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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식 영상언어와 대중의 소통은?

[리뷰] 강동원·이연희·공효진 주연의 < M >

07.10.29 15:30최종업데이트07.10.3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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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M >의 한 장면 ⓒ (주)프로덕션 M

이명세 감독은 전작인 <형사-듀얼리스트> 시절부터 '영상언어'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내세웠다. 그의 영화는 인물들의 대사나 지문, 일관된 내러티브보다는 이미지와 감정의 흐름을 통해 전개된다. 기승전결의 플롯과 캐릭터로 승부하는 전통적인 스토리텔링 위주의 영화에 반기를 드는 이명세 감독의 고집스러운 실험은, 결국 관객과 영화간 소통의 괴리를 초래하기도 했다.

 

2년 전 추석 시즌에 개봉한 <형사-듀얼리스트>는 극장가에서 그리 환대 받지 못했다. TV시리즈 <다모>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하지원이 다시 조선시대 여포교 역할로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았고, 꽃미남스타 강동원과 국민배우 안성기 등 중량감 있는 스타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경쟁작이던 <가문의 부활> <외출>에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해 10월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형사>는 마니아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연말 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도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평론가와 마니아들은 이명세 감독의 독특한 영화적 실험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여전히 난해하고 복잡한 이명세 감독의 '영화'

 

영화 < M >. ⓒ (주)프로덕션 M

2년이 흐른 후, 이명세 감독의 신작 <M>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먼저 선을 보였다. <M>은 공식 상영 이전부터 영화제 최대의 화제작으로 비상한 관심을 불러모았다. 강동원의 스타파워와 영화제 당시의 기자회견 파문같은 외적인 이슈들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묻혀버린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적지않은 이들이 이명세 감독의 신작에 대해 '난해하고 복잡하다'는 평가를 내렸고, 이번에도 관객과이 소통이 쉽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영화제가 막을 내린 후 2주만에 <M>이 극장가에서 정식 개봉했다. 우려했던 대로 <M>은 흥행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M>의 개봉 이후 주말 관객수는 대략 23만명 선에 그쳤다. 흥행 순위로는 3위지만, 개봉관 숫자나 이명세·강동원 콤비의 대중적 지명도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많은 이들은 이명세 감독의 영상언어에 관한 실험이 <M>에서 절정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전작에서 내러티브와 플롯의 부재를 지적할 때마다 "영화가 드라마인가?"하고 반박하던 이명세 감독의 단호한 의지는 <M>에서 한층 뚜렷하게 나타난다.


"결혼을 앞둔 소설가가 무의식 속에서 첫사랑의 흔적과 재회한다."

 

지극히 단순한 한 줄의 시놉시스로 정리되는 스토리가 이명세 감독의 손에 들어가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몽환적인 세계로 재탄생한다. 극도로 절제된 대사의 빈 자리는 빛과 어둠, 소리와 공간의 교차를 통한 이미지의 연속으로 채워지고, 이야기는 사건보다 인물이 겪는 감정의 변화를 통해 전개된다.

 

'주류'의 탈을 쓴 '비주류' 영화 <M>

 

관객은 영화에서 '무엇을 이야기하는가'를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이명세 감독은 '어떻게 이야기하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드라마나 소설과 같은 텍스트 언어위주의 전개를 기대하는 관객과 이미지로 대표되는 영상언어를 중시하는 이명세 감독.

 

이처럼 영화를 대하는 기본적인 관점부터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이명세 감독과 대중은 서로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관객의 시선으로 보기에 CF나 뮤직비디오에 더 가까운 영화를 만들고서도, 정작 대중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오히려 이해 못하는' 이명세 감독의 실험은 작가주의적 아집으로만 비칠 뿐이다.

 

<M>의 영화적 고민은 이것은 대중 상업영화냐, 아니면 실험적인 독립영화 혹은 작가주의 영화냐 하는 정체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M>이 후자였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에 휩싸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인지도 높은 톱스타 강동원의 출연과 국내에서 가장 저명한 감독 중 하나인 이명세는 '주류'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상업영화 틈바구니에서의 <M>은 비주류의 취향에 가깝다. 관객의 정서, 혹은 영화를 인지하는 사회적 통념을 무시한 채 어떤 뚜렷한 설명도 없이 난해한 이미지로 일관하는 영화는 관객의 시선에선 불친절하고 무례한 영화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명세의 무모한 도전, 어떻게 평가될까?

 

촬영장면. 배우 이연희와 이명세 감독. ⓒ (주)프로덕션 M

 

상반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심형래 감독의 <디워>나 '블록버스터의 재앙'으로 불렸던 장선우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성소재림)같은 영화도 작품 자체의 완성도와 감독의 시선을 두고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철저한 상업영화였던 <디워>가  볼거리에만 집착하여 단조로운 내러티브의 부실을 간과했던 것이 논란의 중심이었다면, <M>은 감독의 지나친 자의식과 대중과의 괴리감이라는 문제점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성소재림>과 유사하다. <M>의 현란한 영상미는 대중을 위한 볼거리라기보단, 감독의 영화적 실험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로써 존재한다. 문제는 이것이 '주류로 포장해 만들어낸 비주류 영화'라는 점에 있다.

 

이명세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하여 자신의 영상언어에 관한 실험을 극단까지 밀어붙였다. 대중의 취향에 아부하지 않고 자신의 영화적 철학을 고수한 그의 실험정신과 작가주의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영화가 궁극적으로 작가와 대중간의 상호 소통을 통하여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대중에게 불친절하다는 지적을 받게 된 그의 무모한 도전이 차후 '시대를 앞서간 실험'으로 남게 될지, '작가주의적 아집'으로 기억될지 주목된다.

2007.10.29 15:3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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