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준이 돌아왔다. 한 기사를 보니 12월에 <무릎 팍 도사>도 촬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 때문에 더욱더 그가 돌아온 것에 대해 관심이 간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군대에 가고 다시 돌아오는데 그가 돌아온 것에만 유독 관심을 쏟을 이유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많은 관심을 보이게 된다. 아 내가 그의 열혈 팬이냐고? 당연히 아니다.
그가 데뷔하던 고등학생 시절일 무렵 나 역시 고등학생이었고, 때문에 주변 여인들의 온갖 환호를 들으며 우상으로 군림하던 그를 질투했으면 질투했지, 팬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그를 집중해서 볼 수밖에 없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그의 군 입대는 분명 우리 사회에, 더 정확히 말해 우리 인터넷 문화, 그리고 남성들의 의식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점을 던지고 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생각해볼만 점은 그의 군 입대로 끝난 것이 아니라 그가 군에서 제대한 지금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기억하는가?
"록은 배고픈 음악이죠. 하루에 오이 두 개만 먹고 노래 한 적도 있어요."
문희준이 군 입대 전 인터넷상에서 그의 어록이라고 떠돌던 말 중 하나다.(물론 이것은 와전된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10대 아이돌 그룹 시대를 연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문희준은 아이돌 그룹 생활이 자연스레 끝나가면서 록 음악의 길을 택했다.
같은 그룹에 속해 있던 다른 네 명의 멤버도 이후 가수 활동을 이어갔지만 록 음악을 택하지는 않았다. 그런 것을 보면 문희준이 록 음악을 택한 것은 한 편으로는 대단한 용기였고, 또 한 편으로는 무모한 도전이라 할 수 있었다. 다른 음악에 비해 록 음악은 '보여주는' 것보다 '들려주는' 것에 더 중점을 두어야 했기 때문이다.
자, 부디 오해 없이 내 얘기를 들어주기 바란다. 언젠가 한 가수가 이런 얘기를 했다. 지금은 들려주는 가수 뿐 아니라 보여주는 가수도 필요하다고. 나는 결코 립싱크나 노래보다 춤에 치중하는 가수들을 향해 날 선 비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아이돌 그룹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가요계는 '들려주는' 것만큼이나 '보여주는' 것을 중시하게 되었고 '보여주는' 가수의 대표격은 아무래도 소녀팬이 많은 아이돌 그룹이 많았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 뿐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문희준이 속했던 아이돌 그룹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희준이 활동했던 아이돌 그룹은 '들려준다'기보다 '보여주는' 것에 치중하는 편이었다. 거듭 말하지만 이는 격렬한 댄스를 추며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경우가 많았기에 저절로 생긴 현상이지, 결코 그들이 노래에 대한 애정이 없거나 노래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쨌건 '보여주는' 것에 신경 쓰다 보니 '들려주는' 것에 미숙하다는 날 선 비판도 종종 받아야 했다.
그에 반해 록은 어떤가? 록은 머리를 죽자 사자 흔들어 대는 이들은 있어도 아이돌 그룹처럼 멋진 춤을 추지는 않는다. 록 가수들이 팬을 반하게 하는 것은 '보여주는' 것 때문이 아닌 '들려주는' 것 때문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가창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음악에 대한 센스도 남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런데 아이돌 그룹 출신의 가수가 '댄스'도 '발라드'도 '힙합'도 아닌 록 음악을 택했다. 물론 음악 중 어렵지 않은 음악이 어디 있겠냐마는 대단한 폭발력 또는 고음을 낼 수 있는 록가수들을 자주 본 팬들 입장에서는 다소 당황스러운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바로 그랬기에 문희준의 시련이 시작된 것이었다. 일단 그가 아이돌 그룹의 출신이라는 선입견은 그의 가창력을 보기도 전에 그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경향이 강했다. 보여주는 것에 익숙한 아이돌 그룹 출신은 왠지 모르게 가창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떨쳐내기 힘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희준 앞에 놓인 악재는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일부 열성 팬, 광적인 팬들이 문제였다. 아이돌 그룹의 팬들 중 일부 열성팬은 노래를 보고 좋아하기도 하지만 가수를 보고 좋아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아이돌 그룹 출신의 가수가 어떤 노래를 부르든 '최고'라고 추겨 세워주는 경우가 많다. 이는 록 음악을 했거나 좋아하는 이들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불쾌한 감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일이었다.
