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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본 <디워>... 한국영화 맞아?

[분석] '괴수물'로서 가능성과 '한국어영화'로서 아쉬움

07.09.17 09:43최종업데이트07.09.1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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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개봉 '디워'의 영문 타이틀 'Dragon Wars' ⓒ 영구아트무비


이 글의 목적은 <디 워>와 다른 괴수영화들을 비교하고, 괴수를 다룬 신화와 전설에 대한 이데올로기 분석하고, <디 워>를 통해 드러나는 한국인들의 세계 또는 서양에 대한 강박관념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앞으로 <디 워> 이후에 나올 한국의 판타지 영화의 방향이 어떠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어느 정도 보탬이 되고자 한다.

<디 워>는 두 시간도 채 안되는 상영시간에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주려 했기에 이야기 전개의 개연성이 떨어지게 된 작품이다. 그렇지만 영화에 담긴 아이디어 자체는 흥미로운 게 많은데, 심형래 감독이 다음 작품을 구상할 때 어떻게 처리하고 발전시킬지 궁금해진다.

[괴수물 영화 <디 워>] <킹콩> <고질라>와 비교해보니

자, 그러면 너무 많은 것이 담겨있다는 것부터 설명해보자. 우선 이무기라는 거대한 뱀이 나온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괴수물'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영화 이전에 나온 유명한 거대괴수가 나오는 작품으로는 미국의 <킹콩>과 일본의 <고질라>가 있다. <킹콩>은 킹콩과 여자주인공, 그리고 여자주인공의 애인간의 삼각관계를 설정함으로써 킹콩에 대한 관객의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구조로 되어있고, <고질라>는 고질라가 일본의 현대도시 도쿄를 파괴하고 이를 일본군대가 격퇴하는 이야기 구조로 되어있다. <고질라>는 이후에 수많은 속편들로 다시 만들어졌는데 기본적인 구조는 고질라와 다른 거대괴수들이 마치 프로 레슬링을 하듯 대결하는 구도로 짜여져 있다.

이에 비해 <디 워>는 나쁜 이무기 '부라키'가 여의주가 될 여인 하린 낭자(사라)를 찾아다니는 얘기이다. 중요한 단서를 쥔 여인과 괴물의 추격전이 벌어지는 영화로는 <터미네이터>와 <맨 인 블랙2>가 있다. 이 때 쫓기는 과정 속에서 여인과 여인을 보호하려는 남성은 자연스럽게 정이 쌓이고 사랑에 빠짐으로써 영화의 멜로드라마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게 된다.

<디 워>에서는 에단 켄드릭(제이슨 버)과 사라(아만다 브룩스)가 이런 관계를 재현한다. 두 사람이 쫓기는 과정에서 정이 쌓일 시간이 좀 짧은데, 이건 전생에서 둘이 비극적인 연인관계였다는 것이 영화 초반에 나오긴 하지만 좀 더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판타지 영화 <디 워>] <반지의 제왕>과 비교해보니

한편, 부라키를 따르는 악의 군대가 500년 전에 조선을 침공하는 이야기와 로스엔젤레스에서 미국 군대와 시가전을 벌이는 장면은 <반지의 제왕>에서 사루만의 군대가 지구를 정복하려는 것을 연상케 한다. 사루만의 군대와 인간이 벌이는 전쟁이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최고 볼거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디 워>에서도 이 시가전 장면도 꽤 볼 만한 장면임을 알 수 있다.

단지 <반지의 제왕>에서 그 전쟁으로 가기까지 천천히 긴장이 고조되는 데 비해 <디 워>에서는 긴장이 고조되는 시간이 짧다. 대신 <인디펜던스 데이>(1996) 같은 작품에서나 나올 법한 미국의 대도시를 배경으로 한 현대적인 시가전을 심형래 감독은 제법 그럴 듯 하게 재현해 놓았다. 부라키의 군대가 입고 다니는 서양갑옷이 좀 어설프긴 했지만 말이다.

위에 언급한 영화들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제외하곤 대체로 상영시간이 두 시간 이내이다. 그것은 대립구도가 비교적 단순하거나 아니면 이야기축이 미스테리물이나 추격전이라는 기본축을 바탕으로 전개되기 때문인데, <디 워>는 한국의 전설을 소개하고, 괴물이 로스엔젤레스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이야기 축은 추격전이고 게다가 거창한 전쟁영화까지 섞여있는데 그 모든 것을 100분 안에 축약시켜 놓았기 때문에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매 편의 상영시간이 세 시간을 넘어간다. 피터 잭슨과 그 제작진의 연출 능력이 뛰어난 것은 그 세 시간 동안 관객의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요소를 잘 배치함으로써 극의 긴장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짧은 시간에 무리한 이야기... 어른도 배려하라

자, 그러면 이렇게 상대적으로 짧은 상영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넣으려 함으로써 드러나는 이야기 전개상의 허점이나 풀리지 않는 점은 무엇일까.

