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7.11.30 14:45수정 2007.11.3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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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는 큰 가방, 다른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 벨이 요란스럽게 울린다.
"지금 어디까지 왔는데?" "응, 나 지금 비둘기공원에 있어. 얼른 갈게"
찍던 사진을 마저 마무리 하고 공원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못 다 찍은 사진은 모임이 끝난 후에 와서 찍기고 하고. 약속시간 전에 간다는 것이 어느새 지나치고 있었던 것이다.
29일 시흥시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2시간 전에 집을 나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리던 비둘기공원으로 향했다. 비둘기공원에 들어서니 바람에 낙엽들이 우르르 쏟아지는 것이 마치 낙엽 비가 내리는 듯했다. 난 그 아래에서 낙엽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 머리 위에도 가방 위에도 잎이 떨어진다. 한동안 낙엽 비에 취해본다. 떨어지면서 바람에 '땡그르르' 굴러간다. 굴러가는 낙엽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가을을 보내기 싫은지 장미·국화·하얀 구절초·산국 등이 가냘프게 피어있었다. 작고 앙증스러운 빨간 열매들이 빛을 더 발하고 있다. 모두 서둘러 가는 늦가을을 만끽하고 싶은 모양이다. 비둘기공원을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간간이 운동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여기저기 내가 자주 다니던 그곳. 아쉬움을 남기고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갔다.
친구들이 나를 보더니 "아주 미쳤어요. 미쳤어. 이렇게 추운데 찍을 게 뭐있다고" "그러게 내가 생각해도 미쳤나 봐" 하고 있었다. 그때 저만치에서 성당 친구가 오고 있다. 나를 보더니 "이 언니 여기 모임에 있네. 이 언니 이젠 시흥시 사람이 아니에요. 내쫓아요"한다.
"어쩌나 이 언니 쫓겨나고 싶지 않은데…" "걱정마 우리도 안 쫓아네."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난 친구들과의 모임이 끝나고 다시 비둘기공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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