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이 만든 또 하나의 거리 투사, '코스콤'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 열려

등록 2007.10.11 18:31수정 2007.10.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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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가 열리고 국회 환노위 의원들이 이랜드 박성수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정도로 비정규직법의 문제는 이제 우리 전사회적인 관심사가 됐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에서 비정규직 문제로 환노위 의원들이 소환한 기업 사장은 박성수 회장 말고도 한 명 더 있다. 바로 코스콤의 이종규 사장이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코스콤은 지난 5월부터 비정규직노조가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하며 싸우고 있는 사업장이다. 증권선물거래소의 자회사인 코스콤은 증권 관련 IT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설립된 기업이다. 코스콤의 비정규직노조는 그간 코스콤에서 파견 형식으로 일해왔던 노동자들로,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사측이 파견회사를 없애고 비정규직들을 탄압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알고 나면 비정규직법 시행과 더불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다른 많은 기업들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코스콤의 경우는 조금 더 복잡하다. 이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에 보여준 정규직노조의 태도와 법리상으로도 복잡한 사안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 꼬인 사태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토론회가 9일 오후 2시에 한국증권금융 대강당에서 열렸다.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 토론회는 코스콤노조의 상급단체인 사무금융연맹의 주최로 김성희 한국비정규센터 소장이 사회를 맡았다.

원래 이날 토론회는 김창섭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의 발제로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과 장의성 노동부 근로기준국장, 강종면 전국증권산업노조 위원장, 황영수 코스콤 비정규직지부장, 박수근 한양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하기로 되어 있었다. 토론자의 면면에서 보이듯이 사태의 복잡한 구도 때문에 노동계의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해 해결방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전날 경찰이 코스콤 비정규직지부 조합원들 대다수를 연행했고 이 과정에서 강종면 증권노조 위원장과 황영수 지부장도 연행됐다. 이에 따라 코스콤 비정규직지부는 황영수 지부장 대신에 김호겸 정책국장이 대신 참여했다. 단병호 의원, 장의성 국장도 국회 일정 때문에 참여하기가 힘들어 단병호 의원은 토론회 초반 인사말로 토론을 대신했고 노동부에서는 정형우 비정규직대책팀장이 토론자로 대신 참여했다.

정작 당사자들이 많이 참여하지 못해 맥빠진 토론회가 될 뻔했지만 토론회에서는 많은 얘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김창섭 부위원장은 발제에서 “대화로 사태를 풀어보자는 차원에서 정규직노조에게도 토론회 참석을 요청했지만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며 “같은 노동자로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해결과 관련해서 정규직노조가 가지고 있는 위치가 중요하다는 사실 때문”이라며 정규직노조에 대한 쓴소리를 시작했다.


그는 “교섭을 거부했던 사측과 비정규직 동지들, 그리고 사무금융연맹이 교섭이란 전제를 달지 않고 만난 자리에서 만든 합의문을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노조를 인정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파기됐다”며 “코스콤은 비공식적으로 직원 1000여명 중 550여명이 비정규직이다. 정규직노조는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그 비용이 천문학적이어서 도산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회사는 정규직노조가 안 된다고 해서 정규직화 방안을 만들기 어렵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코스콤의 수익구조를 보면 2005년에는 장부상 2억 적자지만 2006년엔 200억 흑자다”고 주장했다.

김호겸 국장도 “비정규직 퇴출 프로그램에 대해 정규직노조는 묵인해왔다. 시간이 흐르면 그렇게 퇴출된 비정규직 다음으로 정규직노조도 비정규직으로 전락할 것을 알고 있을 텐데 왜 그러는지 묻고 싶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노동부 토론자로 참여한 정형우 팀장은 “노동부는 코스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전날인 10월8일 코스콤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판정해 검찰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사태와 관련해 노동부가 주목하고 있으며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팀장은 이 사건이 법리적인 문제로도 많이 꼬여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코스콤은 20여년간 증전ENG 등의 도급업체들을 통해 노동자들을 수급받아 사용해왔다. 그러나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불법파견 시비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올해 5월1일부로 새로운 도급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도급업체를 변경하면서 그동안 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했던 관행을 정비하고 법적 분쟁의 소지를 없앴다는 것이다. 여기서 몇 가지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정 팀장은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 71명 중 증전ENG가 파견허가를 받았던 상태에서 파견기간이 2년이 넘은 35명에 대해서는 구 파견법상 고용의제가 성립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 이후 증전ENG가 파견허가가 없었던 상태에서 증전ENG로부터 코스콤으로 파견된 나머지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법원이 고용의제 조항을 적용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또한 중노위의 코스콤 사용자성 부정 판결에 대해서는 “증전ENG가 없어지기 이전의 상황까지 코스콤이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에서 ‘조정’을 신청했기 때문에 조정 신청 당시의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한 것 뿐”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비정규직노조가 조정신청을 할 당시에는 증전ENG 소속 노동자들은 대신정보기술이란 회사로 소속이 변경되어 있었다. 이 대신정보기술이 바로 5월1일 새롭게 도급계약을 체결한 도급업체 중 하나다.

얽히고설킨 법리 문제와 관련해 중노위의 공익위원이기도 한 박수근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중노위의 판정은 임금 부분은 사용자성 인정이 어렵다고 해도 그 외의 부분은 단체교섭이 정당하고 합의여지 없으므로 조정대상이 된다는 판단이 맞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코스콤 사건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내용들이 상당히 있다. 그런 내용들이 결렬됐기에 조정신청이 가능하고 쟁의행위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교수는 노조의 전략적인 대응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부분별로 가능성이 다르기 때문에 법적 구성요건을 갖춘 사안을 분리해서 중노위에 조정신청을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범위를 구분하고 한정해서 될 것과 안 될 것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새로 조정신청을 하기로 결정한다면, 그 전 조정 결과와 연결되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문제가 있어서 더욱 더 확실히 해야 한다. 쟁의행위도 범위를 조금 좁힐 필요가 있다. 사례들이 많아서 구분해서 대응하면 상당히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인열 코스콤 비정규직지부 부지부장은 한 글에서 “불과 두 달 전만 하더라도, 나는 내가 '비정규직'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몰랐다! 물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도급업체의 정직원'이라고 생각하겠지. 나 역시 그래 왔으니까 말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또다시 평범한 회사원들을 거리의 투사로 만든 비정규직법의 모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해결방법이 모색될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지섭 기자는 월간 <노동사회>의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이 글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지섭 기자는 월간 <노동사회>의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이 글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코스콤 #비정규직법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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