첫째, '부라키'가 어떻게 사라가 사는 집과 사라가 입원한 정신병원을 알아내고 그 곳에 나타났을까. 영화 속에서는 그 단서를 찾기 어렵다.

둘째 '부라키'가 살던 곳은 어디였고 어떻게 로스엔젤레스 근처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을까. 영화 속에서 '부라키'와 '이무기'는 아직 용이 되지 못한 상태라 하늘을 날지도 못하고 신묘한 조화를 부리지도 못하는 상태일 텐데 말이다.

셋째, 어떻게 미국 군대와 경찰들은 '부라키'의 소굴을 급습하게 되었을까.

넷째, 영화의 말미에서 어떻게 이무기는 부라키와 악의 무리들의 소굴을 찾아내서 부라키와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될까. 이런 점들을 알 수 있게끔 해주는 장면들을 더 넣었으면 상영시간이 더 늘어났을 것이다.

사실 괴수물이라는 장르가 '어린이 영화' 혹은 '가족 영화'의 범주에 들어가는 작품이고, 주요 소구대상이 어린이를 데리고 간 어른이 아니라 어린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이야기 구조가 치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함께 간 어른들도 즐길 수 있으려면 그런 것들은 좀 더 신경을 쓰는 게 좋을 것이다.

사실 할리우드가 이 영화에 주목한 이유는 그 이야기 구조의 치밀함이라기보다는 심형래 감독의 아이디어의 신선함이었을 테지만, 기왕 시작한 것이고 또 컴퓨터그래픽의 수준은 세계정상급의 수준이니 다음 작품에서는 이야기 구조의 치밀성에 더 신경을 쓰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국 영화에는 나쁜 괴수만 있는 게 아니다

어차피 이 영화를 다른 괴수물이나 판타지 영화들과 비교했으니까 내용이나 비주얼적인 측면 이외의 차원에서도 비교해보자. 미국의 괴수물이나 판타지 영화들을 보면 이데올로기적으로 미국이 아닌 외국을 위험한 곳으로 간주하고 있다. 대체로 괴수나 위험은 외국으로부터 미국에 들어와 미국사회를 위기에 빠뜨리는 것으로 설정되어있다.

<그렘린>(1984)에서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중국인으로부터 모과이라는 애완동물을 사오는데 이 모과이의 클론들이 괴물로 변하고, <아웃 브레이크>(1995)는 아프리카에서 수입한 원숭이에 묻어들어온 바이러스가 공포를 일으킨다. 킹콩 역시도 열대지방에서 온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화성침공>(1996), <인디펜던스 데이> <사인>(2002),<우주전쟁>(2005) 같은 작품은 아예 외계 생물체가 미국을 침공하는 얘기이다. 이런 괴수들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미국인들의 가족애를 회복한다는 게 기본적인 구조이다.

<디 워>에 나타난 '부라키'와 '이무기'의 대립은 이런 기존의 할리우드의 판타지 영화의 괴수들과는 좀 다른 방식의 괴수물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설에 나오는 괴물들이 다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할리우드 영화의 괴물들과 다른 점이다.

서양의 고대 전설이나 신화를 보면 영웅이 괴물들을 퇴치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죽인다. 헤라클레스가 히드라를 죽인다. 지그프리트가 공룡을 죽인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공룡이 다 나쁘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드래곤하트>(1996) 같은 작품이나 <네버 엔딩 스토리> 같은 작품에서 착한 공룡도 나오고 <이티>(1983) 같은 작품에서는 착한 외계인이 나오긴 하지만 기본적인 대세는 미국이 아닌 곳에서 나타난 괴물은 위험한 대상으로 간주된다.

즉, '부라키'와 '이무기'의 대립은 인간은 선하고 괴물은 악하다는 단순한 구도가 아니라 인간계에도 선악이 있듯이 영물들의 세계에도 선악이 있다는 상대주의적인 사고를 담고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용을 바라보는 서양과 동양의 태도 차이에서 기인한다. 서양에서는 용을 죽여야할 것, 인간을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용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총체적인 공포감이 형상화된 대상인데, 그것을 극복하는 주체들은 결국 '전사'들이었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영웅', 중세유럽에서는 '기사' 계급으로 형상화되었다. 이는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드러내기도 하거니와 '기사' 계급의 계급적 지위를 정당화하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한편, 동양에서도 용을 자연의 섭리를 구체화한 존재로 보긴 하는데 이때 용을 죽여야할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섬겨야할 대상, 따라야 할 대상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섬기는 일을 하는 '사제'나 '승려' 계급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즉, 서양에서는 자연을 극복하는 인간의 신체적 능력을 높이 사고, 동양에서는 자연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지적인 능력과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겸손한 태도를 더 높이 산다. <디 워>에서 보천대사가 나오되 보천대사가 부라키와 직접 대결하지않고 에단이 부라키를 죽이겠다고 총칼을 들지않는 데에는 이런 사정이 있다.

