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제 선택, 제약회사에 속지마라

[닥터메신저] 원자력의학원 김민석 전문의가 말하는 비타민 노하우

등록 2007.08.22 11:23수정 2007.08.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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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이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생활 보약'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비타민 판매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비타민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이 크게 늘었고, 비타민 음료만 수 십 가지에 이르고 있다. 비타민 홍수 시대,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까.

원자력의학원 병리과 전문의 김민석 과장의 비타민 복용 노하우를 잠깐 살펴보자. 김 과장은 먼저 천연 비타민이란 말에 주의할 것을 권한다.

그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이 아니라 천연물에서 추출한 것이기 때문에 안전하고 흡수도 잘 되고, 효과도 좋다는 논리로 천연 비타민이라고 선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소위 천연 비타민은 합성비타민에 약간의 천연비타민을 섞어 놓은 것"이라고 알려준다.

이유는 간단하다. "만약 천연 비타민만으로 알약을 만들게 되면 한번에 먹어야 하는 양이 야구공 크기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 때 '바나나맛' 우유가 '바나나 우유'란 이름으로 팔렸던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흡수'도 비타민과 관련하여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이와 관련 김 과장은 "비타민 흡수를 돕기 위해 특수한 처리를 했다는 이른바 '흡수성 비타민'은 일반 비타민에 비해 훨씬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며 "하지만 일반 비타민이라도 식사 직전이나 식후에 바로 먹게 되면 위장에서 저절로 흡수되기 때문에, 비타민을 꼭 공복에 먹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흡수성 비타민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전하고 있다.

끝으로 김 과장은 "가장 바람직한 것은 엑기스보다 자연 상태 그대로 음식을 통해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라며 "비타민을 선택할 때는 고가 마케팅에 유의하여 자신의 몸에 맞는 비타민을 적당한 가격에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다음은 김 과장의 '엑기스, 비타민' 전문이다.

담배를 피우는 경우, 비타민A 섭취는 오히려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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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w.kirams.re.kr

세상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패스트푸드가 보편화되고, 모든 삶의 방식이 맥도날드 햄버거 식으로 표준화, 균일화 되어가고 있다. 그에 따라 몸에 좋은 음식들을 자연 상태 그대로 섭취하기보다는 엑기스로 만들어서 쉽게 먹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비타민 A가 풍부한 당근, 시금치, 브로콜리를 많이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폐암이 걸릴 확률이 낮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비타민 A를 알약으로 만들어서 먹는다고 해서 폐암이 예방되지는 않으며, 오히려 담배를 피우는 경우에는 비타민 A를 매일 약으로 먹는 사람이 폐암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런 것을 보면, 세상살이가 그렇게 녹록한 것은 아닌가 보다. 이런 예는 비타민 A 뿐만 아니라, 다른 영양소에 대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인다. 다시 말해서 몸에 좋은 음식 중에서 특정 성분을 뽑아서 엑기스를 만들어 먹는다고 해서 그 음식의 좋은 점이 엑기스에서 그대로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간단한 예를 들어 살펴보자.

엑기스가 자연을 대신할 수 없다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이 있었다. 외계인이 지구의 가정을 살펴보니 신기하게도 '어머니'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외계인이 사는 별에서는 시험관에서 아기가 태어나기 때문에 어머니라는 존재가 없었던 것이다. 신기하게 생각한 외계인은 과연 '어머니'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며 살펴보았다.

그가 파악한 어머니는 큰아들에게는 학원에 데려다 주는 운전기사였고, 둘째 딸에게는 밥을 챙겨 주는 요리사였고, 남편에게는 잠자리를 같이 하는 사람이었고, 그밖에 부수적으로 청소, 설거지, 빨래 등의 가사 일을 책임지는 파출부였다.

이렇게 분석 작업을 마친 외계인은 '어머니'를 자기가 사는 별로 데려가는 대신에 그 집에는 운전기사, 요리사, 예쁜 아가씨와 파출부를 남겨두었다. 하지만, 그 집안의 모든 가족들은 '어머니'를 그리워했다는...(혹시 만족하는 남편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가상의 얘기지만, 엑기스에 담긴 진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연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다. 또한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들은 어머니인 자연이 주는 큰 선물인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아무리 연구하고 또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지금 우리가 자연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외계인이 이해하는 어머니의 역할보다도 훨씬 그 이해의 폭이 좁을 것이다.

우리는 엑기스 속에 자연의 모든 것을 담고 싶어 하지만, 실제 엑기스 속에는 우리가 이해하는 자연의 일부만이 그것도 매우 과장되어 담겨 있을 뿐이다. 따라서 엑기스가 음식을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 근원부터 틀린 생각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영양소를 엑기스보다는 음식자체로 섭취하라고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필자도 매일 비타민을 알약으로 먹고 있다. 과거에 비해 환경이 오염되고, 각종 공해가 심해지고, 농약과 화학비료에 각종 먹거리가 노출되어 있고, 각종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각종 가공식품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질병의 발생양식도 점차 노화에 따른 질병이 많이 생기는 추세이다. 사람이 늙어간다는 것은 몸에 녹이 슨다는 것이며, 몸을 녹슬게 하는 것이 각종 산화물질 들이다. 우리 몸에서 합성이 되지 않기 때문에 꼭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영양소는 모두 59가지가 있으며, 비타민이 13종, 미네랄이 22종, 아미노산이 11종, 조효소가 6종 등이다.

