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7년 1월에서 9월까지 새로이 에이즈 감염인 575명이 새로 발견됐다. 이는 하루 평균 2.1명씩 국내 에이즈 인구가 늘고 있음을 나타내는 수치다. 9월까지 누적 감염인 수는 4721명이다
질병관리본부
이러한 가운데 '에이즈 포비아'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에이즈 포비아(AIDS Phobia)란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되었을 것 같은 두려움과 불안 속에 있는 심리적인 상태를 말한다.
"제가 어제 모르는 여성과 성관계를 했는데요. 콘돔을 끼우지 않고 했습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에이즈 검사를 받고 싶은데 성관계 후 언제쯤 에이즈 검사를 받아야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있나요?" (ID : movie)"지나친 포비아 때문에 걱정입니다. 사실 작년 7월에 문제가 될 만한 일을 겪은 후 올해 5월경 군대를 제대하고 한가해지니 급격한 공포감이 몰려왔습니다. (중략) 그러다 갑자기 그 공포감이 커져서 재검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과 함께 또 다시 검사를 하게 됩니다. 저도 압니다. 저 아니에요. 근데 마치 정신병처럼 이러는 저를 보면서 평생을 이러고 살까봐 두렵습니다." (ID : 이제 그만)대한에이즈예방협회 온라인 상담 코너에 올라온 글이다. 이 사이트에만 하루 평균 30여 개의 상담글이 올라올 정도로 '에이즈 포비아'를 갖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에이즈에 대한 경각심 확대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에이즈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한 관계자는 "에이즈는 검사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 정보를 통해 증상만으로 자기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 문제"라며 "당뇨·암 등의 질병의 경우 다른 사람과 의논이 가능하지만 에이즈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그렇지 않다, 그렇다보니 혼자서 볼 수 있는 인터넷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에이즈에 대한 인터넷 정보 중에 잘못된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에이즈 포비아'는 공중 목욕탕과 화장실도 꺼리게 되고 침 때문에 사람들과의 대화도 피하게 된다, 이는 강박증과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고 더 심한 경우에는 자살까지 초래한다"며 "편견과 잘못된 정보가 빚어낸 것이 에이즈 포비아"라고 말했다. 또한 "에이즈를 질병으로 바라보지 않고 에이즈 감염자를 사회적으로 낙인찍는 한국 사회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이 아니라 후천성 '인권' 결핍증!제2회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을 이틀 앞둔 11월 29일, 홍대 앞 '리디안 뮤직'에서는 인권문화제 '인권을 말한 법도 한뎁SHOW'가 열렸다.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을 초대해 열린 이 행사는 영상사진전 '감염인의 눈으로 보는 세상',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의 활동가 윤 가브리엘의 축사, 인권 상황극과 에이즈피플 밴드 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과 '에이즈의 날'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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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인 단체, 보건의료단체 등으로 구성된 'HIV/AIDS감염인 인권주간 준비위원회'는 세계 에이즈의 날이 감염인의 목소리가 배제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의 정부 주도행사가 아니라, 감염인이 주체가 되고 이들을 지지하는 인권사회단체들이 연대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 2006년부터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감염인 인권의 날'로 고쳐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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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가량 진행된 인권문화제가 끝난 후, 이 행사에 참여한 동성애자인권연대 장병권 활동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 다른 전염병도 많은데, 유독 에이즈만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다. 그동안 에이즈와 감염인에 대한 한국 사회의 잘못된 반응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교육 부재 때문이겠지만 아직도 에이즈를 남성 동성애자들의 질병, 성 노동자들의 질병, 이주노동자들의 질병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이즈는 나랑 상관없다', '에이즈는 동성애자, 성 노동자 등 특별한 사람들만 걸리는 질병이다'라는 생각이다. 걸리면 죽는다는 극도의 공포감을 조성하는 그릇된 정보와 사회 소수자들의 문제라는 인식이 결합해 편견과 차별의 낳는다.
1980년대 중반에 미국에서 특이 질병이 발병, 유독 남성 동성애자들에게만 발견되면서 '게이 돌림병'이란 소문이 일파만파 번졌지만 레이건 정부는 질병 치료에 대해 접근한 것이 아니라 특정 감염인을 감시 및 통제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 잡은 두 손. 11월 29일 열린 '인권을 말한 법도 한뎁SHOW' 행사 중 하나였던 '감염인의 눈으로 보는 세상'에 전시된 사진이다.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상징화한 작품이다.
