급일 수 있고 B급일 수 있고 C급일 수도 있다. 디워 평점을 A급으로 준 네티즌의 시각도 답이 될 수 있고, C급으로 준 영화전문가의 평론도 답이 될 수있다.

그러나 “디워는 영화도 아니다. 비평할 가치도 못 느낀다”는 시각은 절대 답이 될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건설적인 비판이 아닌 원색적인 비난이다.

영화 디워에 대한 네티즌들의 집단적인 옹호 움직임(?)은 과거 어떠한 사건을 떠올린다고 하는 시각도 ‘비판’이 아니라 ‘비난’에 속한다.

디워를 극장에서 본 400만 명의 한국 영화 팬들이 모두 영구아트에서 지원한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생각하는 건 옳지 못하다.

400만 명의 영화 팬들은 심형래 감독의 B급 일수도 있고, C급일 수도 있는 영화 디워 자체를 보러 간 것이다.

‘꿈은 꾸는 자의 몫’이라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 사람들 대다수는 ‘영구’ 심형래 감독의 무한도전, 이뤄내기 힘든 꿈 실현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설사 영화 디워의 작품성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말이다.

심형래 감독과 진중권 문화 비평가에 대한 날이 선 비난은 멈춰야 한다. 서로의 부정적인 면만 들출 게 아니라 긍정의 힘을 믿어야 한다. 또 영화 디워는 원색적인 비난보다 건설적인 비판을 가해야 옳다.
2007-08-13 14:58 ⓒ 2007 OhmyNews
디워 심형래 진중권 네티즌 영구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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