<디 워>와 한국영화의 세계 진출

<디워> 할리우드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있는 심형래 감독. ⓒ 영구아트


그래서 <디 워>는 영화적으로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 한국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이 마구 뒤섞여져 있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이제 흥미로운 것은 한국 이외에 다른 나라에서 이 영화를 어떻게 인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외관상 이 작품은 미국의 도시를 배경으로 미국인들이 겪는 이야기이며 미국인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이고 미국인들이 영어로 소통하는 영화이다. 게다가 미국의 배급사를 통해서 다른 나라 시장에 배급되기까지 하니 이 영화는 얼핏 보기에 할리우드 영화이지 한국영화라고 인지하기 어렵다.

물론 영화의 초반부에 조선시대의 전설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한국어와 한국의 문물이 나오고 영화가 끝날 때 '아리랑'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할리우드에서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한 장면을 보여주는 영화들과 외관상 얼마나 다르단 말인가.

요즘 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텔리비전 드라마에서도 한국문화와 동양문화를 삽입하는 것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텔리비전 시리즈 <로스트>에 나오는 김윤진과 다니엘 김이 한국인 커플로 나오고 그들이 대화를 나누거나 그들의 사연이 전개될 때에는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영어자막을 처리하고 <배틀스타 갤러티카>의 그레이스 박, <그레이스 아나토미>의 산드라 오가 나오는 등 미국 텔리비전에서 아시아계 인물이 나올 때 그들이 한국계로 설정되고 한국의 풍습을 간략하게 나마 소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설화와 문화를 간략하게 소개할 지는 몰라도 기본적으로 이 작품들은 미국의 대중문화 산물들이다. 아무리 다른 나라 전설에 바탕을 두었다고 해도 월트 디즈니사가 만든 <알라딘>(1992)과 <뮬란>(1998)이 할리우드 만화영화이지 아랍 만화영화이거나 중국 만화영화인 것은 아니지 않는가.

<디 워>는 한국영화의 세계진출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미국에서 2000개 이상의 상영관을 잡았다는 수치상 새로운 기록을 세우긴 했지만 여전히 외국어영화로서는 이안의 <와호장룡>이나 장이모의 <영웅> 같은 작품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상영관을 기록한 작품이라는 기록을 깨지는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디 워>는 '외국영화(foreign film)'이긴 하지만 '외국어 영화(foreign language film)'는 아니기 때문이다. 즉, <디 워>는 '한국영화(Korean film)'이긴 하지만 '한국어영화(Korean language film)'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위에 언급한 <반지의 제왕>이라는 영화를 다시 예로 들어보자. 이 영화는 피터 잭슨이라는 뉴질랜드 감독이 뉴질랜드에서 뉴질랜드 스태프와 기술력으로 찍은 영화이지만 영국, 미국, 호주 등의 영어권 배우들을 기용해서 뉴질랜드의 전설이 아닌 유럽의 전설에 바탕을 둔 원작소설을 각색해서 만든 '외국영화(foreign film)'인 동시에 '영어영화(English language film)'이다. 그래서 <반지의 제왕> 시리즈들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지않고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것이다.

심형래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나는 심형래 감독의 기업가로서의 도전정신과 장인으로서의 끈기와 뚝심, 열정은 인정하고 존경하고 배워야할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디 워>도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미국에서 전례없이 많은 상영관을 잡은 한국영화인 것은 인정해줘야 한다.

그렇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인들이 한국어로 대사를 하고 한국인의 습관과 풍습, 고민이 담긴 영화가 그런 정도로 배급되고 평가받거나 그보다 더 큰 규모로 배급되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본다.

그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만든 '영구 아트 무비'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권위있는 판타지영화의 산실이자 한국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역할을 수행해야지 지리적으로 할리우드가 아닌 외국에 있는 할리우드식 아동영화, 판타지 영화를 만드는 스튜디오로 인식되어서야 되겠는가. 심형래 감독과 영구 아트무비 직원들의 건투를 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필자의 시네21 블로그 '사과애'와 사이월드 미니홈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광우 기자는 영화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2001년부터 뉴욕한국영화제를 돕고 있습니다. 지금은 일리노이주 카본데일에 있는 서던 일리노이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디 워 심형래 드래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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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영화보고 책보고 글쓰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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