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하자마자 '췌장암 말기', 그리고 죽음

췌장암으로 2년6개월 투병하다 사망한 오주현씨 빈소 표정

등록 2007.11.30 19:01수정 2007.11.30 20:05
0
원고료로 응원
"엄마, 살고 싶어요!"

29일 밤 하늘나라로 간 24살의 청년 오주현씨가 어머니 차상득(49)씨한테 했던 말이란다. 30일 저녁 빈소에서 만난 어머니는 울먹이면서 아들이 남겼던 말을 전했다.

경남 마산 영락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친척과 친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머니는 마치 아들이 옆에서 듣고 있는 듯 살아생전에 나누었던 말들을 들려주었다.

 해군에서 전역한 지 한 달 보름만에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2년6개월 동안 투병생활을 하다 29일 밤 숨을 거둔 고 오주현씨.
해군에서 전역한 지 한 달 보름만에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2년6개월 동안 투병생활을 하다 29일 밤 숨을 거둔 고 오주현씨. 윤성효
오주현씨는'제2의 노충국'으로 알려져 있다. 창원대 1학년을 마치고 2003년 1월 해군에 입대해 복무한 뒤 2005년 3월 전역한 오씨가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때는 전역한 지 한 달 보름만인 2005년 5월초. 국가보훈처 국가유공자심의위원회는 오씨의 암이 군 복무 때 생겼다는 사실을 인정해 2005년 11월  '국가유공자'임을 인정했다.

당시 오씨의 사연은 외사촌형 권수범(30)씨가 국방부 홈페이지 등 인터넷에 올리고, <오마이뉴스>가 처음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오씨는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던 때부터 소급해서 연금을 받았고, 인정된 뒤부터 국가로부터 치료비를 받았다. 그동안 서울 세브란스병원과 마산 삼성병원, 그리고 집을 오고가면서 입원과 통원치료를 반복해 왔다.

오씨는 세브란스병원에 한 달간 입원해 있다 퇴원한 뒤 8일만인 지난 28일 황달이 심해 인근 마산 삼성병원 응급실에 들렀다. 그러다가 29일 밤 11시15분경 숨을 거두었다. 투병생활 2년6개월만이다.


친구들 "군대에서 좀 더 신경썼더라면"

아버지 오세문(53)씨는 "살고 싶다는 정신력으로 지금까지 버틴 것 같네요"라며 "다른 사람 같으면 벌써 갔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살고 싶어 했는데…"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어머니는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어요, 침대에 앉혀 놓으면 기운을 넣어 달라고 하대요, 이전에 네 식구가 목욕하고 회 먹으러 갔을 때를 기억하면서 '그 때가 참 좋았다'고 하대요, '다시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는데…"라며 고 오주현씨를 회상했다.

어머니는 "아들은 혼자 있으면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로 된 노래(따오기)를 곧잘 불렀어요"라며 "지금 생각하면 왜 그 노래를 불렀는지 모르겠네요, 콧소리로 부르는 그 노래를 듣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대요"라고 덧붙였다.

 전역한지 한달 보름만에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2년6개월간 투병생활하다 사망한 고 오주현씨의 빈소는 마산 영락장례식장에 마련되어 있었다.
전역한지 한달 보름만에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2년6개월간 투병생활하다 사망한 고 오주현씨의 빈소는 마산 영락장례식장에 마련되어 있었다. 윤성효

권수범씨는 "당시 동생 사연이 보도된 뒤 많은 언론에서 취재를 하려고 했죠"라며 "그런데 동생은 좀 더 나으면 하자며 꺼릴 정도였죠, 친구들한테도 잘 연락하지 않았죠, 몰골이 추하다며 피했던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빈소에는 오씨 친구들이 조문했다. 숨을 거두던 날에도 20여명의 친구들이 다녀갈 정도였다.

빈소에서 만난 고인의 친구 조재현(24)씨는 "친구가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자주 만나지는 못했어요"라며 "지난해 추석 때 만난 게 마지막이었지요, 그 뒤 전화통화는 자주 했구요"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친구였으니까 아마 좋은 데 갔을 겁니다"고 덧붙였다.

해군으로 전역한 친구 정이호(24)씨는 "군대에 근무를 하다보면 아프다고 하는 병사들이 많은데도 간단한 약 하나 주고 마치죠"라며 "친구도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라고 말했다.

고인의 발인은 12월 1일 새벽 4시다. 운구행렬은 창원 동읍에 있는 집에 들렀다가 김해에서 화장한 뒤 대전 국립현충원으로 향한다. 고인은 이날 오후 3시경 현충원에 안장된다.
#오주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국 지천에 피는 벚나무, 이런 숨은 사연 있습니다 한국 지천에 피는 벚나무, 이런 숨은 사연 있습니다
  2. 2 "66세에 갈 곳 있어 행복, 대한민국 참 좋은 나라" "66세에 갈 곳 있어 행복, 대한민국 참 좋은 나라"
  3. 3 농촌 사는 청소년들에게 돈을 줬더니, 벌어진 일 농촌 사는 청소년들에게 돈을 줬더니, 벌어진 일
  4. 4 10달러 지폐 모델이 누구길래... 2026년 미국을 강타하다 10달러 지폐 모델이 누구길래... 2026년 미국을 강타하다
  5. 5 헌재 "대법 확정 판결도 1심서 문제 발견되면 처음부터 심리" 헌재 "대법 확정 판결도 1심서 문제 발견되면 처음부터 심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