물론 음식물을 골고루 섭취하여 음식물을 통하여 이러한 필수영양소를 모두 공급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비타민을 먹고 있다.

비타민 고가 마케팅에 유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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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의학원 김민석 과장 ⓒ 이정환

아마도 현재 비타민을 먹고 있는 독자들도 많이 계시리라 판단된다. 비타민을 선택하고 복용할 때 필요한 노하우를 마지막으로 알려 드리고자 한다. 현재 비타민을 팔고 있는 인터넷쇼핑몰은 100여 곳이 넘고, 많은 제약회사에서 수입 또는 생산하고 있으며, 방문 판매를 통해서도 많은 양의 비타민이 팔리고 있다.

비타민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제품이 다른 제품보다 뭔가 좋다는 것을 선전해야 하는데, 이 중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이 '천연' 비타민이라는 것이다. 천연비타민이라는 제품은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이 아니라 천연물에서 추출한 것이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고 흡수도 잘 되고, 효과도 좋다는 논리이다.

그렇지만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소위 '천연'비타민은 합성비타민에 약간의 천연비타민을 섞어 놓은 것이다.

만약 천연 비타민만으로 알약을 만들게 되면 한번에 먹어야 하는 양이 야구공 크기 정도라고 하니, 소위 '천연'비타민 속에 천연물에서 추출한 비타민이 얼마나 조금 들어있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바나나'우유가 '바나나맛'우유로 이름이 모두 바뀌었는데, '천연'비타민도 언젠가는 이름이 바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비타민의 흡수를 돕기 위해서 특수한 처리를 했다는 흡수성 비타민이다. 흡수성 비타민은 보통 비타민에 저분자단백질을 '킬레이트(chelate)'시킨 것이다. 흡수성 비타민은 일반 비타민에 비해서 훨씬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하지만 일반비타민이라도 식사직전이나 식후에 바로 먹게 되면, 위장에서 저절로 킬레이트가 되기 때문에 비타민을 꼭 공복에 먹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흡수성 비타민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결론적으로 엑기스 보다는 자연 상태 그대로 음식을 통해서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비타민을 선택할 때에는 고가 마케팅에 유의하여 자신의 몸에 맞는 비타민을 적당한 가격에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 킬레이트 : 화학 용어. 화합물의 일종이다. 이 글에서는 비타민이 몸에서 흡수가 잘 될 수 있도록 물질을 첨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3Q 3A] 비타민 투자 "하루에 백원· 2백원이면 충분"

- 현재 어떤 비타민을 먹고 있는가.
"종합비타민이다. 현실적으로 음식물을 통해 필수 영양소를 다 섭취할 수 없다는 생각에 보험 들었다고 생각하고 먹고 있다. 지용성에 비해 수용성은 많이 먹는다고 특별히 해로운 것은 없으니까. 10∼15년 전만 해도 의사들은 거의 비타민을 먹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요새는 의사들도 많이 먹더라. 환자에게도 권하는 편이다."

- 자신의 몸에 맞는 비타민은 어떻게 선택해야 하나?
"40세 정도에는 비타민 B, C, D가 많이 들어간 것을 먹는다거나, 나이나 성별에 따라 다르다. 또 담배 피는 사람의 경우에는 비타민 A 섭취(엑기스)가 오히려 나쁘고, 비타민 C나 E를 먹는다던지, 경우에 따라 다양하다. 비타민도 처방에 따르면 좋다. 아울러 너무 비싸지 않은 것을 고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루에 백원이나 이백원 정도 자기 몸에 투자하는 것이야 뭐 어떤가. 한 달에 몇 십만원이나 하는 것들, 이름만 그렇다는 얘기다."

- 한편으로 엑기스의 위험성을 말하는 것 같다.
"시중에 판매되는 비타민 음료 몇 병 먹는 것은 금방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간에 그만큼의 비타민을 과일이나 음식물로 섭취할 수는 없다. 음식물로는 과량 복용이 어렵다. 편한 것, 쉽게 넘어가고 포만감이 없다는 한편에는 위험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가 2백만 년이다. 그동안 우리 몸이란 건 한 번도 농축한 것을 먹어 보지 않았다. 사람 몸이 쉽게 변할 수 있겠는가. 엑기스 다량 복용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 이정환

덧붙이는 글 | 자료 협조 : 원자력 의학원

덧붙이는 글 자료 협조 : 원자력 의학원
#비타민 #천연 비타민 #흡수성 비타민 #엑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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