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국내에서 수조원의 이익을 내고도 세금한푼 내지 않으면서 '먹튀 논란'이 거센 가운데, 국내은행들 역시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기술에선 결코 외국펀드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선물환계약과 예금계약을 교묘하게 배합한 엔화스왑예금을 만들어 '비과세상품'이라고 판매하는가 하면, 합병거래를 복잡하게 해서 세금을 줄이려 했다가 1조원이 넘는 세금추징 위기에 몰린 하나은행의 예는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는 것.
조세전문가들은 이같은 국내 금융회사들의 '절세'시도에 대해 "최근 론스타 등 외국계펀드가 먹튀 논란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지만, 요즘 국내 은행들이 하는 것을 보면 그들만 나무랄 문제가 아니다"며 "외국계펀드와 은행들의 공통점은 복잡한 거래로 세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엔화스왑예금은 고객이 엔화정기예금 가입(대부분 원화를 엔화로 환전하여 예금가입)과 동시에 은행은 3∼6개월 후 만기에 엔화를 높은 환율로 되사주는 선물환계약을 체결, 연 4∼5% 가량의 확정수익을 보장하는 신종금융상품.
일반적인 은행이자에는 세금이 붙지만, 순수하게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선물환거래에 대해선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되면서 '엔화스왑예금'이라는 신종파생상품이 개발됐다.
엔화스왑예금은 일반적인 예금과 선물환거래가 합쳐진 거래이기 때문에 이자를 적게, 그리고 확정적인 선물환거래이익을 높게 배합해서 '기막힌 절세상품'으로 은행들은 앞다퉈 내놨었다.
은행들은 실제로 예금주에게 3개월 혹은 6개월 동안 4%의 이익을 보장했을 땐 엔화예금에 0.05%의 이자율과 만기에 엔화를 3.95%를 얹은 환율로 되사줄 것을 약속하는 예금상품을 취급했다. 물론 5%의 이자율을 약속했을 땐 4.95%의 환율로 되사줬다.
국세청이 과세하기 이전까지 예금가입자들은 엔화예금에 대한 외견상 금리인 연 0.05% 가량에 대해서만 이자소득세를 납부해 왔을 뿐, 선물환계약에 따른 이익인 3.95%에 대해선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은행권은 국세청의 과세가 결정된 뒤에도 이에 불복, 지난 8월 현재 7개 시중은행이 엔스왑예금과 관련해 210억원대에 달하는 과세불복을 국세심판원에 제기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엔스왑예금에 가입했다가 세금을 두들겨 맞은 개인예금주 명의의 과세불복도 198건이(총 220억원 규모 추정) 접수·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스왑예금 세금추징과 관련해 불복을 제기한 시중은행은 ▲신한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씨티은행 ▲(구)조흥은행(신한은행 합병) 등 7개다.
특히 2002년 9월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합병은 실제론 흑자인 하나은행이 적자인 서울은행을 인수하는 거래였으나 겉으로 드러난 형식은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을 인수하는 모습을 택했다.
그러나 합병 본계약이 체결되고 석 달이 지나지 않은 12월 서울은행은 상호를 하나은행으로 바꿨다. 그러나 합병할 당시 서울은행에 있던 약1조7000억원 상당의 결손금을 합병이후 비용공제, 약5000억원대의 세금을 줄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국세청은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합병이 복잡한 거래를 통해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하려는 '역합병'에 해당하는지를 검토, 재정경제부에 유권해석까지 의뢰하며 과세여부를 신중하게 따져보고 있다.
이와 관련 조세전문가들은 "은행은 영업특성상 제조업 등과는 달리 대표적인 불로소득인 이자차익을 얻으면서도 사상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교묘한 절세기술 추구보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고객의 사랑도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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