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이사장, 박 총장은 이명박캠프 위원장직에서 물러나야

김희수 중앙대 이사장, 박범훈 총장에게 '쓴소리'... 서류 조작설 '솔솔'

등록 2007.11.10 10:43수정 2007.11.1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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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중앙대학교 이사장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캠프에 참여해 물의를 일으킨 박범훈 총장에게 교육자로서 본분을 지킬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9일 중앙대 홈페이지에 올린 '중앙 가족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범훈 총장은 교내의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해 대학의 운영과 발전에 차질이 없도록 문화예술정책위원장직을 사임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김 이사장은 "총장은 대학의 수장이자 얼굴로서 도덕적 권위와 명예의 상징적 존재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을 순수하고 성실하게 지켜나가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리다"라고 전제한 뒤, "명문사학이라는 전통과 자부심에 빛나는 중앙대학교가 최근 '정치논란'에 휘말린 이유는 박범훈 총장이 특정 정당 대선 후보의 문화예술정책위언장 직을 수락함에 따라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대학의 소중한 명예가 정치논란에 휩쓸려 면학과 연구 지도에 전념해야 할 학내 순수한 분위기가 어수선한 분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말았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학교법인의 책임자로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통감, 대학 발전에 장애가 생기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박 총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그는 "(박 총장은) 책임지고 학내 분위기를 원상으로 회복시켜 주길 바란다"면서 사퇴까지는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김 이사장은 또 총장 사퇴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의식한 듯 "대학 구성원들은 더 이상 이 문제와 관련해 연구 및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을 삼가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이 쓴 글, 조작 됐다?


김 이사장의 글이 홈페이지에 올라오자, 한쪽에서 "내용이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중앙대학교 교수협의회 자유게시판에는 '양심선언을 합니다. 진실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교직원'(이하 '그')으로 돼 있다.

 

a 중앙대 교수협의회 자유게시판 글 캡처 지난 9일 중앙대학교 교수협의회 자유게시판에 '양심선언을 합니다. 진실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교직원'으로 돼 있다.

중앙대 교수협의회 자유게시판 글 캡처 지난 9일 중앙대학교 교수협의회 자유게시판에 '양심선언을 합니다. 진실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교직원'으로 돼 있다. ⓒ 이승배

▲ 중앙대 교수협의회 자유게시판 글 캡처 지난 9일 중앙대학교 교수협의회 자유게시판에 '양심선언을 합니다. 진실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교직원'으로 돼 있다. ⓒ 이승배

그는 게시판에 "(김 이사장이) 박 총장 사퇴를 명확히 밝힌 일본에서 건너온 서류가 있었다. (서류가) 박 총장에게 전달된 뒤 어딘가로 전달됐고, 학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최초 전달된 것과 전혀 다른 선대위원장을 사임하라는 내용으로 공지됐다"며 "불과 몇 시간 만에 둔갑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서류가 둔갑된) 진실은 몇몇 관계자들은 다 안다. 증인들은 얼마든지 있다"면서 교수에게 진실을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중앙'이란 필명을 쓴 한 네티즌은 "최초 원본에 사퇴하라고 했다면 당연히 그 뜻을 따라야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냐"며 "제발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댓글을 달았다.


이 글은 중앙대학교 자유게시판(CAU광장-자유게시판)으로도 옮겨져 네티즌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게시물은 올린 지 하루 만에 조회수가 800건을 훌쩍 넘어섰다.


댓글도 잇따르고 있다. "이 글이 사실이라면, 정말 무서워지네요." "제발 사실이 아니길 바랍니다." "저게 사람이 할 짓이냐." "사실이라면 정말 큰 문제군요. 인간으로서 도덕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도 자질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네요." 대부분 내용이 충격적이라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한 학교 측의 공식 반응은 아직 없다.


아래는 중앙대학교 홈페이지 전체공지사항(CAU Notice)에 올라온 '중앙 가족에게 드리는 글' 전문.

 

중앙 가족에게 드리는 글


친애하는 중앙대학교 교직원, 재학생, 그리고 동문 여러분!

명문사학이라는 전통과 자부심에 빛나는 우리 중앙대학교가 최근 돌연한 ‘정치논란’에 휘말리고 교내의 구성원은 물론 동문 및 언론으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 10월 8일 박범훈 총장이 특정 정당 대선 후보의 문화예술정책위원장직을 수락함에 따라 생긴 일입니다.

우리 중앙대학교의 소중한 명예가 정치논란에 휩쓸려 면학과 연구 지도에 전념하여야 할 학내의 순수한 분위기가 어수선한 분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말았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학교법인의 책임을 맡고 있는 저로서는, 이번 사태가 중앙대학교의 명운이 걸린 중대문제로 인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박범훈 총장이 교내의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하여 대학의 운영과 발전에 더 이상 차질이 없도록 문화예술정책위원장직을 사임하여 주길 바라며, 대학구성원들은 더 이상 이 문제와 관련하여 연구 및 면학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을 삼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본인은 법인 운영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말씀드립니다.

1. 총장은 대학의 수장이자 얼굴로서 도덕적 권위와 명예의 상징적 존재이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을 순수하고 성실하게 지켜나가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리이다. 그러므로 총장은 특정 정당 대통령선거후보 문화예술정책위원장직을 즉시 사임하고, 더 이상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 표류하지 않도록 할 것이며, 동시에 책임지고 학내 분위기를 원상으로 회복시켜 주길 바란다.

2. 본인은 학교법인의 책임자로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며, 앞으로 법인뿐만 아니라 대학 발전에 장애가 생기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일층 혼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을 다짐한다.

3. 모든 구성원들은 본 대학의 새로운 위상을 정립하여 사학 명문으로 진일보 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이고 협동하는 태도로 대학 발전의 미래 전망을 제시하고 변화된 계획에 맞추어 노력을 경주해 줄 것을 당부 드린다.


2007년 11월 9일
학교법인 중앙대학교
이사장 김 희 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goster.egloo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1.10 10:43ⓒ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블로그(goster.egloo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희수 #박범훈 #중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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