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 여기도 저기도 '맞춤형' 공약

[고태진 칼럼] '맞춤형' 공약 남발, 포퓰리즘 우려

등록 2007.10.15 18:21수정 2007.10.1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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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10월 14일 한 어린이집에서 가진 타운미팅에서 "기업이 물건을 팔고 A/S(애프터서비스)까지 하듯이 보육에 대해 적당히 돈만 주고 알아서 하라는 게 아니라 가정 및 근무형태에 따라 여러 맞춤형 정책을 펴겠다"고 보육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따지는 것은 다른 기회에 하도록 하자. 여기서는 이명박 후보가 여러 장소에서 정책을 제시할 때마다 따라 붙는 '맞춤형'이라는 말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다들 알다시피 '맞춤형'이라는 말은 그때그때의 형편이나 사정에 따라 대응한다는 뜻일 것이다. 물론 실제로 국민들 개개인의 형편이나 사정에 따라 국가에서 배려해준다면 그것보다 좋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되겠다는 후보의 공약이 장소나 때와 상관없이 '맞춤형'을 남발한다면 그것이 책임 있는 발언이라 할 수 있을까?

 

모든 정책을 '맞춤형'이라는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나?

 

이명박 후보의 그간 행적을 보면 '맞춤형'이라는 표현으로 무소신이나 무책임성, 또는 인식의 부재를 호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모든 정책을 '맞춤형'이라는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과연 이명박 후보는 공약이나 정책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을까?

 

물론 이명박 후보측은 이 후보의 공약이 모든 분야의 이해관계를 망라하는 '족보식'이 아니라 실천 가능하고 실용적인 '맞춤형' 공약을 내놓는다는 것이 방침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런데 공약의 전체 방침이 '맞춤형'인데, 공약이 각론이 또 '맞춤형'이라고 한다면 결국 내용이 실천가능하고 실용적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할 것이다.

 

이 후보는 9월 12일 목원대에서 학생들과 '청년실업과 일자리'를 주제로 '타운미팅' 형태의 토론회를 하는 자리에서 일자리 문제에 대한 다양한 주문에 답하면서 "여러분이 말한 것을 감안해 자상한 맞춤형 정책을 쓰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9월 14일 대구지역 중소기업인 80여명과의 '중소기업 살리기' 2차 타운미팅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다양화된 중소기업을 다 만족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그 '맞춤형' 정책이 무엇인지가 궁금한 것이 아닐까? 

 

9월15일 있었던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부동산문제에 대해서 "참여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무리하게 조세정책을 쓰다 보니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며 "기업이 지역·고객·세대별로 나눠 서비스하듯 부동산 정책도 수요층에 맞게 맞춤형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세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의 공약을 보면 근로자와 자영사업자들이 생활하는데 지출되는 기본적 비용(주택·교육·의료)에 대해 공제 폭을 늘려 이들의 소득세부담을 모두 줄이는 방향으로 '맞춤형 조세감면'을 이뤄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9월16일 수원 지동시장과 영동시장 등 재래시장을 방문해서도 마찬가지다. "내년에 정권이 교체되면 한나라당은 소상공인·자영업자·재래시장을 위해 특별한 맞춤형 정책을 쓰려한다"면서 "정권이 바뀌면 최소한 여러분과 관련된 것은 1년, 늦어도 2년 안에 다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9월1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신용불량자 6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700만 금융소외자가 다시 웃는 사회’를 주제로 제4차 국민공감 타운미팅 자리에서는 “맞춤형 신용회복 및 자활지원을 위해 신용회복기금을 설치하고 지자체별로 제도전담당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교육문제도 마찬가지다. 누구든 적성에 따라 골라갈 수 있도록 특성화 고교를 300개 만들고 돈이 없어 원하는 학교에 못 가는 학생이 없도록 '맞춤형' 장학제도와 '맞춤형' 학교지원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정책을 제시했다.

 

'맞춤형' 정책을 쓰면 다 잘된다는 이명박 후보

 

결국 이명박 후보가 이야기하는 정책은 거의가 '맞춤형'이라는 단어로 설명된다. '맞춤형' 정책을 쓰면 다 잘 된다는 것이다. 소규모 공동체 사회나 전통사회라면 모든 것을 개개인의 사정이나 형편에 맞추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런 '맞춤형'이라는 임기응변 식으로 대응하기에는 이미 너무 거대하면서도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가 되었다.

 

'맞춤형' 정책의 실체는 변형된 포퓰리즘이라 할 수 있다. 여기 가서는 여기에 맞춰주고, 저기 가서는 저기에 맞춰주는 식이다. 세상에 모두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정책이 어디 있는가? 이 후보의 교육정책에서 보듯 돈 많이 드는 자율형사립고를 100개 만들면서, 돈 없어서 원하는 학교 못 가는 학생이 없도록 하겠다는 식이다. 또 대학별 고사를 허용하면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식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후보는 현재 유력한 대통령 후보다. 그런데 국민들에게 공약이나 정책을 명확히 제시하고 설명하기보다는 여기저기 상황에 따라 '맞춤형'이라는 약속만 남발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정말 제대로 공약을 준비하고 깊이있게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명박 #맞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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