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반도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송두율의 <역사는 끝났는가>를 읽고

등록 2007.11.01 12:01수정 2007.11.0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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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10월 12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태어나, 1967년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 1968년 독일로 유학해 하이델베르크대학교와 프랑크푸르트암마인대학교에서 철학·사회학·경제사를 전공,1972년 프랑크푸르트암마인대학교에서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의 지도 아래<헤겔·마르크스 그리고 막스 베버에 있어서 동양세계의 의미>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a  역사는 끝났는가

역사는 끝났는가 ⓒ 당대

역사는 끝났는가 ⓒ 당대

1972년 유신헌법, 1974년 민청학련사건으로 인해 180명의 지식인들이 구속·기소되자 독일에서 민주사회건설협의회를 발족해 유신정권과 갈등을 빚은 후 2003년까지 귀국 못함. 특이한 경력은 1991년에는 북한 사회과학원 초청으로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강의했다. 누구일까? '송두율'이다.
 

그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망령은 '국가보안법'이다. 오늘 논하고자 하는 것은 국가보안법은 아니다. 1995년 조국에 돌아오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썼던, 세계와 민족을 생각하는 학자가 되라고 말씀하신 부모님께 바친 <역사는 끝났는가?>이다.


12년 전에 나온 책이라 그가 고민했던 민족과 세계가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아직 민족과 세계는 진행형이다. 특히 세계화는 대세다. 지식정보화시대는 결국 세계가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 대한 그의 반응이다. 세계화가 진행되어 '민족'과 '역사'가 사라지면 '역사도 끝났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특히 그가 살아가고 있던 유럽은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되고, 자신이 거했던 독일이 통일을 이루었기에 민족과 역사에 대한 번민은 전환기 시대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했을 것이다.


'역사는 끝났다'는 동일한 결론 속에 세기말적인 절망과 회의 속에서 바라보는 비관론과 서구자본주의 궁극적인 승리를 통하여 역사종말을 주장하는 후쿠야마(F. Fukuyama)와 같은 낙관론이 존재한다고 그는 말한다. 후쿠야마가 서구중심 곧, 자본주의의 승리를 예견하면서 역사를 끝났다고 하는데 과연 남북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가 송두율 교수가 던지는 질문이다. 과연 역사는 끝났는가? 역사 종말을 확신하는 서구사회는 정치혁명이 아니라 '과학과 기술 혁명'만을 논하게 된다. 특히 좌익들은 동유럽의 변화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일 밖에 없다는 자조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송두율을 달리 본다.


"역사의 의미는 한 시대와 다른 시대, 한 나라와 다른 나라, 한 문화와 다른 문화 사이에 커다란 편차를 드러내기 때문에 서구의 좌익들이 역사의 끝을 이야기하고 역사를 장송보내는 이 시점에도 제 3세계에서 역사 속의 꿈과 희망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이상스러울 것이 없다."(본문 37쪽)


역사종말을 말하면서 비관론과 낙관론은 모두 서구 중심의 시각이다. 비관론자들도 동유럽도 서양의 시각이며, 후쿠야마 같은 이도 서구 중심 아닌가. 그들이 보는 역사는 종말이지만 그들과는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3세계 민족과 인민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1세계의 역사는 끝났을지라도 3세계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이런 진행형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반동의 물결이 3세계를 패배주의로 몰아간다. 12년이 지난 오늘은 더욱 강하게 서구 중심, 특히 미국 일국 중심이 공고해지고 있다.


이런 강한 반동의 물결을 3세계, 특히 한반도에 같은 민족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거센 파도를 넘어야 한다. 한반도는 탈냉전시대이지만 아직 냉전이다.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상황까지 왔지만 아직 아니다.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궁극적인 통일과 평화체제에 대한 반감을 가진 4대 강국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다. 우리가 가져야 하는 것은 파시즘이 추구하는 '공포의 미학'이 아니라 부패한 관료정치, 상상력이 메마른 테크노크라시 정치, 뿌리 깊은 파시즘적 군사문화에 도전하는 '저항의 미학'이라 한다.


"민주와 통일이 달성이라는 '순간'의 기쁨을 위해 계속되는 한국의 '저항의 미학'은 그러나 '아름다움'과 '장엄함' 사이에 양자택일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끈질긴 투쟁과 순간의 기쁨을 하나로 용해시켜내고 아름다움과 장엄함을 결합시키는 정치의 예술화일 수밖에 없다."(본문 62쪽)


아직 한반도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12년 전 송두율 교수가 말한 저항의 미학은 진행형이다. 탈냉전, 탈역사가 지배하지만 한반도는 냉정과 역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비관과 낙관이 공존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우리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저항하면서 미래를 꿈꾸고, 통일과 민주주의를 온전히 정착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좌절과 냉소주의가 우리를 지배할지라도 우리는 저항해야 한다. "사회주의, 민족분단 좋아하네. 나도 소시적에 그러한 꿈을 가졌으나 지나고 보니 말짱 헛일이다! 방 한 칸 없는 자네, 정신 차리고 돈 벌어 집 마련이나 하게" 이런 냉소주의와 패배주의를 송두율은 경계한다. 우리가 처한 문제 하나하나를 되짚어 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평화체제가 열리고 있다.


요즘 수구세력은 개혁세력 집권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 한다. 사실 잃어버린 것은 수구세력의 기득권이다. 하지만 이런 냉소와 조소, 비방은 개혁세력 스스로 인정해버렸다. 수구세력이 노린 그물이 걸리고 만 것이다. 개혁세력은 패배주의에 스스로 빠져들고 말았다. 통일을 이루고 민족과 역사, 세계가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가기를 우리는 꿈꾸어야 한다. 패배주의는 서구중심, 곧 서구가 자신들의 체제만을 영원히 지속하기를 원하여 3세계와 우리 같은 분단체제 하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주입시키는 사상이다. 우리는 이를 거부해야 한다. 우리 역사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12년 전에 송두율 교수가 말한 것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읽어야 한다. <역사는 끝났는가> 아니다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역사는 끝났는가> 송두율 지음 ㅣ 당대 ㅣ 1995

2007.11.01 12:01ⓒ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역사는 끝났는가> 송두율 지음 ㅣ 당대 ㅣ 1995

역사는 끝났는가

송두율 지음,
당대, 1995


#송두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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