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 먹어가며 특근해야 하는 신세?

일요일 17시 출근해 다음날 08시까지 특근작업해야 한단다

등록 2007.11.10 08:14수정 2007.11.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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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5시까지 출근하라는데요."

 

같은 반에서 따로 일하는 같은 업체 소속 하청 노동자가 슬며시 오더니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가버린다.


"휴우…."


그가 간 후 깊은 한숨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느 노동자는 생활의 터전인 일터를 가리켜 '죽음의 공장'이라고 시로 지어 읊기도 하는 게 이해가 간다. 노동계는 '8시간 노동으로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강조하고 주장하지만 실제 노동현실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너무 먼 듯하다.

 

요 며칠 전에 40대 중반의 정규직 노동자가 집에서 잠자다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노조소식지를 통해 발표되었다. 나는 그런 소식을 매년 수차례나 접하며 산다. 그런 비보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한다.


'다음은 내가 아닐까?'


이런 두려운 생각이 가슴팍을 파고들면서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저번 달 작업시간표를 받아보니 특근을 6개나 했다. 한 달 내내 쉬는 날도 없이 회사 출근해서 작업했다는 얘기다.


오랜 세월 주·야 막 교대 작업으로 인하여 이미 수많은 노동자들의 건강한 생체리듬이 파괴되어 가고 있다. 오염된 공기 속에서 오랜 시간 일한 탓인지 많은 노동자들이 만성 두통, 위염, 장염 등을 달고 산다.

 

어디 그뿐이랴? 단순 반복작업을 오래한 탓인지 많은 노동자들이 목통, 어깨통, 무릎, 허리, 발목, 팔목 등 고통을 호소한다. 이런저런 유형의 골병 환자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노동자는 보약을 먹어 가면서까지 특근을 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노동자의 현실이 이러한데도 보수언론 경제면엔 'OECD 국가 중 생산성 꼴찌'라고 기사화하고 있다.


나는 그런 주장을 하는 경제학자나 기자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오셔서 1년만 일해 보시고 그런 주장을 쓰세요."


나는 일터가 '생활의 터전'이 아니라 '자본의 이윤추구에 길들여진 일벌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a 2007 전국 노동자 대회 11월 11일 서울에선 전국 노동자 대회를 한다. 나는 17시까지 출근해서 일한다

2007 전국 노동자 대회 11월 11일 서울에선 전국 노동자 대회를 한다. 나는 17시까지 출근해서 일한다 ⓒ 변창기

▲ 2007 전국 노동자 대회 11월 11일 서울에선 전국 노동자 대회를 한다. 나는 17시까지 출근해서 일한다 ⓒ 변창기

사실은 이번 주 주간조라 토, 일 양일간 특근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전국 노동자대회 관계로 토, 일 특근 금지령이 떨어졌다. 그렇다면 일요일 저녁에도 일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나는 일요일 17시까지 출근을 해야 한다. 17시까지 출근하려면 적어도 2시간 전부터 준비하고 늦어도 1시간 전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그렇게 출근해서 작업준비하고 17시부터 작업 시작 19시까지 작업, 19시 10분 작업 시작 21시까지 작업.

 

그리고 30분간 참을 먹어야 한다. 이때 먹는 밥은 식당에서 차린 게 아니라 4~5천원 하는 간이도시락을 주문 배달해 먹게 된다.


21시 30분부터 다시 작업시작 23시까지, 23시 10분부터 작업하여 01시까지, 01시부터 02시까지 야식 시간이다. 이때는 식당 가서 밥을 먹는다.


그리고 02시부터 04시까지 작업, 04시 20분까지 휴식 후 06시까지 작업, 15분 정도 쉬고 06시 15분부터 08시까지 작업. 08시 다되어 작업 종료 후 퇴근한다.


집에 가서 씻고 밥 먹고 쉬다가 잠자리 든다. 그리고 19시 전후로 다시 일어나 밥 먹고 출근해야 한다. 월요일이니 야간 조고 정상 조업이기 때문이다. 21시까지 출근해서 다시 일주일간 평일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우린 그렇게 반복하며 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인간답게 살고 싶은데...

2007.11.10 08:14ⓒ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인간답게 살고 싶은데...
#노동 #특근 #8시간노동제 #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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