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선교의 목적은 사랑의 '나눔'

얻은 것이 더 많았던 선교의 경험..어느 기독교인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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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일(yell101)등록 2007.09.04 10:50

 짧은 노동, 그러나 평생의 편안함을 주다

 

햇볕이 내리쬐는 8월의 어느 날.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도착한 22명의 청년들. 한국의 여름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지만 그래도 무더운 날씨는 앞으로 여정의 험난함을 예상케 한다. 열정적인 신앙인의 고무적인 표정도 보였고, 부모님의 등쌀에 떠밀려 억지로 끌려온 사람들의 찌푸린 표정도 보인다. 한영일(25)씨도 그중 한명이다.

 

 ‘우리나라 사람도 도와준 적이 없는데 무슨 외국까지 와서..그리고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에 무슨 선교가 되겠어요?’ 여전히 냉소적인 말투의 한씨는 투덜투덜 짐을 푼 채 마닐라의 첫날밤을 보낸다.

 

다음날 아침 7시. 평소라면 꿈나라에 있을 시간에 허겁지겁 아침을 먹고 버스에 몸을 맡긴다. 도착할 장소는 2시간정도 거리에 있는 어느 빈민촌. 동물보호구역처럼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허가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 반대쪽에 보이는 으리으리한 집과 자동차와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에 잠시 생각에 잠기는 한씨.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필리핀에도 빈부의 격차는 존재했다. 하지만 오른쪽의 부잣집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맞은편 판잣집의 행렬은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게 했다. ⓒ 한영일

청년들이 할 일은 조만간 진행될 아스팔트 공사에 대비에 길을 정리하는 것. 내리쬐는 햇볕에 질퍽한 진흙. 결국 모두 신발과 웃통을 벗고 삽을 하나씩 들었다. ‘무슨 군대도 아니고..’ 한 씨는 또 푸념을 한다. 찝찝한 감촉의 진흙을 밟으며 길에 난 돌들과 잡초를 걸러낸다.

잠깐의 고생이 그들에겐 평생의 편안함이 될수 있다. ⓒ 한영일

 
 반대편 너머로 멀뚱멀뚱 눈뜨며 지켜보는 아이들이 보인다. “애들 눈빛이 순수해 보이네요. TV랑 컴퓨터를 안 해서 그런가?” 한 씨의 말에 순간 주위 사람들이 웃는다. 정말 그들의 눈은 맑고 순수했다.
 

 잠시 동안의 휴식이후 현지 주민들과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죠? 진짜 불쌍하다.” 한씨의 말에 목사님이 대답한다. “저들이 정말 힘들면 저렇게 웃을 수 있을까요? 물질적 기준에서 판단하면 모든 게 그렇게 보일 수 있어요. 저들이 정말 왜 불쌍한지 느끼고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옹기종기 모여든 아이들의 모습은 순수했다. ⓒ 한영일

 

 목사님의 말에 잠시 조용해 졌다. 모두들 한씨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의 목적은 선교였기 때문에 노래와 설교를 통해 기독교에 대한 얘기를 전했다. 말도 안 통했지만 모두들 사람들의 손을 잡고 기도를 시작했다. 기도가 어색한 한씨도 기도를 시작했다.

 

 힘든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버스에서 목사님이 말씀하신다. “아까 말한 것 기억나죠? 과연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했을까요?” 짓궂은 표정으로 목사님이 한씨를 본다.

 

 “음..제가 신앙심도 없고, 그렇다고 기도할 때 제 말을 알아듣지도 못했을 거 아니에요? 선교 이전에 관심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한씨가 대답했다. 마을 입구의 철조망이 오버랩 되었다.

 

 "맞아요. 그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조금의 양식과 돈이 전부가 아니에요.” 그건 우리가 그들을 단순히 물질적으로만 동정하는 것뿐이죠. 물질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그들의 눈을 봤죠? 경제적으로 힘들어 하는 표정이던가요? 오히려 그들을 통해 우리가 얻어 가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은 우리에게 물질을 떠난 마음의 풍족함을 보여주었어요. 우리는 마음속에 우러나온 관심과 사랑을 주고,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해주면 되요. 그것이 우리 삶 속에 실천할 수 있는 선행이고, 진정한 선교입니다."

 

저들에게 중요했던 건 한 푼의 돈이 아니었다. 따뜻한 손과 눈빛, 그리고 사랑이었다. ⓒ 한영일

 다들 무언가 깨닫지 못했던 것을 깨달은 표정이었다. 앞으로 남은 일정은 더 힘들 것이다. 피곤한 표정의 한씨는 벌써 내일을 걱정하지만 표정은 어제보다 훨씬 밝아져 있었다.


 

2007.09.04 10:37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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