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복합상영관 전경.
강인규
가장 큰 문제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였지만, 개봉 방식이나 마케팅 전략에도 문제가 있었다. <디워>는 미국의 흥행 대작들이 모두 간판을 내리거나 개봉 후 몇 주에서 몇 달이 지난 상황에서 개봉했다. 이는 '정면승부를 피한다'는 <디워>의 개봉전략의 하나이기도 했지만, 인지도 낮은 영화를 전국적으로 개봉시키기 위해 배급사가 취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내 대규모 개봉'이라는 전략이 한국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을망정, 미국시장에서는 도리어 역효과를 낳았다. 어차피 기대작들이 많지 않은 시기였기에, 제한개봉으로 시작해 점차 스크린을 늘려가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한국에서 '미국 2000개 이상 스크린 개봉'이라는 극적 홍보효과를 가져올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개봉 후 한 달도 못 되어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2000벌 이상의 프린트 제작비용과 단기간 안에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 그리고 배급사에 지급하는 추가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막대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이런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2002년, <디워>와 비슷한 시기인 9월에 개봉하면서 단 26개의 극장에서 제한상영으로 시작해 그 이듬해인 2003년 3월말까지 42주 동안 장기 상영하면서 스크린 수를 700여개까지 늘렸다. 이렇게 해서 벌어들인 수입이 1000만 불이 넘는다.
그러나 <디워>는 스크린 2000개 이상의 대규모 개봉을 하면서도 언론시사회는 무시하는 납득하기 힘든 전략을 썼다. <디워>의 미국 배급을 맡은 프리스타일(Freestyle Releasing)은 언론사의 인터뷰 제의를 거부했다. 그 때문에 미국의 관객들은 예고편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객관적 정보도 얻지 못한 채 극장으로 갔고, 그 결과는 실망한 관객들의 배신감으로 나타났다. 만일 제작사나 배급사가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면 이런 무책임한 방법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전략 이전에 관객에 대한 예의와 배려의 문제다.
나는 한국 영화가 미국에서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낯선 땅의 극장과 대여점에서 고국의 영화를 보는 기쁨은 정말로 크다. 그러나 '미국 진출'이라는 것이 강박으로 자리 잡은 한국 문화계의 현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디워>가 '진출'하기 전에도 한국 영화는 한국 특유의 감수성과 독특한 미적 감성, 그리고 적절히 부여된 사회적 메시지로 높이 평가받고 있었다. 특별히 미국관객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든 영화들에 도리어 미국 관객이 서서히 눈을 돌리는 상황이었다.
그런 면에서 미국 평론가 브라이언 온도프의 말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 온도프는 '돈'이 한국 문화계의 지배적 잣대가 되면서 문화적 가치를 상실하는 것은 물론, 목표로 하는 돈 자체와도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미적 감수성과 풍요로운 영화언어를 지닌 나라다. 왜 그런 나라가 <디워>라는 더 없이 끔찍한 공상영화를 세계시장에 내놓아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가? 가장 쉬운 (아마도 유일한) 대답은 '돈'일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현실을 보면, 진절머리 날 만큼 끔찍한 특수효과로 도배한 영화는 미국도 충분히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이여, 제발 참으시라!" (브라이언 온도프, <이크리틱> 2007. 9. 15)
누구든 실수할 수 있고, 이 실수는 미래의 성공을 위한 발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전에 필요한 것은 냉철한 자기 평가와 반성이다.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 그리고 언론에서 이런 합리적인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들은 오늘도 변함없이 '할리우드 진출의 꿈'을 역설한다. 하지만 그들이 '꿈'을 말할 때마다 거기서 더 멀어져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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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 기술과 문화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미디어기호학>과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까?>를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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