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콘서트 티켓이 필요해요!

[한국어 교실 이야기 26] 외국인 팬을 고려하지 않은 콘서트 티켓 방식

등록 2007.11.10 19:16수정 2008.01.0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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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헐리우드볼 한국음악 축제에 참가한 강수진 씨와 일행들 영국에서, 홍콩에서 그리고 미국 각지에서 모인 한국음악 팬들이 헐리우드볼 한국 음악 축제에서 모였다.

헐리우드볼 한국음악 축제에 참가한 강수진 씨와 일행들 영국에서, 홍콩에서 그리고 미국 각지에서 모인 한국음악 팬들이 헐리우드볼 한국 음악 축제에서 모였다. ⓒ 구은희




'빅뱅'의 콘서트에 가고 싶어요!

"선생님! 이번 12월에 한국에 갈 거예요. ‘빅뱅’ 콘서트에 갈 거예요. 벌써 비행기표도 샀어요”.

지난 학기 회사의 일정이 바뀐 탓에 초급 2반 과정을 마치지 못 했다가 이번 학기에 다시 수업을 듣게 된 필리핀계 미국 학생 강수진 씨가 던진 한 마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강수진씨는 초급 1반 때부터 한국 랩 가사까지 모두 외우고 있었고, 가수 ‘비’의 공연과 한국 음악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 6시간의 운전도 마다하지 않고 일주일 간격으로 로스엔젤레스를 방문했던 사람임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비행기까지 타고 한국까지 콘서트에 참가하기 위해 가기로 했다는 말은 정말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비행기표는 샀는데 콘서트 티켓을 살 수가 없어요”.
“네?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콘서트 티켓 없이 어떻게 콘서트에 가요?”
“티켓은 온라인으로만 팔아요. 콘서트 티켓을 사려면 한국 주민번호가 있어야 해요. 그리고 한 사람당 4장밖에 못 사요. 그런데 우리는 세계 각국에서 16명이 가려고 해요”.
“세계 각국이요? 미국에서만이 아니고요?”
“네, 우리는 ‘빅뱅’과 ‘YG 패밀리’의 팬인데, 영국, 노르웨이, 태국, 필리핀, 리투아니아, 브라질,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택사스에서 사는 사람들인데 우리가 ‘빅뱅’의 팬이라서 온라인에서 만나게 되었어요. 우리가 함께 ‘빅뱅’의 콘서트에서 만나려고 계획했는데, 이번 12월에 콘서트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랬군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요?”
“원래, 한국에서 우리가 표 사는 것을 도와주기로 했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티켓을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그것도 한 사람이 많이 살 수 없어서 못 도와주겠다고 해요".

미국 한류의 산 증인 필리핀계 미국 학생 강수진 씨


본 기자의 연재 기사 '한국어 교실 이야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강수진씨는 한국 음악 매니아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음악을 접하기 전까지는 한국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던 사람이지만 서태지부터 요즘 '빅뱅'에 이르기까지 한국 가수들을 사랑하고 한국 음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한국 음악의 열성 팬이다.

강수진씨는 미국 회사에서 매니저급의 간부로 근무하는 유능한 재원이다. 그러한 그가 한국 음악에 심취하여 세계 각국의 한국 음악 매니아들과 교류를 갖고 있으며 이제 직접 한국까지 공연을 보기 위해서 가려고 하는 것이다.


강수진 씨에 대한 기사는 본 기자의 다음의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류에 찬물... 신정아 파문, '비'공연 취소
미국 노래방서 아리랑 세 번 부른 사연
"한국 식당에선 한국말만 해 주세요!" 
핑크 라운드 네크 티셔츠로 주세요. 

외국인 팬들을 고려하지 않은 판매 방식

이번에 강수진 씨로부터 '빅뱅' 콘서트 티켓 구입에 대한 도움을 요청받고 알게 된 사실인데, 대부분의 한국에서의 가수들의 콘서트 티켓은 온라인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그렇게 온라인에서 티켓을 구입하려면 주민등록번호가 있어야 하고 한 사람당 4장으로 한정되어 있다고 한다.

사실, 공정하게 티켓을 판매하기 위해서 온라인으로 티켓을 판매하고 온라인으로 판매를 하다보니 보안 차원에서 주민번호를 확인하는 것과 티켓을 미리 많이 구입해서 다시 파는 암표상들을 막기 위해서 한 사람당 4장으로 제한을 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외국인 팬들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외국인 팬들은 한국 가수들이 그 나라에 가서 공연할 때 보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비싼 항공료와 호텔비를 지불하면서까지 공연을 보러 한국을 찾고자 하는 강수진 씨와 같은 외국인 팬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 그러한 상황을 반영하는 듯 지난 11월 4일에 이루어졌던 '빅뱅' 콘서트 티켓이 온라인 판매시작 2분 안에 모두 매진되었다고 한다.

인터넷 사정이 뛰어난 한국에 비해 외국에서 접속하는 외국인 팬들의 경우에는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돕기 위해서 본 기자가 직접 'YG 패밀리'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을 하였지만 그 담당자의 말이 한국에 아는 지인을 통해서 구해보라고 한다.

문화관광부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반해서 한국 가수들의 공연에 참가하기 위해서 한국을 찾고자 하는 외국인 팬들을 막는 이러한 방식은 정부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전략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12일로 예정되어 있는 2차 온라인 판매 역시 강수진 씨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부디 강수진 씨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16명의 '빅뱅' 팬들이 12월 콘서트에 참가할 수 있기를 바라며 관계자들의 배려를 기대해 본다.

행여나 강수진 씨 일행이 티켓을 구입하지 못해 콘서트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바로 서서히 자라가고 있는 한류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수 있음을 결코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더 많은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 교실 이야기는 구은희 산문집 <한국어 사세요!>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더 많은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 교실 이야기는 구은희 산문집 <한국어 사세요!>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빅뱅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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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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