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자의 느닷없는 폐업공고?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인 일터, 언제 강제해고 당할지 모른다.

등록 2007.12.01 12:44수정 2007.12.01 12:4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제 저녁 21시 출근하여 작업 중이었다. 23시 40분경, 업체 반장이 찾아 왔다. 그의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었다.

 

"안 좋은 소식이 있어 전달하러 왔어요"

 

그는 종이 한 장을 내밀며 우리 업체가 폐업 된다고 하였다. 에이포 용지에 인쇄된 내용엔 2007년 12월 말까지만 작업하고 폐업은 11월 30일자로 한다고 되어 있었다.

 

업체 반장의 부연설명은 참담한 비정규직 현실앞에 할말을 잊게 했다. "올 7월 발효된 비정규직 법에 의해 계속 고용시 원청업체가 불법파견 문제로 걸린다"는 것이었다. 슬픈 비정규 노동현실이다. 참담한 비정규 노동현실이다.

 

이번 폐업공고는 하청업자가 내고 싶어 내는 폐업공고가 아니었다. 원청에서 재계약을 받아들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내는 폐업신고였다. 원청이 추진한 위장폐업인 것이다. 원청은 불법파견을 우려하여 업자와의 재계약을 취소하였다. 따라서 그 업체 에 소속된 모든 노동자는 강제 퇴직 처리된다.

 

알아보니 원청과 하청업체간의 기본 계약기간이 5년이라고 한다. 그 후로 원청이 기분 내키면 6개월에 한 번씩 재계약 하고 별 일 있으면 6개월 후 재계약을 하지 않기도 하는데 이번에 우리 업체도 걸린 것이었다.

 

폐업신고 후 업자는 퇴직금 정산과 함께 강제퇴직 처리된다. 곧 새 하청업자가 선정될 것이고 그 업자와 나는 새 고용계약을 맺어야 한다. 새 고용계약을 맺게 되면 지난 7년간 힘들게 쌓아 올린 내 경력은 한순간에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다. 그야 말로 '신규채용'이 돼 버리는 것이다. 근속년수도 사라지고 연월차도 사라진다.

 

그나마도 새 업자가 마음에 들면 다시 근로계약을 맺고 싫으면 집에 가야 하는 것이다. 하청 노동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새 업자가 나가라면 나가야 한다.

 

갑작스런 하청업체 폐업... 황당하고 당황스럽다. 우째, 이런일이...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원청 대기업이 그대로 있고 내 일터, 내 일자리가 잘 돌아가고 있는데 하청업체 폐업이라니?

 

곧 새로운 하청업자가 와서 다른 이름으로 업체를 운영할 것이다. 내 일터, 내 일자리도 그대로지만 노동자는 교체될 소지가 많다. 내가 일할 확률은 1대 1이다. 50대 50이 아니다. 새로 오는 하청업자 맘대로다. 맘에 들면 다시 쓰고 맘에 안 들면 사용하지 않는다. 이미 퇴직금도 정산되고 업체도 폐업됐으니 어디에다 하소연도 못한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우리 노동자인데 또 보따리 싸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하나? 나이든 노동자 써주지도 않는데 무얼 먹고 살란 말인가? 이런 불안정한 고용 형태는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2007.12.01 12:44ⓒ 2007 OhmyNews
#노동 #투쟁 #고용안정 #단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고3 조카가 툭 던진 다섯 글자, 책 제목이 될 줄은 몰랐죠"  "고3 조카가 툭 던진 다섯 글자, 책 제목이 될 줄은 몰랐죠"
  2. 2 [영상] 조현욱 위원장 "투표용지 부족 사태, 참정권 침해한 헌정질서 위기 사안" [영상] 조현욱 위원장 "투표용지 부족 사태, 참정권 침해한 헌정질서 위기 사안"
  3. 3 "드라마 '참교육' 바라보는 심정 씁쓸하다" 교장 통신문 화제 "드라마 '참교육' 바라보는 심정 씁쓸하다" 교장 통신문 화제
  4. 4 거실 누비는 로봇 청소기의 실체, 당신은 괜찮으신가요? 거실 누비는 로봇 청소기의 실체, 당신은 괜찮으신가요?
  5. 5 삼전·하이닉스 '호남 반도체 공장'의 실체... 마냥 기뻐할 수 없다 삼전·하이닉스 '호남 반도체 공장'의 실체... 마냥 기뻐할 수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