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 적을 말을 '나의'로 적기도 하지만, '내가'로 적을 말도 '나의'로 잘못 적는 우리들입니다. 때로는 '우리'로 적을 말을 '나의'로 적기도 합니다. 이 어수선한 말쓰임새를 추스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 그러나 내 권리는 나의 주님께 있고, 내 보상은 나의 하느님께 있다 … 나는 주님의 눈에 소중하게 여겨졌고, 나의 하느님께서 나의 힘이 되어 주셨다 .. (이사야서 49.1∼6)<매일미사>(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07년 6월 148쪽
예전에 새벽미사를 다녀올 때입니다. 미사를 받을 때 듣는 성경 말씀에서 몇 대목에 눈이 멎습니다. 성경을 읊는 분 목소리를 찬찬히 헤아리니 성경책에는 토씨 '-의'가 안 붙은 대목 몇 군데에도 '-의'를 붙여서 읊으십니다.
┌ 내 권리는 나의 주님께 있고
└→ 내 권리는 우리 주님께 있고
성경을 들려주는 분들이 이렇게 한다면, 성경을 듣는 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우리 말로 옮긴 낱말이나 말투가 알맞지 않으니, 이런 대목은 걸러내어 받아들일까요, 아니면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들려주는 목소리 그대로 받아들일까요.
┌ 내 보상은 나의 하느님께 있다
└→ 내 보상은 우리 하느님께 있다
오늘 들은 말씀에는 '나의 하느님'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찬송가를 비롯해 다른 성경 말씀에는 '우리 하느님'이라는 대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영어권 말에서는 'my'쯤으로 적겠지만, 우리들한테는 '나의'가 아닌 '내'로, 또는 "나 한 사람만으로 이야기하는" '내'가 아닌 '우리'로 적어야 알맞습니다.
┌ 나의 하느님께서 나의 힘이 되어 주셨다
│
│→ 우리 하느님께서 내 힘이 되어 주셨다
│→ 우리 하느님께서 내게 힘이 되어 주셨다
│→ 우리 하느님께서 나한테 힘이 되어 주셨다
└ …
가만히 보면, 성경 말씀에는 '내'뿐 아니라 '나의'가 무척 자주 보입니다. 요새는 불경 말씀을 우리 말로 옮길 때에도 "우리 부처님"처럼 쓰곤 하는데, "내 하느님"이나 "우리 하느님"처럼 적으며 '내-우리'로 힘주어 말하지 않더라도, 나 또는 우리와 가까이 있음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늘 곁에서 지켜보시리라 믿습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하느님께서 힘이 되어 주셨다"로만 적어도 됩니다.
마음을 맑게 추스르고 곱게 매만지는 좋은 말씀이라면, 한결 맑고 고우며 좋은 낱말과 말투로 가꿀 때 더욱 빛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애써 힘주어 말하지 않더라도, 굳이 꾸밈말을 덧달지 않더라도.
2. 나의 달리기 자세
.. 나의 달리기 자세를 고치기 위헤 네 아빠가 만들어 준 거야 .. <산바치 카와-4번 타자 왕종훈 (2)>(서울문화사,1993) 56쪽
앞에서는 '나의'를 쓰지만 뒤에서는 "네 아빠"라고 씁니다. "너의 아빠"가 아니라.
이렇게 쓸 줄 아는 말씀씀이라면, 앞에서도 '나의'가 아닌 '내'로 쓸 줄 알 텐데. 우리 말로 옮긴 뒤 한 번 더 살펴보지 못했을까요.
┌ 나의 달리기 자세
│
│→ 내 달리기 자세
│→ 내가 달리는 자세
│→ 달리는 자세
└ …
'자기 일'임을 똑부러지게 말하겠다면 '내'를 붙이면 되고, '자기 일임을 누구나 안다'고 느낀다면 '나의'만 덜면 됩니다. 보기글을 살짝 매만져서, "달리는 매무새를 고쳐 준다며 네 아빠가 만들어 주셨어"처럼 다시 써도 좋아요.
3. 나의 도시 탐험
.. 식이와 나의 도시 탐험은 토요일마다 계속되어, 황금동과 금남로를 비롯해 여러 곳을 돌아보았다 .. <윤정모-누나의 오월>(산하,2005) 105쪽
'탐험(探險)'이란, 위험한 데에도 어떤 곳을 살펴보려고 다니는 일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나들이-구경하기-돌아다니기'로 다듬기 까다로울 때가 있어요. 다만, 이 보기글에서는 '나들이-마실'쯤으로 풀어도 좋지 싶습니다. '계속(繼續)되어'는 '이어져서'로 다듬고요.
┌ 식이와 나의 도시 탐험은 계속되어
│
│→ 식이와 나는 도시 탐험을 이어나가서
│→ 식이와 나는 그 뒤로도 도시 구경을 하여
│→ 식이와 나는 꾸준히 도시 나들이를 하여
└ …
"나의 도시 탐험"처럼 쓰자면, "나의 시골 여행"이나 "나의 자전거 여행"처럼도 쓰겠네요. 이런 자리에서는 '나의'가 아닌 '내'로 써야겠는데, 흐름을 살핀다면 뒷말과 이어서, "나는 도시 탐험을 이어가"로 풀어내는 편이 좋아요.
| 2007.09.10 11:33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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