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55)

‘나의 엄마’, ‘나의 사랑하는 사람’, ‘나의 감사의 정’

등록 2007.10.30 17:59수정 2007.10.30 18:03
0
원고료로 응원

ㄱ. 나의 엄마, 나의 가족

 

… 내가 오로지 믿고 의지하는 것은 엄마뿐이었어. 엄마, 나의 엄마, 이것이 나의 가족, 아, 가족? … <강풀-순정만화 (2)>(문학세계사, 2004) 234쪽

 

‘의지(依支)하는’은 ‘기대는’으로 다듬으면 좋습니다. 그래서 “의지하는 것”은 “기대는 사람”으로 다듬고요.

 

 ┌ 나의 엄마
 │→ 우리 엄마
 ├ 나의 가족
 └→ 우리 식구

 

식구들을 가리킬 때에는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우리 오빠”, “우리 누나”로 써야 알맞아요. 예부터 이렇게 써 왔는걸요. 그러나 말도 세월에 따라 바뀌고 사회에 따라 바뀌기에 앞으로는 “나의 엄마-나의 가족” 같은 말이 알맞게 쓰는 말처럼 자리잡을지 모르겠어요. 요즘 흐름이 그렇거든요.

 

사람들이 널리 보는 만화에서도 이런 말을 쓰고, 이 만화를 볼 어린아이부터 나이 든 분까지 이런 말투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테지요. 자기도 이런 말을 쓰고 둘레 사람들도 이런 말을 쓰면, 참말로 앞으로 우리 말과 말법과 말씨도 ‘지나온 세월과 견주어 얄궂다’고 하는 쪽으로 바뀌겠구나 싶어요. 안타깝고 씁쓸하지만.

 

ㄴ. 나의 사랑하는 사람아

 

이리로 오라 나의 사랑하는 사람아
저 달이 유난히 빛나면서
고인 듯이 흐르는 푸른 江 위에
자욱한 빛이 꿈처럼 풀려 오른다
… (사랑) <김광섭-성북동 비둘기>(민음사, 1975)

 

예전에는 문학하는 분들이 글을 쓸 때 ‘강’을 ‘江’으로 흔히 적었습니다. ‘산’을 ‘山’으로 적고요. 어쩌면 요즘도 이렇게 적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이제는 따로 글치레를 한다고 내세우는 자리가 아니라면 이처럼 적는 일이 없습니다.

 

 ┌ 나의 사랑하는 사람아
 │
 │→ 내 사랑하는 사람아
 │→ 사랑하는 사람아
 └ …

 

시조를 거쳐 지금 같은 시 문학이 처음 들어온 날부터 요즘까지, ‘내’라는 말을 알뜰히 쓴 싯귀를 보기가 좀처럼 어렵습니다. 퍽 많은 분이 ‘나의’라고 씁니다. 차라리 ‘나의’를 통째로 덜어도 괜찮으련만. 이렇게 하면 얄궂은 토씨 ‘-의’를 놓고 이런 말 저런 말 하지 않아도 될 텐데.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문학을 하는 분들 말 씀씀이가 이렇다면, 다른 요즘 사람들, 이 가운데 젊은 사람과 어린 사람은 어떨까요. 그리고 이들한테 영향을 끼치는 말은 어떤 말일까요.

 

대중노래와 방송 풀그림, 여기에 인터넷까지 영향을 많이 끼치지 싶습니다. 학교와 집에서도 적잖이 영향을 받겠지만, 이보다는 이 세 가지가 좀 더 크게 영향을 끼친다고 느껴요. 저마다 좋아하는 노래꾼 노래를 즐겨 흥얼거리고, 연속극이라든지 익살 풀그림을 곧잘 꿰는 가운데 인터넷을 날마다 여러 시간 하면서 이곳에서 보고 듣는 말이 저절로 입에 배고 손에 밸 테니까요.

 

그러면 대중노래를 이루는 노랫말, 방송에 쓰이는 말, 인터넷에 쓰이는 말은 누가 빚어낼까요. 어떤 사람이 노랫말을 쓰고 누가 방송 대본을 쓰며 인터넷을 가득 채우는 글을 쓸까요. 어떤 말을 어디에서 어떻게 배운 사람이.

 

ㄷ. 나의 감사의 정

 

… 한국어로 완성하는 데에 양선아 님의 큰 도움을 받았다. 각별히 나의 감사의 정을 전하고 싶다 … <현순혜-내 조국은 세계입니다>(현암사, 2006) 11쪽

 

“한국어로 완성하는 데에”는 “한국말로 마무리하는 데에”로 고치면 좋습니다. “양선아 님의 도움을 받았다”는 “양선아 님한테 도움을 받았다”로, ‘각별(各別)히’는 ‘남달리’나 ‘더욱’으로, ‘전(傳)하고’는 ‘건네고-드리고-보내고’로 다듬으면 돼요.

 

 ┌ 나의 감사의 정을
 │
 │→ 내 마음을
 │→ 고마운 마음을
 │→ 고마워하는 내 마음을
 └ …

 

‘나의’를 쓰는 마음은 토씨 ‘-의’를 아무렇지도 않게 잘못 쓰는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양선아 님한테 도움을 받았다”로 쓸 자리에서 ‘-한테’가 아닌 ‘-의’를 쓰는 마음은, ‘내’를 ‘나의’로 쓰는 마음에서 비롯합니다. 그러니 ‘고마움’이라 말할 자리에 ‘감사(感謝)의 정(情)’이라 쓰겠지요.

 

보기글에서는 “내 마음을”이나 “고마운 마음을” 가운데 하나로 손봐도 좋고, 둘 모두 담아 “고마워하는 내 마음을”로 손질해도 좋습니다.

2007.10.30 17:59ⓒ 2007 OhmyNews
#우리말 #우리 말 #토씨 ‘-의’ #나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작은책집으로 걸어간 서른해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학교 정문에 걸린 현수막, 34년 교직 중 이런 문구 처음 학교 정문에 걸린 현수막, 34년 교직 중 이런 문구 처음
  2. 2 익산역 앞 원도심에서 저녁마다 벌어지는 일...모두 놀랍니다 익산역 앞 원도심에서 저녁마다 벌어지는 일...모두 놀랍니다
  3. 3 감자 들고 학교 간 아이, 교사가 거절하며 건넨 씁쓸한 말 감자 들고 학교 간 아이, 교사가 거절하며 건넨 씁쓸한 말
  4. 4 '국민배당금제'가 사회주의라는 궤변 '국민배당금제'가 사회주의라는 궤변
  5. 5 한강변에 파리 센강보다 큰 수영장 가능하다...새로운 시대의 개막 한강변에 파리 센강보다 큰 수영장 가능하다...새로운 시대의 개막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