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학력(學力)경시 사회이다.

‘학력위조’..개인의 책임인가? 구조의 문제인가?

검토 완료

한영일(yell101)등록 2007.09.01 20:39
신정아 교수의 학력위조 파문으로 연예계, 종교계, 예술계 등 여러 곳에서 학력위조 사실을 고백하고 있다. 마치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하루에 하나 꼴로 나오는 기사들을 보면서, 개인의 문제로 돌리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일개 동네 보습학원을 하나 보더라도 흔히 말하는 삼류대학 나온 사람 없다. 소위 SKY 나오면 다들 학원선생 한다는 냉소 섞인 말은 과장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엄연히 말하면 '학력 경시 사회'다. 학력은 한자 그대로 학문적 능력으로 현대적 표현을 빌리자면 '학문적 내공’'이다. 복수전공자들의 절반 이상이 경영학을 전공하는 취업 All-in생이며, 학사경고를 받더라도 개의치 않는 공무원 준비생이고, 시험 하루전날 벼락치기로 'A'를 받았다고 좋아하는 순진한 대학생이다. 대학은 더 이상 학문적 수양을 쌓는 곳이 아닌 미래를 위한 반강제적 출입문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현재 시간강사들은 현행법상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는 수업의 절반이상을 교원이 아닌 사람들에게 듣고 있는 것이다. 엄연히 따지면, 우리는 학문적 내공도 부족하고, 수업의 절반을 교원이 아닌 사람에게 듣는 불량학력의 소유자들 아닌가? 이런 사회가 어떻게 '학력 중시'사회인가?

 

서울대를 위시로 한 '학벌' 중시 사회의 심각성은 학벌이 다음 세대에게도 신분처럼 세습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박재석

 

유명 인사들의 학력위조 파문 이후 학력검증시스템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졸업했다는 학교에 전화해서 졸업여부 확인하고 논문 꼼꼼히 읽으면 되는 것 아닌가? 이것은 개인적 차원의 해결문제 밖에 되지 못한다. 뿌리를 뽑지 못하면 잡초는 계속 자라게 되어있다. 그렇다고 학벌을 없애기 위해 학교를 없앨 수는 없다. 고교평준화? 대학평준화? 특목고라는 존재가 또 다른 학벌을 만들고 있고, 각 대학의 경쟁력이 갖춰지지 못한다면 허울뿐인 평준화에 그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학벌하나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이 평가된다는 것에 있다. 우리는 음식점에 직접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간판만 보고 그곳의 음식 맛을 평가할 수는 없다. 위생이나 친절함도 선택사항에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도덕성 문제와 사회 구조의 문제는 분리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나무 하나하나를 보면 숲 전체를 못보고, 숲 전체만을 보면 한그루 나무의 병충해를 볼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성찰이 이루어 져야 할 것 이다. 

 

첨부파일
04341795_20070718.jpg
2007.09.01 20:38 ⓒ 2007 OhmyNews
첨부파일 04341795_20070718.jpg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