공동행동
- 기자회견 보도 자료에 보면,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고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며 특정 집단에게만 에이즈 예방책임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해 달라."사람이 질병에 걸리면 치료를 받고 온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의 사회적 책임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에이즈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돌아가고 있다. '당신의 성적 문란함이 문제'란 이야기다.
때문에 질병을 치료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통제의 수단으로 바라보게 된다. 또한 통제하기 가장 쉬운 소수자(동성애자, 성 노동자, 이주 노동자)에게 이를 적용, 본보기를 보여줌으로써 사회가 정해준 일정 틀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자연스레 두려움을 준다. 사회통념에 벗어난 사람들을 통제함으로써 사회통념에 맞게 살도록 하는 것이다."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20일 가결한 '에이즈 예방법' 개정안을 두고 아직도 감시와 격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 웨딩드레스를 자르고 있는 가위. 11월 29일 열린 '인권을 말한 법도 한뎁SHOW'의 행사 중 하나였던, '감염인의 눈으로 보는 세상'에 전시된 사진이다. 감염인이 된 후에 자신이 포기했던 것들을 상징화한 작품.
공동행동
"MBC 드라마 <고맙습니다>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 아이가 에이즈 감염자라고 밝혀지자 어제까지 친하던 주변의 사람들조차 등을 돌리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1차 에이즈 검사 때는 익명으로 진행되지만 좀 더 지원을 받으려면 신원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이름을 드러내고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때문에 감염자 혹은 잠재적 감염자들은 음지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명관리는 제대로 된 치료방법이 될 수 없다. 감염인 익명관리를 시행하고 있는 서구사회의 모습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나눌 때, 내가 에이즈 감염인이라는 것을 상대방에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처벌을 받는다. 그것이 전파매개금지조항인데, 이는 감염인을 질병의 피해자가 아니라 고의적 전파자로 편견을 조장하는 조항이다. 질병에 낙인을 찍을 수 없음에도 낙인을 찍는 것이다.
강제검진 같은 경우에는 주로 성 노동자, 이주 노동자들에게 적용된다. 자기 몸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주지 않고, '너희들은 몇 개월에 한 번씩 검사를 받아야 해'라고 강요하는 것은 명백히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침해하는 행위다. 통제가 아니라 치료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개정안에는 강제검사 대상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라는 규정의 자의성과 불명확성으로 인한 남용의 위험성과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 에이즈에 대한 인권결핍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란 인식이 인권결핍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첫 걸음이다. 때문에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구분을 뛰어넘는 일이 가장 기초적이며 필수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나이, 계급, 성별 등에 대한 모범적 행동양식을 상정해 놓고 이 틀 안에서만 존재해야 '정상'임을 인정받는 현실은 결코 옳지 않다."
play
▲ PL날다 PL은 'Poeple Living with HIV/AIDS'의 약자. "질병을 가진 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차별없는 세상이 올 그 날을 기다리며 그들에게,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이 노래를 바칩니다." - 에이즈 피플 리더 홍지. 이들이 ‘인권을 말한 법도 한뎁SHOW’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 에이즈피플 밴드
"나는 괜찮은데, 당신은 불편한가요?"에이즈 투병 7년째라는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의 윤 가브리엘 활동가는 '인권을 말한 법도 한뎁SHOW' 인권문화제에서 "제20회 세계 에이즈의 날 모토가 리더십, 즉 각계 지도층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에이즈 문제해결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지만 우리 지도층은 삼성 떡값 받는 것에나 관심 있지 소수자와 같은 에이즈문제에 관심이나 있나"고 되물었다.
비단 지도층뿐만이 아니다. 에이즈는 언제나 '그들만의 문제'라고 여긴 우리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그 때문에 때때로 불편한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닐까.
에이즈에 걸린 동성연애자 변호사가 자신을 부당 해고한 회사를 상대로 법정 투쟁을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필라델피아>에서 도서관 사서가 에이즈 감염인인 앤드류 벡켓에게 자꾸 작은 방으로 가길 권유하자, 감염인 앤드류 벡켓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괜찮은데, 당신은 불편한가요?"스무 돌을 맞는 에이즈의 날. 청년이 된 에이즈의 날에 손을 내밀며 스스로 물어봐야할 질문이다. 나는 정말 불편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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