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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의 '백조'로 거듭난 로빈슨과 정훈

역경을 딛고, 팀의 주축으로 거듭난 두 선수

07.11.26 10:48최종업데이트07.11.2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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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업슛을 시도하는 로빈슨 ⓒ 전주 KCC

시즌 전만 해도 타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미운 오리'였던 로빈슨과 정훈. 하지만, 이제 '우승 후보' KCC 부활의 선봉에 선 '백조'로 거듭났다.

 

2007~2008 SK 텔레콤 T 프로농구에서 최근 전주 KCC의 상승세가 무섭다. 1라운드 성적 4승 5패. 겉으로 봐서는 괜찮은 성적이지만 정작 경기 내용이 나빠 최하위를 했던 지난 시즌과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2라운드 들어 최근 4연승을 포함해 5승 1패의 상승세를 달린 KCC는 9승6패를 기록하면서 LG-KT&G와 함께 공동 3위를 기록 중이다. 2위 서울 SK(10승6패)와의 승차 역시 반 경기 밖에 나지않기 때문에 언제든 순위를 바꿀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2라운드 들어서 KCC가 '우승 후보'의 위용을 되찾은 것은 역시 올 시즌을 앞두고, FA 선수 신분으로 새롭게 영입된 서장훈과 임재현이 이적의 부담을 딛고, 제 기량을 찾은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못지않게 돋보이는 선수는 시즌 전 만해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외국인 선수 제이슨 로빈슨과 아마추어 시절 최고 유망주였음에도 프로에 와서는 기대에 못 미쳤던 '갈색 귀공자' 정훈이다.

 

KCC를 '우승 후보'다운 팀으로 만든 두 '백조'들의 활약상이 돋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유투를 성공한 로빈슨(가운데) ⓒ 서민석

실력으로 자신의 필요성을 증명한 로빈슨

 

2007년 7월 미국 라스베가스의 드래프트장.

 

10개 구단이 모두 10%의 확률을 가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 지명권을 얻은 KCC는 오코사와 함께 최고 외국인 센터로 주목을 끈 크럼프를 뽑고 환호했다. 사실 오코사가 크럼프보다는 다소 높은 평가를 받아 KCC보다 앞순위 지명권을 받은 전자랜드나 동부가 그를 지목할 가능성이 컸지만, 테런스 섀넌과 오코사를 뽑아가면서 KCC의 순번까지 크럼프가 남은 것이었다.

 

그래서 였을까? KCC 입장에선 2라운드로 꼽힐 선수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2라운드 16순위까지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지 않자 지레 지명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로빈슨은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떠났고,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공항에서 KCC가 2라운드 8순위(전체 18순위)로 자신을 지명한 사실을 알게 된 로빈슨은 다시금 드래프트장을 찾아 전체 21순위라는 새롭게 만들어진 순위로 KCC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만큼 로빈슨이 KCC의 유니폼을 입는 과정은 파란만장했던 것이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리그에서 뛴 로빈슨은 중국리그(CBA)에서도 27.4점(4위)·11.4리바운드(1위)를 기록한 크럼프에 비해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인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국보급 센터' 서장훈을 영입한 KCC로선 슈팅가드와 스몰 포워드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작은 외국인 선수' 로빈슨의 활약이 상당히 중요했다.

 

서장훈이 있기 때문에 국내 선수들과도 매치업을 이룰 수 있어 매치업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데다 추승균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슈터가 없는 KCC의 특성상 득점에 활발하게 가담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드래프트 때부터 말썽(?)을 일으킨 것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어서였을까? 뛰어난 스피드와 볼 드리블링 등의 개인기가 뛰어난 로빈슨은 지금 KCC에서 가장 믿을 만한 '득점 기계'로 거듭났다. 11월 25일 현재 15경기에 나와 평균 20.72점 7.33리바운드 2.47어시스트를 기록. 득점부분 7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섀넌-챈들러-토마스처럼 득점을 몰아넣는 '폭발력'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지만, 매 경기 15점 이상 올려줄 수 있는 꾸준함으로 이를 상쇄시키고 있다.

