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한참 웃다보면 콧날이 시큰한 <스카우트>

참회를 전제로 한 용서의 해법을 제시하다

07.11.27 15:12최종업데이트07.11.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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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루미필름

김현석 감독의 영화<스카우트>를 보다 문득 1980년 5월 광주를 생각해 봅니다. 흐르는 세월 속에 한참이나 지나온 그 해 봄, 그리고 5·18이지만 5·18직전 10일간의 해프닝을 다룬 영화 속 광주는 태풍직전의 고요처럼 평온하고 광주 거리에는 평화롭고 순박한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20년이 넘는 침묵의 세월이 흘렀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활발해지는 진실규명을 위한 논쟁속에서 영화계는 광주의 복권에 한창입니다. 광주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여러 영화들이 있겠지만 일반관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은 이창동 감독의<박하사탕>(2000), 김지훈감독의 <화려한 휴가>(2007)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역사의 소용돌이속에서 처절하게 무너져 가는 김영호(설경구)의 삶을 그린 <박하사탕>이든 전남도청의 참상을 그대로 전한 <화려한 휴가>든 부채감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기엔 부족함이 없을 듯합니다.
 
<YMCA 야구단>(2002), <광식이 동생 광태>(2005) 등으로 관객들에게 잘 알려진 김현석 감독의 코미디영화<스카우트>는 내용과 구성면에서 <박하사탕>과 <화려한 휴가>의 중간 정도 쯤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필름2.0>과의 인터뷰에서 김현석 감독이 밝혔듯, 1980년은 '서울의 봄'과 '광주항쟁'으로 대다수 국민들에게 기억되지만 슬픈 역사와 함께 당시 광주일고 3학년이었고 후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로야구 선수가 된 투수 선동열 선수가 주목받고 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스카우트>는 역사적 사건을 속죄하고 치유하기 위한 소재로 이미 경쟁 대학으로 진학이
결정된 고교 특급투수 '선동열'을 스카우트 하려는 호창(임창정)의 진땀나는 실랑이와 해프닝, 그가 과거에 사랑했던 첫사랑 세영(엄지원)과의 화해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코믹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임창정이 출연한 영화다 보니 코믹, 발랄할 것 같던 두 학교간의 '스카우트' 전쟁이 한축으로 팽이처럼 돌면서 세영과 호창의 과거연애사가 한꺼풀씩 밝혀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 가운데 남녀의 애정사를 광주항쟁이라는 역사적 현실과 함께 무리없이 풀어내는 김현석 감독의 스토리 전개 능력이 매우 좋았다는 생각입니다.
 
새로운 시도였지만 한편 어색하고 낳설게 느껴지던 <YMCA야구단> 제작 이후에 히트작인 <광식이 동생 광태>를 거치며 보여준 감독의 연출력이 <스카우트>에서 확연히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입니다.
 
첫사랑 세영과의 뜻하지 않은 이별, 재회 그리고 또 한 번의 이별후에야 진실을 알게 된 호창이 전경들의 방패를 뛰어 넘어 세영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에서 감독이 영화 속에서 던지고자 했던 과거사에 대한 속죄와 화해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갈등과 번민, 속죄와 참회 속에 둘 사이에 놓여졌던 역사의 험한강을 건너 순수의 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호창과 세영의 행복한 모습에서 성급하게나마 왜곡된 역사적 진실의 해법을 찾아봅니다.

 

임창정의 다양한 코믹 연기는 잘 알려져 있지만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연인에게 달려가는 가슴 서늘한 그의 엔딩신은 임창정표 연기의 또다른 발견이란 생각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밝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슬퍼보일 수 있다는 게 임창정 연기의 매력입니다.
 
한편,<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그녀의 지난 출연작 중에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별로 없다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국영화에 빠질 수 없는 히로인이 되고 있는 엄지원의 경쾌한 매력과 코믹한 변신이 마음껏 발산되고 있다는 점 역시 <스카우트>가 팬들의 주목을 받아도 좋을 이유입니다.
 
하반기 개봉한 국내영화의 동반부진 속에서 <스카우트>의 첫 주 개봉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박하사탕>이나 <화려한 휴가>가 비극의 참상과 이로 인한 개인의 좌절을 그렸다면 <스카우트>는 참회를 전제로한 용서를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2007.11.27 15:12 ⓒ 2007 OhmyNews
엄지원 참회 코믹영화 김현석감독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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