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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서 열린 세계 대회, 한국 선수는 4년간 무승

한솔코리아오픈테니스대회의 명암

07.09.28 10:22최종업데이트07.09.2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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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코리아오픈테니스대회가 열리는 올림픽공원 동2문 입구. ⓒ 이충섭


테니스 팬들에겐 이번 추석 연휴 기간이 그야말로 '축제'였다. 23일 이형택 선수의 선전으로 남자 국가대표팀이 20년 만에 데이비스컵 본선 16강에 진출했고, 월요일부터는 한솔코리아오픈테니스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올해 4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윔블던 우승자인 전 세계랭킹 1위 (현재 9위) 비너스 윌리엄스를 비롯해 지난해 윔블던 대회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되기도 했던 마리아 키릴렌코(36위), 투어대회 단식 6승, 복식 34승을 기록한 아시아 테니스의 자존심인 아이 스기야마(27위) 등 실력은 물론 경기 외적으로도 주목 받는 선수들이 참가해서 테니스 팬들을 즐겁게 했다.

2005년 마리아 사라포바와의 이벤트 매치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던 비너스 윌리엄스는 이번에는 대회 1번 시드 선수로 정식 출전을 했을 뿐만 아니라, 모친(오라신 프라이스)과 이모(아이샤 프라이스)까지 동행해서 22일부터 한국에 머물고 있다.

롯데호텔에 묵으면서 점심은 김치찌개, 저녁은 갈비를 주문할 정도로 한국문화와 음식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또한, 25일 가진 팬 사인회에서도 주최 측이 마련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줄을 선 팬 들 모두에게 사인을 해주는 등 겸손하고 친절한 매너로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팬 사인회에서 미소 짓고 있는 비너스 윌리엄스. ⓒ 이충섭


하지만, 화려한 축제 무대 뒤편의 공허함 이랄까. 테니스 팬들이 아쉬워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4년째 매년 계속되는 이 대회에서 단 한 명의 국내선수도 1회전을 통과한 적이 없다.

올해에도 예선에 참가한 6명 중 조은혜, 유민화, 이초원, 김선정, 장경미 선수는 단 한 세트도 따지 못하고 패했고, 류미 선수마저 역전패로 6명 전원 탈락하고 말았다. 주최 측 와일드 카드로 본선 1회전에 출전했던 이예라, 한성희, 김소정 선수 모두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0-2로 패했다.

특히, 추석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던 26일, 센터코트에서 벌어진 마리아 키릴렌코 (러시아, 36위, 21세)와 김소정 (520위, 22세)의 경기는 많은 관중들이 응원하는 가운데 펼쳐졌지만, 김소정은 세트 스코어 0-2 (5-7, 3-6)로 패하고 말았다.

랭킹 차이를 감안하면 김소정 선수가 선전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경기를 지켜본 테니스 팬들은 한국 테니스의 한계를 느끼고 실망하는 표정들이었다. 옷 잘 입는 미모의 선수로만 알았던 키릴렌코가 체계적인 훈련으로 만들어진 근육에서 뿜어내는 강력한 파워를 보여준 것에 비해, 키릴렌코와 비슷한 나이와 키를 가진 김소정 선수의 체격은 빈약해 보이기만 했다.

또한, 원피스 운동복으로 맵시를 내고 머리를 동여매서 얼굴을 환히 드러낸 키릴렌코와 대조적으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티셔츠에 긴 머리와 모자로 얼굴을 대부분 가린 김소정 선수의 패션도 아쉬웠다. 열렬히 응원하는 홈 팬들에게 선수의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키릴렌코와 김소정 선수의 상,하체 근육이 비교되는 모습. ⓒ 이충섭


이날 경기장을 찾았던 테니스 코치 홍승범씨는 "같은 기량이라도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플레이로 주도권을 잡는 것이 상위 랭커의 특징이다"며 "기본기 면에서도 서브, 리턴, 스트로크, 발리, 정신력, 체력 어느 한 가지도 (김소정이) 키릴렌코에 앞선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체격 면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더 왜소한 일본 선수들이 체계적인 훈련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훈련 방법의 차이에서 기량차이가 난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키릴렌코가 백핸드 리턴샷을 구사하고 있다. ⓒ 이충섭


2006 윔블던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될때의 유니폼을 입었던 키릴렌코. ⓒ 이충섭


1회 우승자 마리아 사라포바를 비롯해서 힝기스, 바이디소바, 미르자, 키릴렌코, 얀코비치 등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와 유망주들이 기량을 겨루는 한솔코리아오픈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분명 한국테니스의 위상과 테니스의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4년째 한국 선수가 단 한 명도 본선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부진이 개선되지 않은 점에 대해선 한국테니스협회 및 지도자들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대목이다.

경기를 마치고 퇴장하는 두 선수. ⓒ 이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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