 

특히나 전날(24일) KTF와의 경기에 이어 치른 SK와의 원정 경기에서 로빈슨은 26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팀의 78-76 승리를 이끌었다. 종료 2.8초를 남겨놓고, 깨끗한 중거리슛을 성공시키면서 경기를 끝낸 것이다. 지난 11월 1일 KTF와의 경기에서도 종료 직전 오른쪽 사이드에서 깨끗한 미들슛을 성공시켜 84-82 승리를 이끈 이후 다시 한 번 자신의 손으로 던진 결승골로 승리를 이끈 것이었다.

 

로빈슨이 이렇듯 제 몫을 해주면서 기대만큼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던 센터 크럼프는 물론이고, 추승균-서장훈 등 국내 스타들도 부담감을 떨쳐내면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KCC 입장에선 '굴러 온 복덩어리'와 같은 로빈슨의 활약에 웃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김동우를 수비하는 정 훈(우) ⓒ 서민석

묵묵한 활약으로 팀을 화려하게 만든 정훈

 

로빈슨이 기대 이상으로 이제는 KCC의 주득점원으로 거듭난 '화려함'이 돋보인다면, 아마추어 시절 이한권(전자랜드)-진경석(KTF)와 함께 '낙생고 3인방'으로 불리며 뛰어난 활약을 보였지만, 프로 입단 이후에는 별다른 활약을 못 보여줬던 정훈의 '묵묵한' 활약 역시 돋보인다.

 

200cm-85kg으로 장신임에도 준수한 드리블 능력에 기동력까지 갖춘 정훈은 사실 프로에서 큰 기대를 모았던 선수다. 성균관대 시절 포워드는 물론이고, 가드나 센터까지 볼 수 있는 다재다능함 역시 멀티 플레이어를 원하는 프로 농구의 성향에도 딱 맞는 선수였다.

 

그러나 너무 기대가 컸던 것일까? 프로 무대를 밟은 이후 모비스-TG 삼보(현 동부)-KCC를 거치면서 정훈은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2~2003시즌을 앞두고 2002년 모비스에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입단할 때만 해도 큰 기대를 받았으나 기대에 못 미쳐 이내  '터보 가드'로 불린 김승기와 트레이드 되어 TG 삼보로 이적했고, 상무에서 군 생활을 한 이후 지난 시즌 야심차게 팀에 복귀했지만, 김영만-배길태와 함께 KCC 표명일-변청운-백주익과의 3대3 트레이드로 KCC로 이적하고야 만다.

 

특히나 김영만과 배길태가 KCC 이적 후 은퇴한 반면, 표명일이나 변청운의 경우 각각 동부의 주전 포인트가드와 식스맨으로 좋은 활약을 보이면서 트레이드의 당사자인 정훈 입장에서는 심리적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올 시즌도 15경기 출장해 평균 4.67점 1.47리바운드로 역시 눈에 보이는 성적은 특출나지 않다. 하지만, 지난 21일 LG전에서 6점-25일 SK전에서 8점을 기록하는 등 많은 득점은 아니지만 팀이 필요할 때 쏠쏠한 활약을 해준다는 것이 그의 가치를 높이는 대목이다. 지난 시즌에도 44경기에 나와 평균 5.45점 3.3리바운드를 기록해 수치상으로는 더 나은 활약을 보였지만, 올 시즌의 활약이 더욱더 돋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 것이다.

 

게다가 정훈이 짧은 시간을 뛰더라도 제 몫을 하다보니 팀 선배인 서장훈과 추승균의 체력적-공격적인 부담이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노장인 서장훈과 추승균 입장에서는 체력적인 부담을 덜 수 있어 서장훈은 골밑 공략을, 추승균은 어시스트나 게임 조율 등에 집중하면서 전체적으로 팀이 안정감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훈 이외에도 박상률-이중원-신명호 등의 벤치 멤버가 펼치는 쏠쏠한 활약은 상대적으로 노장이 많은 KCC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적극적인 수비와 리바운드는 물론이고, 근래 보기 힘든 과감한 공격으로 팀에 큰 힘이 되어주고 있는 정훈. 54경기라는 장기 레이스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그의 '묵묵한 활약'은 분명 팀에 보탬이 되어줄 것이라 예상된다.

2007.11.26 10:48 ⓒ 2007 OhmyNews
로빈슨 정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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