실제로 록음악을 시작한 문희준의 음악 실력이나 가창력에 대한 논란이 일었을 때 문희준에 대해 적대적 감정이 가속화한 데는 다소 속된 말을 써서 미안하지만 이른바 '빠순이'로 불리는 광팬들의 책임도 적지 않았다. 물론 음악에 대해 관심보다 오로지 일부 열성팬에 대해 적대적 감정을 가진 이들이 문희준의 열성팬들을 '빠순이'로 비하하며 문희준이 하지도 않은 말을 부풀려 가고 믿으며 그 싸움을 더 크게 만든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문희준이 했는지 안 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얘기들이 밑도 끝도 없이 퍼져 가면서 반 문희준 세력은 인터넷에서 막강한 세력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에 나처럼 아이돌 그룹 시절부터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던 문희준을 별다른 이유 없이 질투하고 미워했던 일부 세력들이 더해지면서 한동안 인터넷에서 문희준 기사만 뜨면 그야말로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악성 댓글이 홍수를 이루었다.
어디 그 뿐인가. 문희준이라는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으나 누가 봐도 문희준을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플래시 만화까지 만들어져 문희준을 조롱하기에 이르렀다. 문희준은 그렇게 한동안 인터넷상에서 수많은 누리꾼들에게 공공의 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문희준이 군에서 제대한 후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와 관련된 기사에서 공공의 적이었던 그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눈에 띄게 그 기세를 잃었다. 왜? 대체 왜?
그 답은 바로 '병역 의무 이행'이었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 때 이회창 후보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아들의 병역 문제,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를 겨냥해 '군대 안 갔다 온 사람이 군을 지휘할 수 있겠어요?' 라고 말한 일 등 우리나라에서 '병역'이라는 것을 이행하지 않은 이들에 대한 시선은 그야말로 냉담하다.
우리나라 나라 남성들이 징병제 국가이기에 무조건 때 되면 군에 가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나는 가서 고생했는데 너는 왜 안 해? 또는 내 아들은 가서 고생하는 데 너는 왜 안 해? 뭐 이런 심리가 다분히 숨겨져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사회 고위층이나 연예인들이 교묘한 수법으로 병역을 회피한 사건이 밝혀졌을 때 많은 이들이 그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그런데 사회 지도층은 물론이고 연예인들도 기를 쓰고 피하는 국방의 의무를 문희준은 군말없이 갔다. 그것도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한 근육을 자랑하는 이들이 공익으로 가는 것에 비해 현역으로 의무 복무 기간을 꽉 채우고 나왔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에서 남성들이 꼭 물어보는 '군대 어디 갔다 왔어요?'라는 질문에 그가 대답할 수 있게 되면서, 많은 남성들에게 심리적 동질성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의 그런 행동은 군대 가기 전 공공의 적이었던 그를 그 위치에서 끌어내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 그래서 내가 열심히 군 복무한 그를 본받아 다른 연예인들도 똑같이 하라고 주장하려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대신 한 가지 좀 물어보고 싶다. 그가 정말 '공공의 적'이라는 위치에서 내려왔다고 생각하는가?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그런가? 난 아직까지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비교적 솔직하게 연예인들이 이야기를 털어놓는 <무릎 팍 도사>에 가서 문희준이 향후 어떤 음악을 할 것인지에 대해 들어본 후에 결론을 내릴 작정이다.
다시 생각해봐라. 문희준이 군대 가기전에 수많은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에 시달렸던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그것은 그가 군대를 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돌 그룹 출신 가수가 시건방지게 록 음악을 한다는 것이었다.
음치인 내가 가수인 그의 가창력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그 당시 인터넷 상에 끊임없이 오르던 주된 비판은 록음악을 하기에 그의 가창력은 부족함이 많고, 음악적 재능도 의심되며, 무엇보다 무조건 그를 추종하는 일부 광팬들 태도도 싫다는 것이었다.
과연 지금은 이런 문제가 다 해결되었는가? 엄밀히 따지면 군대를 다녀왔건 안 다녀왔건 그 이전부터 그가 비판받았던 요소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끊임없이 음악 활동을 해 록음악에 대한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단지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악성 댓글이 잠잠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그가 다시 록 음악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예전과 같은 논란, 비슷한 전개가 다시 될 가능성이 없으리라는 것은 누구도 보장을 못한다.
그렇지만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적어도 내 예상으로는 과거처럼 문희준이 맹공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이제는 문희준에게 쏟아지는 맹공을 단 한 마디로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군대는 갔다 왔잖아! 다른 애보다 나아. 좀 봐주자."
내 얘기는 여기까지다. 무언가 듣다 만 것 같다고? 나 역시 그렇다. 논란은 아이돌 그룹 출신 가수가 록음악을 하는 것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되었는데, 해결은 그의 군복무라니. 정말 지난 날을 반성해야 할 것은 아이돌 출신이면서 록 음악에 도전한 문희준일까, 아니면 나처럼 군 입대 전 그를 비판하다 군 제대 후 우호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를 가진 이들일까? 스스로 답하기에 너무나 부끄럽기에 그 답은 독자들에게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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