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말하는 자리, 역사를 치유하는 자리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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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backnine)등록 2007.08.22 11:14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전경 ⓒ 김동원


나눔의 집을 찾으면 가운데 원형의 작은 광장을 두고 양편으로 나뉘어 있는 건물 하나가 가장 먼저 사람들을 맞아줍니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입니다. 이름이 일러주는 대로 이 역사관엔 위안부의 삶을 살아야 했던 할머니들의 과거와 현재가 모여있습니다.

나눔의 집을 찾는 사람들은 대체로 역사관에 들러 먼저 할머니의 과거와 오늘을 둘러보거나 아니면 교육관에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비디오를 시청합니다. 할머니의 역사를 먼저 접하고, 그 다음에 할머니를 만나는 것으로 순서를 잡는다고나 할까요. 하긴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것은 알고 보면 할머니가 살아온 역사를 알아보러 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 역사 앞에 서면 할머니들의 역사는 할머니들이 그냥 집안의 물건 몇 개를 빼앗긴 정도가 아니라 삶을 송두리째 일제에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면 누구나 가슴이 먹먹해지고, 또 할머니들이 그 삶을 헤쳐나와 오늘에 이르렀다는 사실 앞에서 그 질긴 생명력에 대해 숙연해지게 됩니다.

역사관 건물의 사이에 놓인 원형의 광장은 종종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행사의 무대가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곳에서 할머니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아 정리한 사진전이 열리기도 하고, 또 노래와 춤의 흥이 넘치는 즐거운 공연과 잔치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보통은 역사관하면 과거의 역사를 말하는 자리이지만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은 역사를 말하는 자리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역사가 남긴 상흔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것을 치유해 가기 위해 함께 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일본인들이 사죄의 마음으로 그 자리를 찾아오기도 하고,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로의 마음으로 노래와 시를 들고 그 자리에 서기도 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은 과거의 역사가 있고, 또 그 상흔을 치유하려는 마음이 함께 서 있는 자리입니다. 그 구심점에는 역사관의 바로 뒤편에서 아직도 버젓이 살아있는데 그런 역사는 없었다는 일본 정부의 부정으로 지워져 있는 할머니들의 삶이 서 있습니다.

2007년 4월 29일 한일평화축제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고 있는 참가자들. 통일은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 상흔을 치유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한마음을 뜻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된 마음은 할머니들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 김동원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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