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아니죠~' 코우홍? '맞습니다~'

외국어를 모두 자신들의 말로 바꾼 중국인들

등록 2007.11.02 08:37수정 2007.11.0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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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오마이뉴스-한림대 기자상 응모작입니다. 신소미 시민기자는 한림대학교 중국학과 3학년에 재학중입니다. [편집자말]
대한민국 국민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인 '한국어'. 자음 19개와 모음 21개가 모여 아름다운 우리말 '한국어'가 탄생되었다. 다른 언어로는 절대 표현하지 못하는 순수하고 예쁜 우리말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를 보면 외국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간판과 표지판들은 온통 영어로 표시되어 있고, 사람들이 쓰는 언어조차 한국어보다 영어로 쓰는 표현이 많은 듯하다. 그렇다면 가까운 나라 '중국'의 상황은 어떠할까?

중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자신들의 언어 '중국어'. 그 중국어 속을 한번 들여다보자.

립스틱? '아니죠~', 코우홍? '맞습니다~'

중국에 있는 한 화장품 가게에 들어갔다. 종업원에게 혹시 립스틱(lipstick)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저기요, 혹시 립스틱이 있나요?"


이 질문에 종업원은 모른다며 대답을 해 주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시 한번 '코우홍'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환하게 웃으면서, 립스틱을 내게 보여 주었다.

왜 종업원은 립스틱은 알아듣지 못하고 코우홍 이라는 말은 알아들을 수 있었을까? 답을 미리 말하자면  립스틱과 코우홍은 똑같은 말이다. 립스틱을 중국식 발음인 '코우홍'으로 바꾸어 부른 것이다.


코우홍 (口紅)은 입 구(口)에 붉을 홍(紅)을 써서, '입술을 빨갛게 한다' 라는 예쁜 뜻으로 불려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말하는 립스틱이라는 단어조차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말로 바꾸어서 사용하고 있었다.

a  중국에 있는 피자헛으로 '손님에게 봉사(필승)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중국에 있는 피자헛으로 '손님에게 봉사(필승)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 신소미


 
중국어로 표시되는 재미있는 의미들

이와 같이 중국은 외국어를 쓰지 않고 모두 자신들의 말로 바꾸어서 부른다. 약간 우스울 정도로 재미있게 의미를 바꾼 중국. 몇 가지 용어를 통해서 한번 살펴보자.

TV - 전기로 보다 (电视)
핸드폰 - 손에 있는 기계(手机)
T.G.I fridays - 금요일 식당(星期五餐厅)
선글라스 - 태양안경(太阳镜)
벨트 - 허리에 지니다(腰带)

모두 간단하면서 알기 쉬운 뜻으로 바꾸어 놓은 것들이다. 이밖에도 외국어를 중국식으로 표기한 것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심지어 유명 브랜드나 컴퓨터 용어 자체도 웬만한 건 전부 중국식으로 바꾸어 사용한다.

존슨&존슨 - 강하게 산다 (强生)
코카콜라 - 입에 맞고 먹으면 즐겁다(口可口乐)
(컴퓨터) 다운(되다) - 기계가 죽다 (死机)

a  중국에 있는 까르푸 '가족에게는 행복과 즐거움이 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중국에 있는 까르푸 '가족에게는 행복과 즐거움이 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 신소미


"굳이 외국어 쓸 이유 없어요"

외국어를 쓰지 않는 중국인들은 자기들이 쓰는 언어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여러 중국인에게 외국어를 쓰는 것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반응은 이랬다.

"굳이 외국어를 쓸 필요가 있나요, 자기의 고유 말이 있어야죠"

대다수의 중국인들은 외국어를 자국의 말로 바꿔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굳이 외국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자신들의 언어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는게 중국인들의 생각이다.

오히려 만들 수 있는 언어를 그대로 외국어로 놔두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냐고 되묻기까지 한 중국인들. 외국어를 자기의 말로 특색있게 바꾼 중국인들의 모습이었다.

중국의 이러한 자기말 사랑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대한민국은 점차적으로 우리말 '한국어'를 잊어가고 있는 것 같다. 요즘 실상은 한국말보다는 영어를 더 잘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사회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점차적으로 사라지고 영어에 대한 관심만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어만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언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없을 것이다. 언어는 그 나라를 대표한다. 그만큼 아껴주고 사랑해 줘야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한때 국어와 국사까지 영어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국어에 대한 조그마한 애정이라도 있다면 그러한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영어의 중요성이 아닌 한국어에 대한 중요성을 먼저 깨닫고 알려줘야 할 때다.

중국만큼은 못하더라도 외국어를 쓰기 전에 우리말로 쓰일 수 있는 용어를 다시한번 찾아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우리말 '한국어'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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